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생긴 일

Posted 2008. 8. 21. 15:51,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오늘의 일기..


1999년 10월 25일..

제목: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P.M. 4시 40분 무렵, 나는 두가지 가능성 때문에 꽤 고심했다.

이 수업이 끝날 예정인 4시 50분에.. 집으로 갈건지 학교 도서관

으로 갈건지. 물론 오늘 오전과 오후에 걸쳐본 마지막 시험을 기

하여 99년 가을의 중간고사는 일단락 되었지만, 오늘의 것을 포

함해서 그 동안의 것들 또한 결과에 썩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서관

을 갈까 했던 것이다.

  내 머리에선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집에 가면 맛없는

저녁식사와 내 나약한 의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에

간다면 이따가 (아마도) 밤에 집에 돌아갈 때 아파트 입구에서

파는 닭꼬치와 오뎅, 특히 오뎅국물을 먹을 수 있다. 이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최근 2번이나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물론

먹는 것만!) 이 생각은 나에게 도서관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오전에 버거킹에서 먹었던 블랙커피 한잔이 방어에 나섰다.

왠지 모르게 커피는 효과적이다. 그것이 설사 플라시보효과라 할지

라도 말이다. 연속된 두 수업때 상당히 머리가 아팠다. 커피만 아니었

어도 졸았을 것이다. 고마우건지 안 고마운 건지 결국엔 계속 깨어

있었고 동시에 머리가 아팠다...

  지하철에서의 잠은 달콤하다. (물론 그 잠에서 깨면 80% 정도는 몸

이 뻑적지근~하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선 가끔 나의 학교가 잠실이

아닌 신촌에 있단 점에 고맙다. 신촌과 홍대입구 사이에 지진이라도

나서 철로가 끊긴다면 '지하철에 앉으려는 나'에겐 금상첨화겠지만

그래도 좀 덜 늦은 오후시간대엔 신촌에서 줄만 잘 서면 대게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러했다. 마침 지하철 표를 체크했을 때 열차가 떠난 것이다.

환상의 타이밍 중 한 경우다. 지금 내려가면 아마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역시 그랬다..

  우선 지하철 타는 곳으로 내려오면 나는 더 분주해진다. 왜냐하면 아직

각 라인의 선두가 없는 곳에 줄을 서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경우는

라인이 빈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되도록 이면 계단 근처에선

멀어져야 한다. 사람이 행여나 내리면 자리를 놓칠 수 있다. 설사 신촌이라

해도 말이다.(아줌마 정신!)

  어쨌든 오늘도 난 자리에 앉았다. 제일 좋다는 끝자리로 말이다. 이제 달

콤하게 잠만 자면 되는 것이다. 와~

  이미 내가 이 글을 쓸 때부터 짐작을 했겠지만, 단 3정거장을 스치는 동안

눈만 감고 있었다. 흠..정말이다.(이글은 지하철 안에서 쓰는 중이다..)

  신촌에서 이대까지 가는 동안 잠이 못 든 것은 내 잘못이다. 커피효과와 자리

를 잡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조금전까지 움직였기 때문인지 잠이

안왔다. 그래서 책을 보았다. 약 2정거장을 지나자 조금씩 눈꺼풀에 반응이

왔다. 그래서 책을 집어넣고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붙였다. 이제 입만 벌어지

지 않게 조심한다면 그리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잠실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을지로 입구부터였다. 문이 열리고 몇몇 승객이 올라탔다. 그런데 갑자

기 안내방송에서 신호정지로 인해 잠시 멈춘다고 했고, 그 잠시동안 꽤 많은

(아마도 '잠시가 아닌 때보다도 더 많은')수의 승객이 지하철에 올랐다. 안전

운행을 위한 것이었다 여기고 난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 앞과 옆에 서신 아주머니 두분! 아주머니라기 보

다는 할머니에 더 가까운 듯 했다. 난 망설였다. 평상시 같았으면 곧바로 자리를

양보했겠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했다. 또 망설였다. 그리곤 결심했다. 한양대 입

구에서 난 이 자리를 뜨리라...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내 조금전의 결심을 비웃듯 내 바로 앞에

서계신 아주머니는 나를 원망스런 눈빛 또는 ' 젊은 것이 자리에 앉아있냐!'란

듯한 얼굴로 나를 보고 계신 것이다. (여기까지 나의 생각) 일련의 보고 느

낀 바에 의하여 난 동대문 운동장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아주머니의

붉은 립스틱까지 눈에 거슬렸다..

  또 다른 일도 있었다. 검은색 핸드백을 가지고 계셨던 아주머니, 난 당신께 자

리를 양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터치(두 번 손으로 쳐서 불렀건만)에도 불구

하고 그 아주머니는 내 왼쪽에 서계셨다. 그리곤 동시에 핸드백을 내 어깨와

머리에 올려놓듯 기대었다. 곧 눈치를 채면 치우리라 했건만 그 아주머니께서는

오히려 당신의 엉덩이까지 내쪽으로 더 밀어넣으셨다. 난 몸을 옆으로 최대한 비

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순간 내가 자리를 양보했으면 좀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내가 당한 일이 너무 불쾌했다. 때마침 안내방송으로 '승객에게 불편한

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나왔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립스틱 아주머니와 핸드백 아주머니와의 밀고 밀리는 신경전 끝에 결국 립스틱

아주머니는 내 맞은편 좌석에 앉고 핸드백 아주머니는 성내역에서 내리셨다. 결국

잠실에 왔지만 난 머리가 더 아파온다. 그냥 아파트 입구에서 꼬치하고 오뎅이나

먹어야겠다.

오늘의 느낀점: 1. 난 너무 사소한 것을 확대해석한다.

                      2. 난 양보심이 별로다.

                      3. 난 너무 자주 머리가 아프고, 그러나 그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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