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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악의 이해

Posted 2008. 8. 21. 15:55, Filed under: Ex-Homepage/Essay

 1999년 글과 삶시간의 리포트입니다..그리고
진짜진짜 궁금하면 읽어보세요...좀 길거든요~^^;;그때는 정말 많
은양의 음악을 듣곤 했었죠. Rock, Pop, Jpop 등등..

 지금은 음악을 거의 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점이죠..

그 당시와 지금 많이 달라진 점은! 우선 가요계에 댄스가수가 많이 사
라졌단점...(요즘은 대신에 점차 옷을 벗는 추세죠..) 그리고 일본에
진출하는 가수가 많아 졌다는 점등이 있겠네요~! 보아 화이팅!!

  리포트는 이걸로 끝입니다..다른 것들은 그냥 디스켓에 보관을..^^


  *이 글은 전적으로 저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서론...


  이번 글과 삶의 주제는 대중문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처음에는 그냥 음악, 특히 한국 가요를 좋아하고 옛날부터 많이 들어왔으니까 가지고 있는 앨범들의 자켓에 있는 노랫말을 분석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대중가요의 가사란 거의 다가 사랑에 관한 것뿐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어떻게 보면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에(나는 댄스가수는 혐오한다.) 내가 그 일을 함으로써 의도하고자 하는 바, 즉 나름대로의 한국가요 노랫말 분석이란 것을 정확히 해낼 수 없을 가능성이 컸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른 주제를 찾기로 했다.

  대중문화에는 영화, 드라마, 연극 등 타분야도 매우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약간은 광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분야는 역시 가요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최근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한 일본음악에 대한 생각과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한국가요의 대응 및 전략에 대해 쓰기로 했다.

  나는 일본음악도 꽤 듣는다. 처음 들었던 것은 X란 그룹의 Endless Rain이란 곡이었다. 아마 내 또래의 대학생은 거의 다 이름이라도 들어봄직한 노래였다. 그 이후에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노래란 것을 거의 듣지 못했기 때문에 한동안 전혀 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또 통신을 하게 되면서 일본음악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가사는 그냥 뭐라고 그러는구나, 아니면 중간 중간에 나오는 짧은 영어소리 몇 소절정도 아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음악들의 멜로디가 좋아서 자주 듣는 편이다.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나같이 일본음악을 즐기는 사람을 쪽발이로 매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 일본음악에 대한 개방의 문을 열고 있는 시작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음악을 즐기는 한국인은 매우 많다. 일제 정식 판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밀수, OEM제품(제3국 제작) 등으로 들어오거나 무엇보다 인터넷과 PC통신의 발달은 일본음악 매니아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참고로 1999년 4월 29일 현재 내가 가입한 동호회를 비교해 보면, '일본음악동호회'의 회원수는 1241명임에 비해 '음악마을'이라는 가장 규모가 큰 음악관련 동호회의 회원수는 1170명이었다. 물론 여러개의 음악 동호회가 더 존재하고, 회원가입을 한 인원만을 가지고 따진다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와 같이 일본음악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이 많다는 사실이다.

  단지 일본노래 몇십 곡을 들어본 것 밖에는 일본음악에 대해 무지한 나이지만,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했다.


♥본론...


1. 일본음악에 대한 소개

  일본음악의 대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장르의 다양성

   ㉯. 장르의 계속성

   ㉰. 모방으로부터의 시작


   ㉮. 장르의 다양성

  내가 가입한 일본음악동호회의 장르구분을 보면, J-POP/J-ROCK/비주얼계열/애니음악 이렇게 4가지 종류로 규정했다. 그러나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본음악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하위 장르가 있다. 계속적으로 새 장르가 탄생하고 있으며, 인기가 없으면 다시 사라지고, 반응이 좋으면 나중에 큰 장르를 하나 더 형성하는 식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요즘 일본 역시 댄스뮤직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여타 장르에서 다양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일본 대중음악을 발전시키는 중요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레코드업자, 방송, 뮤지션, 관객 등 모두가 유행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더 우선시 하는 데서 다양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획일적인 유행에만 치우치다 보니, 지금은 온통 댄스뮤직만이 판을 치고 있다.


   ㉯. 장르의 계속성

  장르의 다양성과 연관된 것으로, 일정한 수준의 팬을 확보한 장르는 계속적으로 발전하며, 쇠퇴도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는 다르다. 각 시기를 대표하는 한 장르만이 거의 모든 분야를 독식하며 그 주기도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우리 나라의 90년대는 댄스음악의 시대라고 한다.)


   ㉰. 모방으로부터의 시작

  일본도 사실 전통음악인 엔카를 제외하고는 일본 독자적인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이를 밑거름으로 재창조하여 이제 동남아,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제 한국에 도달한 것이다. 문화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모방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시류를 따라갈 수 있고, 그것에 휩싸일 수 있다면 보다 나은 바탕에서의 창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모방하는데 그친다면 도둑질에 불과할 것이다.


2. 일본음악계의 배경과 현황 및 가수들의 특징

  조사한 것을 요약하면 일본음악계는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와 프로정신이 바탕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 일본음악시장

  일본은 연간 매출액이 약 8조4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이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도시바EMI, AVEX DD, 토이즈 팩토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자본이 많은) 음반사들이 밀집해 있다.


   ㉯. 프로덕션의 활성화

  90년대에 일본에서는 음악의 상품화가 더 가속화되었다. 이 점은 최근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획사 붐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레코드 회사의 힘은 약해지고 프로덕션의 힘이 강해졌는데, 프로듀서는 노래, 코디네이션, 개략적인 스케쥴 등의 가수관리를 맡는다. 그래서 가수가 어떠한 프로듀서를 만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관점이 된다.

  일본에는 고무로 데쯔야란 음반 제작자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 중 하나인 그는 일본가요계의 프로덕션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조사한 어느 책에도 그에 대해서 하나 이상의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신인 그룹이 소속사에 노리는 것은 그 프로덕션의 프리미엄을 얻어서 처음 음반을 냈을 때 어느 정도의 이득을 보려는 것이다. 역으로 이 점은 유명한 소속사가 새로운 팀을 만들었을 때도 이용된다.(예: SM기획->신화, TK사단->trf 등)

  반면에 소속사가 인기가수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스카웃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예: 유승준, 김건모, 마쯔다 세이코 등)

  차이돌(child idol의 일본식 합성어)가수의 출연도 프로덕션의 마케팅전략이 주도한 것이다. 음반 구매층이 10대~20대 초반의 청소년층이 대부분인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예: 서지원, 이지훈, 양파, Hot, 젝스키스, ses, 핑클/아무로 나미에, 맥스, 스피드 등) 그러나, 한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들의 탄생으로 인해 양국 모두 음악의 질이 크게 저하되었다고 하기도 했다.


3. 일본 가수들의 특징

  주요 그룹의 개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 드림스컴트루

  외모와 연주실력은 다른 그룹에 비해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그렇지만 서구화된 작곡법과 일본적인 멜로디, 희망적인 가사 등으로 팬들에게 쉽고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사운드를 구사한다.


 ㉯. 아무로 나미에

  일본 청소년, 특히 여중/고생들의 우상이다. 아무로의 성공은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에 있다. 심지어 그녀가 임신사실을 발표할 때 입었던 매우 비싼 옷이 매일 매진되는 희한한 일도 일본에서 있었다고 한다.


 ㉰. GLAY

  X-Japan의 리더였던 요시키가 발굴한 그룹으로 멤버 각각의 능력(연주, 보컬, 작곡/작사)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 듣기뿐만이 아니라 따라 부르기에도 좋은 노래를 위주로 활동을 한다.


 ㉱. 라르크-안-시에르

  일본 비주얼락(80년대 영국의 뉴웨이브뮤직에 영향을 받아, 보이는 것,즉 가수의 외모에 많은 치장을 한 음악의 한 장르)의 핵심중의 핵심이라고 한다. 특별히 튀는 것은 장르가 비주얼락인 만큼 역시 외모이다.


 ㉲. 퍼피

  아무로와는 다른 면으로 일본 여성들의 우상이다. 평범한 외모와 행동, 노래 가사가 젊은 여성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한다.


 ㉳. 스피츠

  컬리지록(기성음악과 사회에 대한 반발로 대학로 주위를 배경으로 탄생)의 대부격으로 인디밴드 출신이며,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여 텔레비젼에 출연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대다수의 컬리지록 가수들이 그러하듯 이들 또한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대기만성한 그러한 그룹이다. 특히 수준 높은 가사와 인디밴드 특유의 탄탄한 연주실력 등이 인기비결이라고 한다.


 ㉴. SMAP

  멤버 5명의 특성이 매우 독특한 그룹인 이들은 소속사인 쟈니스프로덕션의 홍보효과 때문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쟈니스는 멤버들이 초등/중학생이던 10년 전부터 팀을 만들어 관리를 했었다고 한다. 이들은 오히려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에 출연을 많이 해서 가수라기 보다는 탈렌트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 X-Japan

  한국에 알려진 가장 유명한 일본그룹. 이들은 해체되었지만 일본음악이 개방되면 가장 먼저 한국시장을 잠식할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음악은 매우 대중적이다. 록을 하기도 하며 발라드를 하기도 한다. 헤비메틀과 엔카풍의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또 개개인의 개성이 매우 특이하다. 얼굴분장이나 개인이 악기다루는 솜씨가 특출나며, 요시키의 작곡능력도 탁월하다. 그래서 해체후 토시와 히데, 요시키는 솔로로도 활동을 했었다. 더군다나 요시키는 프로듀서로도 성공을 했다.


