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악의 이해

Posted 2008. 8. 21. 15:55, Filed under: Ex-Homepage/Essay

 1999년 글과 삶시간의 리포트입니다..그리고
진짜진짜 궁금하면 읽어보세요...좀 길거든요~^^;;그때는 정말 많
은양의 음악을 듣곤 했었죠. Rock, Pop, Jpop 등등..

 지금은 음악을 거의 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안타까운 점이죠..

그 당시와 지금 많이 달라진 점은! 우선 가요계에 댄스가수가 많이 사
라졌단점...(요즘은 대신에 점차 옷을 벗는 추세죠..) 그리고 일본에
진출하는 가수가 많아 졌다는 점등이 있겠네요~! 보아 화이팅!!

  리포트는 이걸로 끝입니다..다른 것들은 그냥 디스켓에 보관을..^^


  *이 글은 전적으로 저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서론...


  이번 글과 삶의 주제는 대중문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처음에는 그냥 음악, 특히 한국 가요를 좋아하고 옛날부터 많이 들어왔으니까 가지고 있는 앨범들의 자켓에 있는 노랫말을 분석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대중가요의 가사란 거의 다가 사랑에 관한 것뿐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어떻게 보면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에(나는 댄스가수는 혐오한다.) 내가 그 일을 함으로써 의도하고자 하는 바, 즉 나름대로의 한국가요 노랫말 분석이란 것을 정확히 해낼 수 없을 가능성이 컸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른 주제를 찾기로 했다.

  대중문화에는 영화, 드라마, 연극 등 타분야도 매우 많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약간은 광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분야는 역시 가요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최근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한 일본음악에 대한 생각과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한국가요의 대응 및 전략에 대해 쓰기로 했다.

  나는 일본음악도 꽤 듣는다. 처음 들었던 것은 X란 그룹의 Endless Rain이란 곡이었다. 아마 내 또래의 대학생은 거의 다 이름이라도 들어봄직한 노래였다. 그 이후에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노래란 것을 거의 듣지 못했기 때문에 한동안 전혀 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또 통신을 하게 되면서 일본음악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가사는 그냥 뭐라고 그러는구나, 아니면 중간 중간에 나오는 짧은 영어소리 몇 소절정도 아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일본음악들의 멜로디가 좋아서 자주 듣는 편이다.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나같이 일본음악을 즐기는 사람을 쪽발이로 매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 일본음악에 대한 개방의 문을 열고 있는 시작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음악을 즐기는 한국인은 매우 많다. 일제 정식 판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밀수, OEM제품(제3국 제작) 등으로 들어오거나 무엇보다 인터넷과 PC통신의 발달은 일본음악 매니아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참고로 1999년 4월 29일 현재 내가 가입한 동호회를 비교해 보면, '일본음악동호회'의 회원수는 1241명임에 비해 '음악마을'이라는 가장 규모가 큰 음악관련 동호회의 회원수는 1170명이었다. 물론 여러개의 음악 동호회가 더 존재하고, 회원가입을 한 인원만을 가지고 따진다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와 같이 일본음악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이 많다는 사실이다.

  단지 일본노래 몇십 곡을 들어본 것 밖에는 일본음악에 대해 무지한 나이지만,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했다.


♥본론...


1. 일본음악에 대한 소개

  일본음악의 대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장르의 다양성

   ㉯. 장르의 계속성

   ㉰. 모방으로부터의 시작


   ㉮. 장르의 다양성

  내가 가입한 일본음악동호회의 장르구분을 보면, J-POP/J-ROCK/비주얼계열/애니음악 이렇게 4가지 종류로 규정했다. 그러나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본음악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하위 장르가 있다. 계속적으로 새 장르가 탄생하고 있으며, 인기가 없으면 다시 사라지고, 반응이 좋으면 나중에 큰 장르를 하나 더 형성하는 식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요즘 일본 역시 댄스뮤직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여타 장르에서 다양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일본 대중음악을 발전시키는 중요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레코드업자, 방송, 뮤지션, 관객 등 모두가 유행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더 우선시 하는 데서 다양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획일적인 유행에만 치우치다 보니, 지금은 온통 댄스뮤직만이 판을 치고 있다.


   ㉯. 장르의 계속성

  장르의 다양성과 연관된 것으로, 일정한 수준의 팬을 확보한 장르는 계속적으로 발전하며, 쇠퇴도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난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는 다르다. 각 시기를 대표하는 한 장르만이 거의 모든 분야를 독식하며 그 주기도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우리 나라의 90년대는 댄스음악의 시대라고 한다.)


   ㉰. 모방으로부터의 시작

  일본도 사실 전통음악인 엔카를 제외하고는 일본 독자적인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이를 밑거름으로 재창조하여 이제 동남아,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제 한국에 도달한 것이다. 문화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모방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시류를 따라갈 수 있고, 그것에 휩싸일 수 있다면 보다 나은 바탕에서의 창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모방하는데 그친다면 도둑질에 불과할 것이다.


2. 일본음악계의 배경과 현황 및 가수들의 특징

  조사한 것을 요약하면 일본음악계는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와 프로정신이 바탕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 일본음악시장

  일본은 연간 매출액이 약 8조4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이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도시바EMI, AVEX DD, 토이즈 팩토리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자본이 많은) 음반사들이 밀집해 있다.


   ㉯. 프로덕션의 활성화

  90년대에 일본에서는 음악의 상품화가 더 가속화되었다. 이 점은 최근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획사 붐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레코드 회사의 힘은 약해지고 프로덕션의 힘이 강해졌는데, 프로듀서는 노래, 코디네이션, 개략적인 스케쥴 등의 가수관리를 맡는다. 그래서 가수가 어떠한 프로듀서를 만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관점이 된다.

  일본에는 고무로 데쯔야란 음반 제작자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 중 하나인 그는 일본가요계의 프로덕션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조사한 어느 책에도 그에 대해서 하나 이상의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신인 그룹이 소속사에 노리는 것은 그 프로덕션의 프리미엄을 얻어서 처음 음반을 냈을 때 어느 정도의 이득을 보려는 것이다. 역으로 이 점은 유명한 소속사가 새로운 팀을 만들었을 때도 이용된다.(예: SM기획->신화, TK사단->trf 등)

  반면에 소속사가 인기가수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스카웃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예: 유승준, 김건모, 마쯔다 세이코 등)

  차이돌(child idol의 일본식 합성어)가수의 출연도 프로덕션의 마케팅전략이 주도한 것이다. 음반 구매층이 10대~20대 초반의 청소년층이 대부분인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예: 서지원, 이지훈, 양파, Hot, 젝스키스, ses, 핑클/아무로 나미에, 맥스, 스피드 등) 그러나, 한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들의 탄생으로 인해 양국 모두 음악의 질이 크게 저하되었다고 하기도 했다.


3. 일본 가수들의 특징

  주요 그룹의 개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 드림스컴트루

  외모와 연주실력은 다른 그룹에 비해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그렇지만 서구화된 작곡법과 일본적인 멜로디, 희망적인 가사 등으로 팬들에게 쉽고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사운드를 구사한다.


 ㉯. 아무로 나미에

  일본 청소년, 특히 여중/고생들의 우상이다. 아무로의 성공은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에 있다. 심지어 그녀가 임신사실을 발표할 때 입었던 매우 비싼 옷이 매일 매진되는 희한한 일도 일본에서 있었다고 한다.


 ㉰. GLAY

  X-Japan의 리더였던 요시키가 발굴한 그룹으로 멤버 각각의 능력(연주, 보컬, 작곡/작사)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 듣기뿐만이 아니라 따라 부르기에도 좋은 노래를 위주로 활동을 한다.


 ㉱. 라르크-안-시에르

  일본 비주얼락(80년대 영국의 뉴웨이브뮤직에 영향을 받아, 보이는 것,즉 가수의 외모에 많은 치장을 한 음악의 한 장르)의 핵심중의 핵심이라고 한다. 특별히 튀는 것은 장르가 비주얼락인 만큼 역시 외모이다.


 ㉲. 퍼피

  아무로와는 다른 면으로 일본 여성들의 우상이다. 평범한 외모와 행동, 노래 가사가 젊은 여성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한다.


 ㉳. 스피츠

  컬리지록(기성음악과 사회에 대한 반발로 대학로 주위를 배경으로 탄생)의 대부격으로 인디밴드 출신이며,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여 텔레비젼에 출연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대다수의 컬리지록 가수들이 그러하듯 이들 또한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대기만성한 그러한 그룹이다. 특히 수준 높은 가사와 인디밴드 특유의 탄탄한 연주실력 등이 인기비결이라고 한다.