  위의 가수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은 멤버의 개성이 각각 특이하다는 것이다. 음악적 기본기(가창력, 연주실력)도 탄탄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그룹이 언더에서 활동을 하다가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팀은 각각의 개성적인 색깔을 가진다. 또 훌륭한 세션맨들이 뒤에서 받치고 있으며 스타들과 기획사도 관리에 철저하다.


  일본에서는 일명 '일본음악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노력한다. 일본 노래 중에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곡도 있다.(사카모토 큐가 부른 Sukiyaki) 일본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노래를 영어로 바꾸어 부르거나 외국가수들에게 일본어노래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 유명 음반회사나 악기제조업체에서 세계규모의 음악제를 열어 세계 시장에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당연히 엄청난 자금이 동원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모습이 거의 없는 한국가요계와는 매우 비교가 된다.


  일본은 가수들의 직업정신도 투철한 편이다. 그들은 립씽크는 거의 하지 않고, 팀의 경우 멤버전원이 악기를 다루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별의 별 핑계를 다 대가면서 립씽크만을 하는 가수들이 수도 없이 많고, 아무런 악기하나 만지지 못하는 가수도 적지 않다.(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그룹의 대표주자인 H모그룹이 작년의 모든 가요상을 휩쓸었다는 것이다.)일본도 우리 못지 않게 입시 지옥이지만 뮤지션이 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분야는 약간 다르지만 게임제작자인 이노겐지의 경우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지금은 대중문화계의 거물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공부, 특히 입시공부를 하는 인문계고등학생 외의 청소년들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인문계 고등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놀면서 젊음을 허비하는 청소년들의 경우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 대한 개척을 일찍 시작하는 경우는 오히려 그 용기와 노력에 상응하는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한 사회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의 잘못된 판단으로 중/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등외시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말 뜻이 있고, 재능이 있다면 그러한 행동은 필요한 것이고, 그러한 일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현시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악기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말해 보겠다. 1년 전쯤에 나는 다른 통신(유니텔)을 하고 있었는데 가수에 관련한 토론이 열린 적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가수란 가창력은 기본이고, 연주 실력 및 작곡/작사 능력도 있어야 진정한 가수(일명 싱어송라이터)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어느 여자 분이 반박을 했다. 가수의 사전적 정의를 대가며 가창력이 있으면 가수로써의 조건은 다라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기도 해서 재반론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 즉 일본을 따라가는 한국 가요계의 현실과 일본 음악 시장에 대한 개방을 앞둔 시점에서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재 연예인이란 직업, 특히 가수는 중/고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에서 최상위쪽에 속한다. 그와 비례하여 가수의 사회적 지위도 매우 높아졌다. 그 이유는 사회인식의 전반적인 변화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분야가 전문화된 것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한다. 그렇다. 이제 가수는 프로화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가수들은 전반적인 프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기준에서의 프로뮤지션이란 위에서 언급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JJ가 온다'를 쓰신 이규형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재미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무서운 아이들이 되려면 우선 밴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일본 가요계의 현주소다. 밴드 능력이 없는     가수는 판매고나 인기, 어디에서도 명함을 내밀 구석이 없다. 2인조건     3인조건 5~6인조건 간에 우선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할 수 있     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진정한 프로정신이라고 할 때, 처음부터 음악의 길만을 판 서태지씨는 한국에서 인정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물론 그전에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언론에 의해 음악적 선구자로 부각된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았나 한다.)또 음악활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전람회의 멤버였던 김동률씨도 조금 시기적으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하는 진정한 프로정신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4. 한국가요와 비교해서


  이 부분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음악이 아주 미세하나마 한국음악에 비해 조금 앞선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통신(네츠고)으로 몇 명에게 물어보니 의견이 많이 다른 경우도 꽤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음악이 약간 앞선다는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거의 다였지만, 한국음악이 앞선다는 생각은 없었다는 점이다. 좀 많이 지난 일이지만 룰라라는 그룹이 '천상유애'란 곡으로 순식간에 가요계 정상을 차지했다가 일본노래를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서 결국 팀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당시 표절을 한 일본가수는 현지에서는 거의 인기가 없던 B급의 댄스그룹이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때 우연히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약간 보았었는데, 울트라맨처럼 옷을 입고 쇼를 하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보자. 한국에서는 신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하여 내노라 하는 톱가수들이 일본에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몰래 입국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마케팅등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본 팬들(대부분이 청소년층)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한국의 가요를 비하하자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있다.


  이러한 표절문제는 무엇보다 개방이 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현재까지 우리 나라는 모든 경로를 공식적으로는 막고 있는 상태이며 그렇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유통이 되고, 한국에서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표절이 많은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개방은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응방식이 안일할 경우 한국 음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규형씨의 말에 의하면, 우리 나라는 K-pop이란 장르가 정착이 되고 있는 과도기적 단계라는 것이며, 일본도 10년전 쯤에 J-pop이란 독자적인 장르를 만들 때 우리처럼 표절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서동욱씨도 이렇게 말했다. 현재 우리 나라의 록과 발라드는 거의 죽어있는 수준이고 댄스가수들만이 활기를 치고 있다고. 내가 댄스가수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춤을 비롯해서 얼굴, 비주얼한 치장, 과장된 행동 등은 가수에게 있어서 부수적인 것이고 가창력, 프로정신이 가장 우선이 되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도 지금우리의 상황이 별로 보기 않좋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불법복제문제이다. 서동욱씨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가수들의 음반에 대한 불법복제문제가 가요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지적재산권(음반,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에 대해서 불법이 판을 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승환씨의 시디 앨범에 들어있는 특이한 장난감, 예전에 서태지씨의 남색 케이스 등은 다 그러한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팬들의 협조가 있다는 전제아래) 대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무수한 불법복제물이 나돌았다.

  학교교육이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도 가수들의 프로화와 관련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중문화/스포츠 등의 예술계에서는 학원system이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끝난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은 준우승을 하였다. 그때 축구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은, 축구선수를 조기에 유학을 보내 선진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이 바로 그러한 식의 운영을 했고 지금 결실을 맺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같이 운동을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나라에서는 그런 조기유학이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가요계도 마찬가지다. 인성교육은 중학교, 길어도 고등학교까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즉 대중문화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이란 곳이 반드시 필요한 곳은 아니란 말이다. 이러한 사회풍토 아래서는 일본문화와 한국문화가 축구가 그러했듯이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또, 이제 한국 팬들의 인식도 어느 정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매스컴 특히 텔레비젼은 인기가수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코스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특히 심각한 것 같다. 이것은 다른 홍보 경로가 마련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일부 몰상식한 어린 팬들, 그리고 그 팬들을 악용하는 방송사 측에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텔레비젼에 나오지 않아도 성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 나라는 뒷돈까지 주면서 기를 쓰고 텔레비젼에 나오고자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전혀 다른 상황이 일어나고 있나? 내 생각에 한국에서 텔레비젼에 많이 나오는 가수들은 대부분 10대 스타들이며 속된말로는 한 외모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예전에 PC통신의 어느 토론실에도 썼었지만 그 부류의 사람들은 가수가 아니라 다른 연예인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그러한 연예인들이 3대 메이저 방송사가 주최하는 가요 상을 휩쓰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결론적으로 그들은 외모와 썰렁한 말솜씨, 서투른 제스처로 어린 팬을 확보한 뒤 음반을 가끔 제작하는('내는'이 아니라) 소속사의 꼭두각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기반이 텔레비젼이기 때문에 그토록 거기에 매달린다고 생각한다. 반면 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방송을 타지 않아도 잘 나가는 가수가 많이 있다. 90년대 싱글판매순위 10위안에 7명이나 그러한 가수들이다. 특히 일본에서 90년대에 가장 많은 앨범(싱글 포함)을 판매한(2238만 8천장) B'z란 그룹은 전혀 방송에 출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수에게 있어 금전적으로나 자존심에 있어서 음반 홍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텔레비젼을 통한 홍보는 오히려 가수들의 노래보다는 외모나 행동거지를 부각시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음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첫째 열쇠는 팬들이 쥐고 있다.

  한편 댄스음악과 관련해서 일본과 비슷한 경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일본음악시장에서 댄스부문은 약해지고 있다. 그러자 록음악(J-rock)과 팝음악(J-pop)이 다시 기세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뚜렷하지 않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길어야 3~5년 정도 뒤에는 댄스음악의 기세는 지금에 비하여 매우 약해질 것이라 본다. 우리 나라 가수들이 일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고 본다. 일본에 진출하는 가수 중에는 상당수가 프로덕션에 소속된 아이돌스타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의 노래 장르는 댄스일색이기 때문이다. 가창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장르가 시대에 안 맞는 것도 문제이다.


5. 나는 한국가요가 이렇게 나아갔으면 한다.


 ㉮.대학로의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모든 길거리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나라 대학로는 너무 술집위주다. 그런 면에서 마로니에 공원에서 춤을 추는 청소년들이 그리 불량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실제로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있지만 그들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도 한국음악발전에 걸림돌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직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현재로는 대학로가 그러한 문화를 주도할 가장 적합한 장소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밖에서 앰프를 틀고 록공연을 하면, 소음과 풍기 문란의 명목으로 경찰서에 같이 가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 모방과 재창조 행위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굳이 일본음악만이 아니더라도 우선은 서양/일본 쪽의 음악을 많이 접하고 거기에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발한 재능이 덧붙여져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이미 일본은 J-pop/J-rock이라 하여 이차대전이후 구미음악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그들만의 장르를 만들었으며 그것이 비록 아시아권에 머물기는 해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아직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틀이 없는 한국 가요계는 이점이 일본음악 개방에 있어서 위험요소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 언더그룹과 라이브무대의 적극적인 보급이 아쉽다.