 ㉴. SMAP

  멤버 5명의 특성이 매우 독특한 그룹인 이들은 소속사인 쟈니스프로덕션의 홍보효과 때문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쟈니스는 멤버들이 초등/중학생이던 10년 전부터 팀을 만들어 관리를 했었다고 한다. 이들은 오히려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에 출연을 많이 해서 가수라기 보다는 탈렌트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 X-Japan

  한국에 알려진 가장 유명한 일본그룹. 이들은 해체되었지만 일본음악이 개방되면 가장 먼저 한국시장을 잠식할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음악은 매우 대중적이다. 록을 하기도 하며 발라드를 하기도 한다. 헤비메틀과 엔카풍의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또 개개인의 개성이 매우 특이하다. 얼굴분장이나 개인이 악기다루는 솜씨가 특출나며, 요시키의 작곡능력도 탁월하다. 그래서 해체후 토시와 히데, 요시키는 솔로로도 활동을 했었다. 더군다나 요시키는 프로듀서로도 성공을 했다.


  위의 가수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은 멤버의 개성이 각각 특이하다는 것이다. 음악적 기본기(가창력, 연주실력)도 탄탄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그룹이 언더에서 활동을 하다가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팀은 각각의 개성적인 색깔을 가진다. 또 훌륭한 세션맨들이 뒤에서 받치고 있으며 스타들과 기획사도 관리에 철저하다.


  일본에서는 일명 '일본음악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노력한다. 일본 노래 중에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곡도 있다.(사카모토 큐가 부른 Sukiyaki) 일본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노래를 영어로 바꾸어 부르거나 외국가수들에게 일본어노래를 부탁하기도 한다. 또 유명 음반회사나 악기제조업체에서 세계규모의 음악제를 열어 세계 시장에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당연히 엄청난 자금이 동원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모습이 거의 없는 한국가요계와는 매우 비교가 된다.


  일본은 가수들의 직업정신도 투철한 편이다. 그들은 립씽크는 거의 하지 않고, 팀의 경우 멤버전원이 악기를 다루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별의 별 핑계를 다 대가면서 립씽크만을 하는 가수들이 수도 없이 많고, 아무런 악기하나 만지지 못하는 가수도 적지 않다.(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그룹의 대표주자인 H모그룹이 작년의 모든 가요상을 휩쓸었다는 것이다.)일본도 우리 못지 않게 입시 지옥이지만 뮤지션이 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분야는 약간 다르지만 게임제작자인 이노겐지의 경우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지금은 대중문화계의 거물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공부, 특히 입시공부를 하는 인문계고등학생 외의 청소년들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인문계 고등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놀면서 젊음을 허비하는 청소년들의 경우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 대한 개척을 일찍 시작하는 경우는 오히려 그 용기와 노력에 상응하는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한 사회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의 잘못된 판단으로 중/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등외시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말 뜻이 있고, 재능이 있다면 그러한 행동은 필요한 것이고, 그러한 일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현시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악기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말해 보겠다. 1년 전쯤에 나는 다른 통신(유니텔)을 하고 있었는데 가수에 관련한 토론이 열린 적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가수란 가창력은 기본이고, 연주 실력 및 작곡/작사 능력도 있어야 진정한 가수(일명 싱어송라이터)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어느 여자 분이 반박을 했다. 가수의 사전적 정의를 대가며 가창력이 있으면 가수로써의 조건은 다라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기도 해서 재반론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 즉 일본을 따라가는 한국 가요계의 현실과 일본 음악 시장에 대한 개방을 앞둔 시점에서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재 연예인이란 직업, 특히 가수는 중/고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에서 최상위쪽에 속한다. 그와 비례하여 가수의 사회적 지위도 매우 높아졌다. 그 이유는 사회인식의 전반적인 변화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분야가 전문화된 것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한다. 그렇다. 이제 가수는 프로화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가수들은 전반적인 프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기준에서의 프로뮤지션이란 위에서 언급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JJ가 온다'를 쓰신 이규형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재미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무서운 아이들이 되려면 우선 밴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일본 가요계의 현주소다. 밴드 능력이 없는     가수는 판매고나 인기, 어디에서도 명함을 내밀 구석이 없다. 2인조건     3인조건 5~6인조건 간에 우선 자신들의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할 수 있     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진정한 프로정신이라고 할 때, 처음부터 음악의 길만을 판 서태지씨는 한국에서 인정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물론 그전에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언론에 의해 음악적 선구자로 부각된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았나 한다.)또 음악활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전람회의 멤버였던 김동률씨도 조금 시기적으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하는 진정한 프로정신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4. 한국가요와 비교해서