  공연문화가 거의 없다는 거다. 이것은 대학로의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에는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다. 물론 자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여러 곳의 음반사와 몇몇 대기업의 스폰서하에 그런 전용홀을 여러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곳은 당연히 수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홍대앞이나 신촌근처처럼 카페나 클럽위주의 인디밴드 공연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정부에서도 지원은 못해 줄거면 여러 가지 규제나 완화해 주었으면 한다. 일본은 수천 개의 라이브 카페가 있고, 전문화가 된 곳도 많다고 한다.(도쿄에만 천여개) 또 대기업이나 음반사, 악기업체의 주관으로 공연이 매우 활발하다고 한다.


 ㉱. 인터넷등을 통한 홍보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 나라처럼 라이브무대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에 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여러 가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음악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전자음을 이용한 직접적인 음악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무대의 효과를 간접적으로나마 내자는 것이다. 당연히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라이브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한다거나, 공연장면이 담긴 시디롬을 발매한다거나(현재 비디오를 통해서 일부 가수들만이 하고 있다.) 해서 관중들이 라이브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상품화이면서 라이브풍토 형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거라 생각한다.


 ㉲.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희망은 밝다.

  왜냐하면 일본은 우선 시장 자체가 크고, 한국은 시장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불법복제 음반이 너무 많다. 그러므로 좋은 질의 음악만 뒷받침이 된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일본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일본은 합법적으로 시디 대여점이 있지만(한국에도 몇 군데 있다고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음반판매량은 놀라운 정도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 100만장을 팔면 거의 최고수준의 가수라 하지만 일본의 경우 싱글이 아닌 앨범 판매를 보았을 때 우리보다 큰 단위로 진행된다.(싱글=1~2곡/앨범=8~14곡 정도 넣은 음반을 의미)

  일본의 인구를 고려해 1/3으로 줄여도 10위가 73만장 가량인 것이다. 우리 나라의 국민가수라 할 수 있는 신승훈의 경우 지금까지 모든 앨범을 통틀어 1000만장이 넘었는데 한국에서는 유일하다고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90년대 순위 10위안의 모든 가수들이 1000만장을 넘었다.(통틀어 나온 앨범을 다 합쳐서)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일본 시장이 한국 가수들에게 좋은 터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 반드시 팀의 경우, 밴드를 스스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가수의 자질문제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수의 자질이란 가창력이 첫째이고 연주실력, 작곡/작사 능력이다. 우리 나라에는 가창력만을 가진 가수가 많으며 더 많은 것은 위의 조건을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결론


  드디어 말이 많던 일본문화가 개방되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가요, 일부 영화 등이 이미 비공식적으로 들어와 있지만, 이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비교가 안 될 만큼 커다란 문화가 오는 것이다.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애니메이션과 가요분야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은 내가 관심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지만 이번 조사를 하는 동안 언뜻 본 것에 의하면 일본은 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존재라고 한다. 아시아뿐이 아니라 유럽, 구미 쪽도 벌써 장악을 했다.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따라가고는 있지만 그 벽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가요 분야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수준이 비슷비슷하다. 지금같이 한쪽만 개방이 된 상태(일본에서는 한국가수들의 진출에 제한이 없다.)에서는 개방초기에 일본음악이 큰 선풍을 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음악이 좋아서 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통신에서 내가 아는 친구들 15명 정도에게 물어본 결과, 일본음악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친구들 9명이 개방 후에 일본음악을 한번 들어볼 의향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그런 동안 일본음악 매니아도 분명 어느 정도는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한 명의 팬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나의 바램일 뿐이다. 당연히 가수들과 프로듀서 등이 잘 알아서 할 것이다. 즉 우리 나라의 가요계와 관련된 모든 종사자들이 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면(아까 전에 언급한 여러 가지 노력들 등으로)그렇게 일본음악의 침투에 대하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음악에 대한 맹목적인 열광도, 그것에 대한 배척도 무의미한 일이다. 지금은 일본과 한국, 양 나라의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일본음악이 보인다(1999,아름출판사)

일본음악 뮤직비즈니스(1998,새로운 사람들)

J.J가 온다(1998,해냄)

서동욱씨가 학교수업 발표시(현대사회의 과제) 했던 말 인용



                                                                        정리: 04 Dec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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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바이러스를 읽고

Posted 2008. 8. 21. 15:54, Filed under: Ex-Homepage/Essay

1999년 글과 삶시간의 리포트입니다..


< 서론>


  평상시에는 그다지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그리고 가끔 하는 독서도 수필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이번 독서분석에서는 어떤 책을 가지고 할지 걱정이 되었다. 무협지는 물론이고 공상과학소설, 추리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있다면 초등학교 시절 때 읽은 '괴도 루팡'정도?

  처음에 생각한 것은 '퇴마록'이었다. 그것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의 일인데 당시 '퇴마록 국내편 1권'을 읽다가 결국에는 모든 시리즈를 다 읽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중간고사를 망쳤던 기억이 난다.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내용이 희미하게 기억이 날뿐 나름대로의 분석을 하기에는 나의 능력이 부족할 것 같았다.

  다음에 떠오른 것은 읽은 지 몇 개월 밖에 안된 '드래곤 라자'였다. 이 책은 정말 긴 이야기였는데 다 읽기는 했으나 퇴마록에 비해 감동도 덜했고 그 결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역시 포기했다.

  결국 새로운 책을 선정하기 위해 서점에 갔다. 많은 책이 있었고, 난 뭐가 재미있을지 혼란스러워서 그냥 서성거리다가 나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실역에서 어떤 영화 포스터를 보았다. 어느 살벌하게 생긴 여자가 노려보는 포스터였는데 알고 보니 '링 바이러스'란 영화의 포스터였다. 그래서 도서 대여점에 가서 '링 바이러스'를 빌렸다. 재미있다는 말을 주위에서 들었었기 때문이다.


<본론>

 ㉮ 내용소개

 

   어느 기자가 동시에 발생한 어느 살인사건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다가 기자가 발견한 비디오 테이프, 그리고 그것을 본 뒤에 기자에게는 죽음의 날짜가 선고된다. 더군다나 가족들마저 그것을 보게되고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사건을 파헤쳐서 위기를 모면한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친구의 도움도 받게 되지만 그 친구는 죽고 만다. 이것이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 감상1


   이 책을 다 읽은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용이 가벼우면서도 구성이 치밀하다는 것이다. 통속적인 소설을 써도 그것이 그냥 평범한 것으로 남느냐 아니면 없어서 못 파는 책이 되느냐의 차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구성이 치밀하다는 것, 그것은 곧 작품에서 등장했던 복잡한 것들과 (독자의 머리 속에서)해결의 실마리를 엮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링'에는 그러한 장면이 꽤 있었다. 류지(사건을 같이 풀어낸 주인공의 친구)가 죽어가며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장면이나, 류지의 여제자가 아사카와에게 선생님은 양면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나의 눈이 자칫 소설의 그 페이지만에 속박되려는 순간들을 잘 막아주었다.

  '링'의 치밀한 구성이 가지는 특성중의 또다른 하나는, 감동을 주어도 오싹한 느낌을 전해준다는 점이다. 사건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은 아사카와가 낡은 우물 속에서 유골을 꺼내는 부분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배경설정(통나무집의 바닥 아래 숨겨진 폐쇄된 옛날 우물, 그리고 그 안에 있을 원한을 품고 죽은 여자의 유골)과 인물의 심리 묘사(아사카와는 류지에 비하여 겁이 많다-'하긴 그러한 상황에서는 나라도 그렇게 겁을 먹을 것이다. 읽기만 해도 오싹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목숨이 달려서 반드시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아사카와의 마음)를 기가 막히게 해냈다.

  이 장면에서는 '혹시 이 작가 자신이 어렸을 때 혼자 우물에 들어가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두운 곳에 혼자 갇혀있을 때의 공포, 어쩌면 대도시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함으로써 작가는 신선한 충격을 노렸을지도 모른다. 책이라 글씨만 있다. 쉽게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여기서 쓰인 방법이 독자를 장면 자체에 '몰입'하게 한 것이다. 즉, 치밀하게 쓴 것은 소설을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만들기도 했으며 클라이맥스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도 하는 양면의 효과를 보았다.

  퇴마록은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며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즉 치밀한 구성도 돋보였지만 그것보다는 내용전개의 탄탄함과 액션 장면의 적절한 묘사, 등장인물의 개성 등이 재미의 주원인이었다. 반면 링은 내용이 탄탄하기  보다는 소재가 참신한 점을 들 수 있고, 액션 장면보다는 순차적인 과정을 통한 긴박감 있는 전개가 돋보였다.

  한편 이 소설에는 다른 소설들과도 형식상에서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인용부호가 거의 없었다. 생각을 하는 부분은 거의 다 그냥 '한 줄띄우고 쓰는 식'이었다. 또 말 줄임표가 자주 등장했다. 그것도 문장의 끝이 아닌 중간에(즉 화자가 생각 중이란 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것은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독자가 마치 자신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쉽게 내용에 빠지게 되는 주 요인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서술 방식의 장점이 아닐까?(그렇게 쓰여진 많은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링을 읽고서 그렇게 직접 느꼈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작가 자신의 글을 쓰는 능력뿐이 아니라 읽는 사람에 대한 이와 같은 배려가 '링'을 베스트셀러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설사 그것이 한국 측에서 있었던 번역상의 오류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 감상2


 작가는(주로 류지의 발언을 통하여)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잊고 있거나, 선입관에 빠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러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기에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 소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러한 말들 중에 주관적으로 10군데를 골라 보았다.


   ㉠ "나는 인류가 멸망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아쉽게도 류지는 평상시에 이렇게 말을 하지만 자신이 먼저 죽고 만다.)


   ㉡ "너 무섭지 않냐?"

      "무서워? 그 반대다. 기한이 정해지다니 재미있잖아? 벌은 죽음.....좋았어. 목숨걸기가 아니면 놀이가 재미없어지지."

      (기한이 정해지면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나에게도 이제 80년 정도가 남았다.)

   ㉢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조차 승객들은 모두 자신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희망을 마지막까지 버리지 않는 법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대응하는 것, 이것이 현대와 같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사회-특히 우리 나라 같은 곳에서 끝까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알잖아. 하늘을 나는 꿈이야. 난 하늘을 나는 꿈을 제일 좋아한단 말야."

      (나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방종이 아닌 자유...그것을 이루는 지의 여부는 나 자신이 얼마나 세상과 타협하지 않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 "근원적인 공포심, 그건 인간의 본능 가운데 이미 짜 넣어져 있는 거야."

      (공포심이 없다면 이미 세상에 없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공포심이 없는 세상? 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스크림'같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삶 자체가 많이 시들해질 것이다. 나는 가끔 느끼는 오싹함 속에서 생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 "상반되는 것들 모두가 그 근원에 있어서는 동일했을지도 몰라."

      (진정 다른 것은 무엇이 있을 수 있지?)


   ㉦ "악마는 말야, 늘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나타난다구. (중략) 하지마 말야, 악마는 결코 인간을 사멸로 몰아넣는 일은 없어. 어째서냐...인간이 없으면 놈들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지."

      (인간과 악마의 싸움...언뜻 보면 악마가 훨씬 우세해 보인다. 그러나 언뜻 보지 않으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신이 개입을 했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것에는 신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이라는 강력한 방어체를 설정한 인간들 자신에게 더 힘이 있다고 보는 것이 지금은 교회를 나가고 있지 않은 나의 심정이다. 인간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하여 존경을 표하지만, 그래도 역시 인간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인간이 되는 것이 나의 최후의 목표이다.)


  ㉧ "야, 잘 생각해봐. 우리의 장래에는 말야, 확실한 것 따윈 아무 것도 없어. 늘 애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거다. 그래도 넌 살아가겠지. 애매하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생명활동을 정리시킬 수는 없어. 가능성의 문제다."

     ('우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몇 개 안돼는 절대적인 사실이면서, 우리에게 삶의 순간 순간을 치열하게 살도록 해주는 각성제일 거다. 내일도 해는 뜨겠지? 그러나 그 해의 아래에 있는 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그 날만의 나일 것이다. 가능성의 문제에 점령당하느냐 아니면 그것을 지배하느냐는 개인에게 달렸다고 본다.)


   ㉨ "싸우지 않고 인생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구."

      (무서운 개를 만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下책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인생이란 것이 가장 그렇지 않나 한다. 언제나 안전한 길을 가는 것. 편한 것이고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안주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번뿐인 삶의 시간에 자신의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며 후회하지 않을 삶일 것이다. 아쉽게도 영원히 안전한 길은 없다.)

 

   ㉩ "괜찮아. 이 안에는 아무 것도 없어. 네게 있어 최대의 적은 그 빈약한 상상력이야."

       (상상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이성을 자신의 이성친구로 만들 수도 있으며 그 작은 머리 속에서 세상은 멸망시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단지 생각이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상상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상상력과 의지가 만나서 이루는 것, 그것이 한 개인의 인생이 아닐까?)


<결론>


  물론 이 책도 나에게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내용의 전개에 있어서 작가가 의도한 구성대로만 읽어준다면 척척 들어맞지만, 한두 마디씩 토를 달면 걸리는 곳도 몇 군데 있었다. 류지가 눈을 깜빡이는 속도를 연관시켜 비디오 테이프의 의미를 눈치채는 장면은(그 전까지 류지의 비범함을 아무리 강조하고, 직관에 의한 것임을 명시했다고 해도) 도무지 개연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또 비디오 테이프를 본 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그대로 남겨 둔 아이들이 테이프의 마지막 부분에 녹화를 한 장면도 약간 의문이 갔다. 녹화를 했다면 마지막 이후거나 맨 처음부터 해야 상식적이지 않을까? 왜 하필 딱 그 부분만 지워졌을까?(이 부분이 없다면 소설은 존재하지 않았거나 재미가 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퇴마록은 그렇지 않았는데, 링은 나에게 '글을 쓰고 싶다'는 웃긴 충동까지 일으켰다. 참신한 소재와 획기적인 구성에 어느 정도의 필력만 있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오만함이 생길 정도로 이 글은 가볍다. 그리고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가벼움 뒤의 오싹함을 즐겼다.

  책에는 사람을 흡수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그리고 깊게 빨아 들이냐는 것이다. 내가 많은 독서를 하지 않아서인지 지금껏 이러한 (가벼운)감동으로 나를 몰입시켰던 책은 퇴마록과 '하늘이여 땅이여' 이후 세 번째이다. 가끔씩은 이렇게 책에 갇혀 지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배두나(링 포스터의 노려보는 배우 이름)의 눈빛이 아무리 귀신같아도 지그시 다가오는 글자들이 창출해 내는 스릴에는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리: 04 Dec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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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유럽여행 가기 직전에

Posted 2008. 8. 21. 15:53, Filed under: Ex-Homepage/Essay

2000년 7월 4일 오후 11시 11분

 사실 여행을 가기로 완벽하게(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손 치더라도) 마음먹은 날은 오늘이 아니다. 이미 난 병무청에도 다녀왔고, 삼성역의 공항버스터미널에도 갔다왔고 결국 그러한 결과로 여권도 만들었다. 단수여권! 이제 9월 15일에 군대에 가는 나로써는 이 여권이 가지는 의미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여권은 명칭 그대로 한번의 여행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여행을 허가해주는 기간 또한 발행일로부터 1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여행은 그 여권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정말 단순한 논리뿐만이 아니라 태어나서 외국에는 가본적은 있지만 여행을 한적은 없는 한국토박이의 결정적인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 수월하게 여권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약 2주전에 난 집에서 무척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병무청에 드나들었다.(엄마손백화점에서 출발하여 바로 병무청 앞까지 가는 33-1번 버스는 한번에 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잠을 계속 자도, 결코 쉽게 갈 수 없을만큼의 거리에 있다는 단점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수속방법을 잘 몰랐던 내 잘못이긴 하지만, 확실히 군미필의 한국의 남아가 외국에 나간다는 것은 그리 '절차상'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보증을 흔쾌히 승낙해 주신 작은고모/고모부께 감사드린다.

  모든 것의 시발점이 될 비행기표 예매! 나와 함께 할 일행 둘은 지금 몇 가지 경우에 대비하여 예약/대기 중이다. 결국에 하나는 걸리겠지만, 우리가 의도한 것에 가깝게 걸릴수록 우리는 더 싸게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간절히 'Cathy Pacific'을 바라고 있다.(그래야 경유지인 홍콩에서 약간의 휴식을..^^)

  지금은 약간, 아주 약간 경사스런 시간이다. 왜냐하면 일주일전부터 해왔던 배낭여행 사이트검색의 반이 완성되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난 처음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검색엔진인 심마니(http://www.simmani.com)에 가서 검색어로 '배낭여행'을 입력했다. 그 결과 나온 사이트의 수는 총 563개. 그렇다 그 중에는 분명히 허접한 것들도 아주 많을 것이며, 이미 폐쇄된 사이트도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마우스클릭과 나의 감(feeling)을 믿을 수밖에..그 후로 오늘까지 내가 '즐겨찾기'에 지정해 둔 사이트는 56개이다. 필터링의 기준은 우선 사이트의 주소와 안내 그리고 타이틀란에 여행사의 조짐이 보이는 곳은 무조건 제외시켰다. 그리고 핵심단어군에서 유럽이 나타나있지 않으면 제외시켰다. 그래서 아마 그 많은 수를 이런 단기간에 1차정리 할 수 있었나 보다.

  이제는 2차검색이다. 즉, 내가 즐겨찾기를 해놓은 곳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아서 걸러 내어서 나의 지식으로 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마도 더 힘든 작업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 만큼 내가 느낄 수 있는 꺼리가 더 많다는 많은 경험자들의 조언을 토대로 용기를 가지려고 한다. 주로 보아야 할 것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사이트의 특성이 '느낌'위주인가 아니면 '정보'위주인가 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민박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의 경우 그것은 느낌은 거의 없고 오직 하우스에 대한 가격과 지리정보, 그리고 예약시스템의 홍보에 열을 올릴 뿐이다. 정반대로 'XX의 홈페이지', 'YY의 유럽여행' 등과 같은 사이트는 멋진 곳들(가끔은 유명하지 않으면서도 멋진 곳을 알려주기도 하는 샘터같은 존재이다.)을 알려주기도 하고, 여행팁에 관해서 주로 알려준다. 그렇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일행과 같은 초보여행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낯선 땅, 그곳은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두가지 방면의 준비! 즉 앞서 언급했던 '느낌'과 '정보'에 대한 깊은 대비가 있다면 우리의 여행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기에 난 조사에 있어서 더욱 흥분되는 것이다.

2000년 7월 7일

 

  오늘밤도 여전히 나는 내가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은 배낭여행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다. 훗, 그러고 보니 오늘이 7월7일이군...칠월칠석날! 맞나?

  지금은 내 방의 컴퓨터에 문제가 있어서(더 정확히는 믿었던 모뎀에 배신당하여) 형의 방에 아주 길게 모뎀선을 연결하여 인터넷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너무나 불안한 관계로 할 수 없이 나는 프로그램을 아주 조심조심 열고 있으며, 사이트도 5개 이상은 무리가 있다. 쩝..ADSL을 까는데 한달이나 걸리다니..

  하루 종일 너무나 더웠는데 어제는 더군다나 우리 집의 배란다를 고치는 마지막날이어서 정말 어머니와 함께 힘들게 보냈다. 그것도 주로 식사를 과일로 간단하게 때웠기 때문에 오후에는 기진맥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더웠으나 피곤했고 그러한 나머지 짜증이 나지도 않았다. 걷기가 힘들었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을까? 어쨌거나 어머니와 난 해냈고, 그 결과 저녁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

  주로 야심한 시각의 생각이 극단적일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주로 낮에 돌이켜 보건데 나 스스로가 자신의 경솔했던 생각의 치우침을 재미있게 느끼곤 하는 것 같다. 어제 새벽에도 그랬는데 이상하게 그것은 오늘 낮에도 그리고 오후에도 항상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보지만 아마도 그건 단순한 순간의 느낌이 아닌, 내가 오래도록 간직해 왔지만 꺼내는 것이 매우 힘겨웠던 슬픔의 결정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슬픔에 대한 강력한 회피가 있었던 지난 몇 년동안 내가 알게 모르게 느꼈던 괴로움이란 지금의 내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후후..그것조차 추억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내 멋대로 상황설정하고 상상하고 단정짓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러한 경솔함의 결과는 참담할 수도 있기에 이번에는 담담하게 상황을 바라보려 한다.(어떠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 순간의 결정만은 나 조차 어찌할 수 없겠지만 뭐..)

  기다림에서 그리움으로 전개되는 순간! 누군가 그러더군...기다림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리움은 영원하다고..그 말을 어디서 꺼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단어란 것이 정말 오묘한게 생각을 끄집어 내면 다 그게 맞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내가 결코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다. 사랑을 직접 하고 있는 사람이 항상 사랑을 아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그래서 난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나의 알게 모르게 쌓여있는 기대감이 언젠가 나타날 현실적인 결과물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불안하다...

  외국 배낭여행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홀로 다니는 여행에 대하여 극찬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당연히 홀로여행의 장점을 쫙 나열했구 말이다. 난 현재 나 이외에 2명과 함께 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단점이 있을 것이구(홀로여행의 단점과 같이..) 난 그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장점을 살리려고 한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해야 할텐데...하긴 나 역시 홀로 여행에 대한 두려움 못지 않게 동경도 강하다.

  현재의 상황은 별 기대도 되지 않는다. 그냥 담담하다. 아직 비행기표가 확정되지 않아서 그런가? 느낌이 없는 것이다. 내가 나간다 그것도 유럽으로~ 말로만 듣던 배낭여행을 군대에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바로 이렇게 그저께 한말이 지금은 그저 담담할 뿐이다. 더위와 습한 기운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일 서점에 갈 수 있다면 그러한 막연함을 조금은 치료할 수 있겠지? 오태호의 노래가 듣고 싶다...

2000년 7월 7일

 

  왠지 모르게 7/7이 좋다는 어제의 느낌을 되살리며 지금 현재 8일임에도 7일자 일기를 써본다. 점차 시간이 흘러 갈수록 나의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어간다. 내가 잘못한 수많은 일들을 알고 있어서 일까? 난 지금의 상황에 만족없는 흡족함을 느끼면서 어느 정도는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불쌍한 신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나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기를 쓴다. 그렇지만 당연히 지금까지 웹서핑을 하고 왔다. 겨우겨우 초창기에 찾아놓은 북마크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한 사이트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좀 힘들었던 것은 그냥 페이지가 아닌 링크사이트를 찾았을 경우이다. 그럴 경우는 참 난감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랴? 하나하나 찾아가봐야지...

  마지막 부분의 링크에는 외국사이트들이 많이 나왔다. 그것도 여행포탈사이트나 검색사이트가 말이다. 영어는 된다손 치더라도 그 많은 나라(약 4~5개국)의 많은 도시들을 어떻게 다 검색한단 말인가!(시간을 주면 가능하겠지..) 그렇게 일?을 보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는 일행은 3명인데 지금의 정보검색을 나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가기도 전에 우리 사이에 금이 간 것은 아니고, 그냥 왠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주 조금 억울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럴 정도로 꽤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메모를 보냈다. 현재 하고 있는 과정을 알려달라고 말이다. 내일쯤이면 답변이 오겠지? 내방의 사정상 형방에서 어렵게 어렵게 통신을 하는 나도 이렇게 하는데...

  오늘 약간 충동구매격을오 몇가지 문화용품?을 샀다. 우선 롯데월드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했다. 원래 서점의 책이란 찾기 힘들기 마련인 것 같다. 학교 서점에서도 그랬고 세종문고, 교보문고(여긴 조금 낫다)에서도 그랬다. 개인적인 일이라 하기엔 서점의 분류체계가 문제가 많다. 특히 지리상 가장 효율적인 세종문고의 경우 단말기의 정보만을 가지고 책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교내서점도 매한가지임!)

  모든 경우를 망라한다 해도 한가지 딱! 그날의 책을 고를 수 있는 경우가 아주 가끔은 있다.(이런 말을 하니 내가 서점-다니기-매니아처럼 느껴진다. 하긴..나 정도면 매니아는 매니아지!) 오늘도 신간서적부분을 배회하다 책을 발견했다. 그런데 아마도 서점의 무리들은 그 책이 인기가 없을 줄 알았나보다. 흔히 신간은 제목이 잘 보이도록 딱하니 눕혀 두는데 그 책은 옆으로 세워놓았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가? 책을 꺼내서 검색했다. 여기서 잠깐! 예전에는 책을 볼땐 머리말을 먼저 보곤했으나 이젠 책의 가격을 먼저 보곤한다. 훗..조금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긴 그랬으니 망정이지 자칫 별 쓸데없는 책을 마구 사들일 수도 있을테니..

  결국 한권 샀다. 소크라테스와 헤르만헤세의 점심..이란 책이다. 제목이 재미있다고? 훗훗 그런데 내용은 그다지 만만하진 않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충동구매한 것은 아니다. 얼마전에 중앙일보의 서평에 나왔던 책이다. 그 글에서는 소크라테스와 헤르만헤세를 철학과 문학에서의 최고의 지성이라고 판단했었다.(내 개인적으로 아는 선배의 말에 의하면 그건 지극히 주관적이라나 모라나~^^)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소크라테스는 잘 모르고, 헤세는 아예 모르기 때문에....

  집에 오는 길에 음반가게에 들렀다. 형식적인 인사처럼 물어보았던 말 '장미정원 나왔어요?' 그렇다. 드디어 나왔다. 별 기대하지 않았던 답변이었지만 너무나 기뻤다. 그리곤 하나 더 찾았다.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란 곡이 들어있는 음반을 찾고 있어다. 내가 그 팝송(재즈..)을 불러보려고 말이다~^^ 그래서 그 음반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해 보이는 누나(나보고 오빠란다! 다음에 꼭 물어봐야지..)가 옴니버스 앨범을 추천해 주었다. 난 옴니버스는 안사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샀다. 그런데 알고보니 오늘은 그 두앨범을 삼으로인해 15개의 쿠폰이 찍히는 날이다. 그래서 하나를 더 얻어야 했다. 그 누나는 많은 앨범을 추천해주셨지만, 난 쉽사리 고를 수 없었다. 훗훗..이런 경우는 참..기쁘면서..

  결국 류이치사카모토의 신보를 샀다. 약 15분 정도의 포만감을 그렇게 마감하면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향했다. 아~그러고 보니 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아직 다 읽으려면 3일은 걸릴텐데..그리고 음반을 3개나 샀으니 이제 그걸 언제 다 음미해야 하나..(언젠가 다 이루어지겠지만..이것 역시 배부른 소리인가?^^)

  아직은 분주함을 느끼지 못하는 여행준비이다. 그래서 일기가 여행에 관한 것보다는 일상적인 것이 많다. 그래,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2000년 7월 27일 새벽..

 

  정말 오랜만에 쓰는 것 같다. 어제 드디어 항공권유레일패스를 완결지었다. 항공권은 케세이 퍼시픽이고 유레일패스는 21일것으로 했다. 사실 케세이 퍼시픽보다는 15만원이 싸다고 생각했었던 싱가포르항공을 원했으나 다시 들어보니 90만원, 즉 5만원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았고 또 확실히 된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홍콩의 비행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유레일패스도 정말 15일것으로 끊어서 약100불정도를 아껴보려 했지만 꽤 고심한 끝에 21일것으로 끊었다. 여행에 대한 주관적인 책임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부모님께 미안함과 함께 그 이상의 고마움을 느꼈다.

  어제 비행기표를 확인하러 강남역근처의 여행사에 가기 전에 정욱형, 태현이와 함께 동대문에서 배낭도 사고 모자와 선글라스도 샀다. 충동구매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해도 사실 필요한 것을 산 것이다. 하지만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을지는 참 의문이 든다. 내가 산 모자중에 아마 가장 멋진 모자가 아닐까 싶다. 배낭은 내가 선호하는 상표를 샀다. 하지만 조금 작은 느낌이 든다. 후후 그래도 짐을 조금 넣으면 될테지..그리고 내가 그 가방을 나중에도 쓸 생각을 한다면~^^

  오늘은 마그넷에 큰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사실 별 볼일없었다. 어떻게 손전등하나 없을 수가 있을까? 결국 마그넷에서는 껌5통만 달랑 샀다. 헤헤..그리고 정작 필요한 것은 동네에서 샀다. 다이어리 속지, 자물쇠, 손전등(손전등이 자물쇠와 함께 가장 마음에 든다)

  이제 내일 모레면 출발이다. 금요일날 출발하는 것이다. 정욱이 형은 목요일날 가셔서 우리와 하루 늦게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약간 걱정이다. 왜냐하면 정욱형과의 접선장소인 샤를 드골 에뜨와르?라는 역이 매우 큰(우리나라의 서울역과 같은) 광장이라 하기때문에..물론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기로 했지만 과연 이메일을 내가 확인을 하고 갈 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쩝...

  지금의 심정은 잘 모르겠다. 우선적으로 서울은 덥다. 그리고 내방도 덥다. 더울때는 흔히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던데..맞나?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의 심정은 엠티가기전과 비슷한 마음이다. 내가 이렇게 여유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나? 참 기쁘다. 왜냐하면 일주일 정도 전에만 해도 많이 불안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나가보는 유럽, 그리고 외국인들! 하지만 지금은 편하다. 그래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다.

  이제는 몸관리를 잘 해야겠다. 최근에 아침을 먹고 배가 아픈적이 꽤 있어서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나아지는 기분이다.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되겠지? 여권에 대한 여러 가지 대비도 하고 복사본도 만들고 하면서 하루가 가겠지 후후..하지만 이제 시작이니 난 절대 굳히지 않으리..

2000년7월28일새벽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드디어 오늘 떠나는 것이다. 준비는 거의 끝났다. 준비의 완료란 있을 수 없기에...

이제 자야한다..후후..

 

글이 짧다고 아쉬워마라..난 더 이상 할말이 없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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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

Posted 2008. 8. 21. 15:52, Filed under: Ex-Homepage/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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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Posted 2008. 8. 21. 15:52,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오늘은 A표 안경을 꺼내세요..난 그것을 통해 당신을

보겠어요..매우 흐릿하게 보이지만 난 아무 상관없답

니다. 내가 단지 A로 볼 뿐이지 오늘 역시 단정스런 보

라색 상하의를 입고 있는 당신이 달라지지는 않을 테

니까요...

  그러다가 언젠가 난 B의 안경을 꺼내 쓸 것입니다. 그

리곤 다시 당신을 찾을 겁니다. 그때는 당신 역시 A를 통

했던 그 느낌 그대로일 수는 없을지 몰라도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그 눈빛 하나만은 영원할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기쁘답니다...

  마지막에 나의 시력이 소멸하는 그 날이 온다해도 난, 차

분히 실명의 순간을 맞이하는 때라 할지라도 나의 온 마음

의 눈까지 뭉쳐뭉쳐 오로지 당신 가운데 한 빛을 보겠습니

다...그것이 당신에 대한 배려일 테니까요...

  그렇게 당신을...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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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생긴 일

Posted 2008. 8. 21. 15:51,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오늘의 일기..


1999년 10월 25일..

제목: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P.M. 4시 40분 무렵, 나는 두가지 가능성 때문에 꽤 고심했다.

이 수업이 끝날 예정인 4시 50분에.. 집으로 갈건지 학교 도서관

으로 갈건지. 물론 오늘 오전과 오후에 걸쳐본 마지막 시험을 기

하여 99년 가을의 중간고사는 일단락 되었지만, 오늘의 것을 포

함해서 그 동안의 것들 또한 결과에 썩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서관

을 갈까 했던 것이다.

  내 머리에선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집에 가면 맛없는

저녁식사와 내 나약한 의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에

간다면 이따가 (아마도) 밤에 집에 돌아갈 때 아파트 입구에서

파는 닭꼬치와 오뎅, 특히 오뎅국물을 먹을 수 있다. 이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최근 2번이나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물론

먹는 것만!) 이 생각은 나에게 도서관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오전에 버거킹에서 먹었던 블랙커피 한잔이 방어에 나섰다.

왠지 모르게 커피는 효과적이다. 그것이 설사 플라시보효과라 할지

라도 말이다. 연속된 두 수업때 상당히 머리가 아팠다. 커피만 아니었

어도 졸았을 것이다. 고마우건지 안 고마운 건지 결국엔 계속 깨어

있었고 동시에 머리가 아팠다...

  지하철에서의 잠은 달콤하다. (물론 그 잠에서 깨면 80% 정도는 몸

이 뻑적지근~하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선 가끔 나의 학교가 잠실이

아닌 신촌에 있단 점에 고맙다. 신촌과 홍대입구 사이에 지진이라도

나서 철로가 끊긴다면 '지하철에 앉으려는 나'에겐 금상첨화겠지만

그래도 좀 덜 늦은 오후시간대엔 신촌에서 줄만 잘 서면 대게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러했다. 마침 지하철 표를 체크했을 때 열차가 떠난 것이다.

환상의 타이밍 중 한 경우다. 지금 내려가면 아마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역시 그랬다..

  우선 지하철 타는 곳으로 내려오면 나는 더 분주해진다. 왜냐하면 아직

각 라인의 선두가 없는 곳에 줄을 서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경우는

라인이 빈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되도록 이면 계단 근처에선

멀어져야 한다. 사람이 행여나 내리면 자리를 놓칠 수 있다. 설사 신촌이라

해도 말이다.(아줌마 정신!)

  어쨌든 오늘도 난 자리에 앉았다. 제일 좋다는 끝자리로 말이다. 이제 달

콤하게 잠만 자면 되는 것이다. 와~

  이미 내가 이 글을 쓸 때부터 짐작을 했겠지만, 단 3정거장을 스치는 동안

눈만 감고 있었다. 흠..정말이다.(이글은 지하철 안에서 쓰는 중이다..)

  신촌에서 이대까지 가는 동안 잠이 못 든 것은 내 잘못이다. 커피효과와 자리

를 잡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조금전까지 움직였기 때문인지 잠이

안왔다. 그래서 책을 보았다. 약 2정거장을 지나자 조금씩 눈꺼풀에 반응이

왔다. 그래서 책을 집어넣고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붙였다. 이제 입만 벌어지

지 않게 조심한다면 그리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잠실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을지로 입구부터였다. 문이 열리고 몇몇 승객이 올라탔다. 그런데 갑자

기 안내방송에서 신호정지로 인해 잠시 멈춘다고 했고, 그 잠시동안 꽤 많은

(아마도 '잠시가 아닌 때보다도 더 많은')수의 승객이 지하철에 올랐다. 안전

운행을 위한 것이었다 여기고 난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 앞과 옆에 서신 아주머니 두분! 아주머니라기 보

다는 할머니에 더 가까운 듯 했다. 난 망설였다. 평상시 같았으면 곧바로 자리를

양보했겠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또 망설였다. 그리곤 결심했다. 한양대 입

구에서 난 이 자리를 뜨리라...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내 조금전의 결심을 비웃듯 내 바로 앞에

서계신 아주머니는 나를 원망스런 눈빛 또는 ' 젊은 것이 자리에 앉아있냐!'란

듯한 얼굴로 나를 보고 계신 것이다. (여기까지 나의 생각) 일련의 보고 느

낀 바에 의하여 난 동대문 운동장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아주머니의

붉은 립스틱까지 눈에 거슬렸다..

  또 다른 일도 있었다. 검은색 핸드백을 가지고 계셨던 아주머니, 난 당신께 자

리를 양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터치(두 번 손으로 쳐서 불렀건만)에도 불구

하고 그 아주머니는 내 왼쪽에 서계셨다. 그리곤 동시에 핸드백을 내 어깨와

머리에 올려놓듯 기대었다. 곧 눈치를 채면 치우리라 했건만 그 아주머니께서는

오히려 당신의 엉덩이까지 내쪽으로 더 밀어넣으셨다. 난 몸을 옆으로 최대한 비

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순간 내가 자리를 양보했으면 좀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내가 당한 일이 너무 불쾌했다. 때마침 안내방송으로 '승객에게 불편한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나왔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립스틱 아주머니와 핸드백 아주머니와의 밀고 밀리는 신경전 끝에 결국 립스틱

아주머니는 내 맞은편 좌석에 앉고 핸드백 아주머니는 성내역에서 내리셨다. 결국

잠실에 왔지만 난 머리가 더 아파온다. 그냥 아파트 입구에서 꼬치하고 오뎅이나

먹어야겠다.

오늘의 느낀점: 1. 난 너무 사소한 것을 확대해석한다.

                      2. 난 양보심이 별로다.

                      3. 난 너무 자주 머리가 아프고, 그러나 그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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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연인

Posted 2008. 8. 21. 15:50, Filed under: Ex-Homepage/Essay

몰랐으면 하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의 기분이 드는군요...

사람의 상상력은 매우 위험한 것 같군요...

특히 집요한 사람의 것은 더욱더...

지금은 박스가 되어...창고에 차곡 차곡 쌓여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아주 조용히 말입니다...

마음의 상처는...치유될 수는 있지만 완쾌는 될 수 없다고 하더

군요...그런 격이네요...아직까지 입원중인 거라고 봅니다...

언제 밝게 퇴원을 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학교에 있는 동산에 가면...기다란 의자가 몇 개...둥그런 의자가

두개...그리고 돌로된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어제는 긴 의자, 오늘

은 돌로된 의자에 앉았습니다...

툭...툭...도토리가 떨어지는 계절인가 봅니다...

하나 줏어보니...참 단단하게 생겼더군요...그리고 그 안도...

도토리가 떨어진다는 것은...나무로부터 독립을 하는겁니다...

우선 떨어지는 것은, 도토리가 아닌...정확히는 도토리를 감싸고 있는

뚜껑부분입니다...그 뚜껑이 덮어진 채 도토리는 낙하하는 것입니다...

때맞춰 아래에 있는 많은 자갈들에 의해서...그 뚜껑은 분리가 됩니다..

제가 본 8개의 '추락도토리'에 의하면...대부분이 뚜껑과 도토리는 정 반

대 방향으로 튀더군요...일년여 동안 꼭 붙어서 지내온 그 둘이 왜 정반

대로 가야하는지...알 수는 없지만 알고 싶지 않습니다...

하필 제 앞에 하나가 굴러왔습니다...이미 3~4명의 자갈과 인사를 나누었는

지...깨끗한 겉이 많이 다쳐있더군요...

혹시 그것 아시나요? 도토리 머리는 대머리인거...

하얀 대머리이죠...하얀...

볼펜을 꺼내서 그 위에 숫자를 적었습니다...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더불어 날짜도 적었습니다...

"너에게 이 선물을 주기로 마음먹은 날이 바로 오늘 이란다..."

...운이 좋게도...한번에 쓰여지더군요...

오로지 하나만 생각했다가...다른 것도 주웠습니다...마구..순차적으로...

줍는 즉시 번호를 매겼습니다...옆에서 비닐봉

지를 들고 도토리를 주으시던...파마머리 아주머니께서 인상을 쓰셨습니다..

.자신의 영역에 들어왔다 이겁니다...무서웠습니다...그래서 안경을 썼습니

다...바로 아주머니 옆에 있던 한놈을 잽싸게 집었습니다...승리의 미소...

"넌 다행인줄 알아라...묵대신 선물이 될 것이야..."

...그 날 저녁...어머니께 들은 바에 의하면...저의 의도와 달리 도토리는

경제적인 가치는 없다고 하더군요...거의 대부분...믹서기로 갈아서...묵을

만드다고 하셨습니다...

7까지 쓰자...번호를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8이란 숫자가 있다는

사실은 물론 압니다...하지만 8번째 도토리는 싫었습니다...이유는 없습니다

...7이 행운의 숫자라고 믿었었던 무의식이 작용을 했는지도 모르지만요...

그 날의 하이라이트는...

머리가 있는 도토리였습니다...추락의 아픔에도 꿋꿋하게 헤어지지 않았던

그 하나의 도토리...처음 본 순간 생각나는 것은 제가 과외를 하는 학생의

머리였습니다...물론 그 학생이 그러한 머리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했다간...

정학감이지만요...사실 그 학생의 머리가 도토리 비슷하거든요...

앞으로 한번 만날 것이라 예상되는 그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별명을...

맨발대신 도토리도 붙여주고 싶습니다...

"여기에 눈을 그리면...선물로 제격이겠어..."

잠시 눈이 확 뜨이더군요...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이 둘..이 천생연분인

이 둘을 어떻게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갈 것인지가요...

최종 도토리가드는 주머니를 제치고...필통이 되었습니다...그 날밤...

저는 도토리가 들어있는 필통을 잠시 잊고...도토리 연인을 빼주지 않았습니

다...다음날 아침...무지 흔들리는 필통속에서...그 연인은 눈물의 이별을

했습니다...저의 잘못입니다...제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그래서 차마

뚜껑...아니 머리카락 부분을 버리지 못했습니다...헤어지자 전혀 다른 뚜껑

과 다른 바 없던 그것을...저는 주머니에 계속 가지고 다녔습니다..오늘 하

루 종일 말입니다...계속 울더군요...가루가 되어가는 중이었습니다...

한번 정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어느 뚜껑을 찾더라도...그리고 어떠한

도토리에 그것을 끼워 맞추더라도...잘 맞습니다...아니...그 둘은 서로 관

심조차 없을지도..혹은 서로 예전에 원수 지간이었다 해도..우리의 인식으론

알 수가 없는 것이겠죠...

하지만...천생연분이었다고 믿어지는 그 하나가 있을 수 있습니다...겉으론

다른 것들과 다를 바 없지만...겉이 아닌 것으로 느끼는 그 뭔가가 있다고

느꼈습니다...마치 인간처럼...

가방 앞의 작은 보조 주머니..속에는 이름 없는 도토리가 몇개 있습니다...

그리고 1부터 7까지 숫자가 적힌 도토리가 있습니다...그리고 주머니엔...

헤어진 연인이 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얼마 정도까진 그 싱그러움을 그대로 간직할 것만 같은 도토

리 가족들...(나의 마음이 들어간 그 순간부터 제 가족입니다...)

저는 이것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예정입니다...갯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

에...조금씩 조금씩 해야겠지요...이미 번호없던 하나는...선물이 되었습니

다...그 도토리 소년에게 주었지요...다음주 월요일부터 중간고사를 본다고

그래서요...제가 물었습니다...

"부적을 믿니?"

"네"

...이거 부적이야...

제가 머리 부분에 도토리 군의 이름을 썼습니다...그리곤 지우개로 지웠습니

다...물론 도토리 신이 도토리 군을 도와주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그러

기엔 도토리 신의 파워가 너무 약하거든요...

도토리의 신선함도 한계가 있습니다...회귀...

언젠가 헤어질때를 알아야 하는거...할 수 없지만 해야하는거...그것이 이별

이라고 봅니다...마치 사람처럼...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

착하는 것은 인간에게 부여된 가장 아름다운 어리석음이라 생각합니다...

도토리의 차가운 매력 또한...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도토리를 다음에 받을 주자는 강아지입니다...대가 없는 사랑...그리고 바보

사랑을 주는 나의 강아지...나도 한마리 강아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오

늘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잠시 생각했습니다...지하철에서 읽은 책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나 보네요...

누군가에게 뭔가를 난 할꺼야라고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잠시 그 말을

잊고 살지만...다시 생각이 나면 제 자신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일은 진행중이라고 생각합니다...왜햐나면...습작이란 것

이 있기때문이지요...

혹시 도토리 나무 아래에 있는...여러 가지 잡다한 것을 보셨는지...

제가 오늘 본 바에 의하면...고운 모래에 약간은 거칠은 황토흙...거기에

더해져 있는 인위적으로 떨어졌을 것만 같은 변색된 나뭇잎 몇개...또 그 위

를 힘차게 걸어가는 개미들...아...나뭇가지 몇조각을 빼먹을 뻔 했군요...

그러한 것들을 보자 갑자기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디지털 카

메라가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하지만 지금 몇줄의 글로

인해 다시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군요...그렇군요..오히려 이것이 더 나을런

지도 모르겠네요...다시는 볼 수 없는 그 모습을 영원히 그 한순간의 기억필

름으로 새겨두는 것이...그것을 잊기 바로 직전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거리란 반드시 필요한...슬프게도 필요한...아쉽게도 필요한 것이겠지요...

아직 그 거리를 만들기엔 제가 너무나 연약하다고 느껴집니다...그래서 강아

지가 부럽고...도토리 연인이 부러웠던 겁니다...

                                                            ..........1999/10/01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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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자르기

Posted 2008. 8. 21. 15:49, Filed under: Ex-Homepage/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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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0

Posted 2008. 8. 21. 15:47, Filed under: Ex-Homepage/Essay

<<백지..>>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도 난 너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무엇이 널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진 몰라도
왠지 너를 생각할때면 그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슬프고

하지만 아련히 떠오른 모습이
여전히 그대로 나에게 다가온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다가올땐 그것을
마음이 찢어지는 한이 있다해도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
마음을 덜어버려 종국엔 허탈한 웃음만 남긴다는 것을 상상하며
나는 스스로 찢고있는 중

그래난 어쩌면 너에게 그리고 넌내게
운명적인 상처를 주고 떠난것 처럼 우리 절대 다시는
볼수 없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더이상 슬퍼한단 것이야말로
너를 아프게한 나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쓰라린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생각하기에 오늘부로
난 커다란 결심을 하게된 것같다

이제는 노래의 가사가 이해된다
믿었던 모든 것이 부질없이 사라지면
나또한 그것에 따라 적응해 가기가 이렇게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것일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이제는 난 어렴풋이 알수가 있는것 같고 그렇게 되어간단 느낌이다

기억의 일부는 지울수 없겠지
나역시 그점을 부정할 수없고
그래서 이제는 그기억 일부를 저멀리 가슴한 구석에
차분히 수장할 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고요히 가라앉음을 바라보는 유족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98년 11월에 느낀 마음을 99년 10월에야 쓸 수 있었음에 서글프다<<0>>

p.s. 저의 마음을 나타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자꾸 무언가에 미안한 생각이 들면 이상한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미안한 생각이 드는지..

  누군가에게도 미안하고 제 자신에게도 미안하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앞으로는 좀 덜 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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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편의 이야기

Posted 2008. 8. 21. 15:46,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시인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지 매우 궁금했었다.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시인의 삶을 알게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서 그 시인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면 무슨 기분일지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시집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 그러한 이유는 내 잘못 반, 내 잘못이

아닌 것이 반이라고 본다. 나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딱히 맘에 드는 시인(시가

아닌)을 찾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 몇 편 정도는 쏙

마음에 드는 것을 읽었느냐하면 그것 또한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친구들처럼 화려한 연애시를 볼 때면 나 또한 로맨티스트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에 남는 것은 없었다. 단지 그 때 그 순간만의 기억뿐(그것조차

가물거린다).어떻게 보면 그것이 속편한 시의 감상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그대로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보편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는 쉬운

일일 거라 생각한다.

  시험 주간에서 거의 모든 시험이 월요일에 끝이 났기 때문에 화요일 오전에

송파 도서관에 갔다. 좀더 많은 작가들의 더욱 다양한 시들을 접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시집에는 돈을 들이지 않는 내 버릇 때문에 간 이유가 더 크다.

독서에 있어서의 나의 주된 관심사는 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처음 시집이 많은 곳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매우 작은 책들이다라는 거였다. 그리고 또 매우 많은 시인이 있다는 것도

느꼈다.

  시와 시인에 대해서 문외한인 내게 선뜻 들어오는 책은 없었다. 제목만 봐도

끌리는 것이 대부분이었을 정도로 참신한 이름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몇

권 정도 그러한 책들을 살펴보니 십중팔구 사랑이야기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랑이야기는 가볍다. 물론 내가 사랑에 대하여 편견을 가진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주제 말고도 어두운 습지에 묻혀있는 많은

것들이 있고 그러한 것들은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난 내

관심의 얼마만이라도 그러한 곳에 주고 싶었으며 시를 고르는 데에도

적용시켰던 것이다. 결국 도서관에서의 시집 선정에서부터 난관이었다.

  그러다가 백석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백석의 시를 처음 알게된 것은 고등학교때 '여승'과 '고향'이란 시를 수업

중에 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때는 단지 문제를 풀기 위한 정도였고,

그러다가 다시 백석이란 이름을 들었던 것은 작년 교양 국어 수업 시간에

친구와 이야기를 했었을 때였다. 당시 좋아하는 소설, 수필, 시, 영화 등의

감상을 말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 학생이 백석의 시를 낭독했었다.

그때의 기억이라곤 당시 발표자가 언급했었던 '백석'이란 이름이

'흰돌'이라는 의미라고 했던 것 뿐 이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 나의

기억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뽑았다. 그리곤 대출을 했다. 시집 전면에 있는 백석의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잔잔한 미소와 투명한 눈빛, 그리고 개성있는

머리스타일에 난 더욱 호기심을 가졌었던 것이다.

시집 전체에 나와 있는 시를 다 읽고 싶었으며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다행히 시간은 충분했고 관심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물론 아래에 주석이 있었지만 어휘가 너무 어려웠다. 특히 다

읽고 나서 문맥적인 의미는 파악이 되었으나 내포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감조차 못 잡은 시도 몇 편 있었다. 그렇지만 대체로 만족이었다.

대체로라 한 것은 일주일의 기간으로 그의 시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래도 만족한 것은 약간의 갈증이 해소되어서인 것 같다.

2번의 정독 중에 고른 것은 7편이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수라','내가 생각하는 것은','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설    의','마을은 맨천 귀신이 돼서','늙은 갈대의 독백'

그러나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그 중에서 다시 2편을

뽑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과 '설의'였다.

 

1.


     



'고독함'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시인이 이 시를 지을 때의 고독한

심정을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세 자리 수의 나이가 들 때까지는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벌써 20%의 삶을 살은 것이다. 그 와중에 최근의 1년

6개월 가량의 시간은 나에게 방황과 고독의 시간이었다고 본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이러한 것은 젊은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고뇌면서 또한 내

개인적인 상황과 내 자신의 성격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거미줄과 같은

고독이다. 이 시를 감상할 때면 이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의 실제 삶에

있었음을, 있음을 그리고 있을 것임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나는 그의 말대로

'가슴가가 뜨거워 짐'을 잠시나마 느낀다.

이 시는 나에게 오로지 현실 인식만을 하라고 말한다. 마치 동물원에서처럼

한발자국 나로부터 떨어져서 관조하라 한다. 이런 명령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묵묵히 따르는 것은 내가 어느 정도의 허무주의에 심취해 있는 것도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가정도 해본다. 만약에 백석이 이러 이러한 방법으로

지금의 방황을 타파하라고 말했다면, 이 시를 지금처럼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다. 훈계조의 말투가 싫은 것이 아니라 인위적임이 싫기 때문이다.

백석은 결코 고독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그 시인 스스로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함에 대해 아쉬워한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다. 그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배가

항해하도록 놔두는 것이다. 고독과의 대화,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숨쉬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내가 아닌 그가 위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읽고 있는 책은 '하루키 문학수첩'이다. 얼마 전에 서점에서

할인판매를 해서 충동구매로 산 3권의 책 중의 하나인데, 백석의 시와

하루키의 작품을 동시에 읽게 된 것이다. 우연찮게도 그 둘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은 고독을 즐긴다. 나아가서 그것을 다룰 줄 아는 것 같고

그래서 난 그들을 존경한다. 나 스스로는 아직 고독과 동반자인 관계일 뿐 그

이상의 단계는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이 시에는 정 반대되는 두 존재가 있는 것 같다. 외로움과

눈물이다. 외로움이 있기에 눈물이 흐르는 것이고, 눈물로 인하여 외로움은

승화되는 것 처럼 느껴진다.

 

2.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아직도 이 시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시를 읽는

것은 영화 한편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를 느낄 때면

어떠한 장면도 생각하기가 그렇게 힘들다. 가까스로 생각나는 것은 하얀 눈

내린 적막한 평원에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몇 방울의 물기정도이다. 이

시는 앞의 시에서의 '고독'이란 주제와는 거리가 있으며, 그러한 점이 백석의

시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어떤 백지가 있다. 말 그대로 점하나 없는 하얀 종이가 있는데, 거기에 검은

색 사인펜으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린다. 그리고 나서 그것을 가지고 신촌의

거리에 나선다. 학교 앞에 횡단 보도의 중간에 서서 신호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그 종이를 손에 들고 위로 치켜세운다. 그리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사람들, 그들의 눈이 바로 그 흰 종이의 검은 원을

주시할 것이다. 바로 그때 검은 원이 느끼는 기분을 몇 방울의 물기는 느꼈을

것만 같다. 이것이 혹시 그가 사랑했던 어는 한 여인을 위한 시라고 해도

내가 이 시를 감상하는 데에 그다지 상관은 없다. 나에게 있어서의 관심은 그

여인보다는 그 여인의 가슴속 한가운데의 빛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시인에겐 약간 미안하지만) 내 마음껏 해석을 하니 어찌보면

'설의'란 꼭 방금 전에 나온 듯 뜨거운, 젤라틴으로 된 나의 마음 같기도

하다. 엔트로피의 법칙이 너무나 싫을 때가 지금이다. 차가운 눈도 뜨거운

젤라틴도 녹으며 식는다. 백석은 나에게 '눈은 녹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세속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 듯하다.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쉽게 인정하기 싫었다. 어쩌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나의 이기주의란 참 우스웠다. 심지어는 착한 일을 했어도 스스로 현실을

부정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내가 잘못을 해도 '미안'이란 말

한마디를 못해서 안타까웠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난 미안함을

예전보다는 쉽게 표현한다. 물론 그 안에는 진심을 포함시켜서 말이다.

그것이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대한 또 나에 대한 적응, 그것이 나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넘치는 것도 모자란 것도 제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 삶의 이치'라는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하기 때문에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인다. 나 자신조차도 완벽히 소유할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것보다는

기쁜 것이다. 물론 아프게 기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설의'를 느낄 때면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은 듯 하다. 한계가 있는 기쁨을 수용하는 것도 때로는

좋은 인생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우칠 수

있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시집과 그의 평전을 몇 권 더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그의 생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삶을 살았길래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백석은 아웃사이더였다. 정열을 가슴에 담아둔 아웃사이더였던 것이다. 나

역시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과의 교감은 중요하지만 세상에는 혼자서

생각하기만도 벅찰 정도로 많은 가치가 있다고 말이다. 특히 나에게 있어서

최근은 더하다. 가끔 이런 내 자신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지만 왠지 가만히

놔둬야 할 것 같아 그대로 둔다. 이런 와중에 백석의 시를 만난 것은 적잖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뽑아서 수용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의

시와 그의 사상이 내 맘에 들기 때문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백석을 천재시인이라고 한다고 들었다. 난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말이 잘 통하는 옆집형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그만큼 수수하게 느껴졌다.

삶을 사는 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안경을 갈아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듯하다. 다양한 안경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해

보인다. 나 또한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백석의 시를 느꼈던 안경은 20대에

막 들어서면서 쓰게된 안경이다. 점차 시력은 나빠지겠지만, 실명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지금의 이 기분을 잊지는 못할 것이며 왠지 이 안경이 앞으로

당분간의 나의 시력을 지켜줄 것만 같다.
             
p.s. 이번에 이것에 관한 숙제를 내는 것이 있어서 쓴 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좀 (많이) 긴 것 같습니다..^^;;

    또 막쓴 티도 많인 나고요...-_-;

   오늘도 좋은 하루되시길...


                                                                                -199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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