  이 부분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음악이 아주 미세하나마 한국음악에 비해 조금 앞선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통신(네츠고)으로 몇 명에게 물어보니 의견이 많이 다른 경우도 꽤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음악이 약간 앞선다는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거의 다였지만, 한국음악이 앞선다는 생각은 없었다는 점이다. 좀 많이 지난 일이지만 룰라라는 그룹이 '천상유애'란 곡으로 순식간에 가요계 정상을 차지했다가 일본노래를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서 결국 팀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당시 표절을 한 일본가수는 현지에서는 거의 인기가 없던 B급의 댄스그룹이었다는 것이다. 나도 그때 우연히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약간 보았었는데, 울트라맨처럼 옷을 입고 쇼를 하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해보자. 한국에서는 신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하여 내노라 하는 톱가수들이 일본에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몰래 입국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마케팅등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본 팬들(대부분이 청소년층)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한국의 가요를 비하하자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히 있다.


  이러한 표절문제는 무엇보다 개방이 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현재까지 우리 나라는 모든 경로를 공식적으로는 막고 있는 상태이며 그렇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유통이 되고, 한국에서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표절이 많은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개방은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응방식이 안일할 경우 한국 음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규형씨의 말에 의하면, 우리 나라는 K-pop이란 장르가 정착이 되고 있는 과도기적 단계라는 것이며, 일본도 10년전 쯤에 J-pop이란 독자적인 장르를 만들 때 우리처럼 표절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서동욱씨도 이렇게 말했다. 현재 우리 나라의 록과 발라드는 거의 죽어있는 수준이고 댄스가수들만이 활기를 치고 있다고. 내가 댄스가수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춤을 비롯해서 얼굴, 비주얼한 치장, 과장된 행동 등은 가수에게 있어서 부수적인 것이고 가창력, 프로정신이 가장 우선이 되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도 지금우리의 상황이 별로 보기 않좋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불법복제문제이다. 서동욱씨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가수들의 음반에 대한 불법복제문제가 가요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지적재산권(음반,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에 대해서 불법이 판을 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승환씨의 시디 앨범에 들어있는 특이한 장난감, 예전에 서태지씨의 남색 케이스 등은 다 그러한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팬들의 협조가 있다는 전제아래) 대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무수한 불법복제물이 나돌았다.

  학교교육이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도 가수들의 프로화와 관련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중문화/스포츠 등의 예술계에서는 학원system이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끝난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은 준우승을 하였다. 그때 축구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은, 축구선수를 조기에 유학을 보내 선진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이 바로 그러한 식의 운영을 했고 지금 결실을 맺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같이 운동을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나라에서는 그런 조기유학이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가요계도 마찬가지다. 인성교육은 중학교, 길어도 고등학교까지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즉 대중문화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이란 곳이 반드시 필요한 곳은 아니란 말이다. 이러한 사회풍토 아래서는 일본문화와 한국문화가 축구가 그러했듯이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또, 이제 한국 팬들의 인식도 어느 정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매스컴 특히 텔레비젼은 인기가수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코스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특히 심각한 것 같다. 이것은 다른 홍보 경로가 마련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일부 몰상식한 어린 팬들, 그리고 그 팬들을 악용하는 방송사 측에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텔레비젼에 나오지 않아도 성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 나라는 뒷돈까지 주면서 기를 쓰고 텔레비젼에 나오고자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전혀 다른 상황이 일어나고 있나? 내 생각에 한국에서 텔레비젼에 많이 나오는 가수들은 대부분 10대 스타들이며 속된말로는 한 외모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예전에 PC통신의 어느 토론실에도 썼었지만 그 부류의 사람들은 가수가 아니라 다른 연예인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그러한 연예인들이 3대 메이저 방송사가 주최하는 가요 상을 휩쓰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결론적으로 그들은 외모와 썰렁한 말솜씨, 서투른 제스처로 어린 팬을 확보한 뒤 음반을 가끔 제작하는('내는'이 아니라) 소속사의 꼭두각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기반이 텔레비젼이기 때문에 그토록 거기에 매달린다고 생각한다. 반면 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방송을 타지 않아도 잘 나가는 가수가 많이 있다. 90년대 싱글판매순위 10위안에 7명이나 그러한 가수들이다. 특히 일본에서 90년대에 가장 많은 앨범(싱글 포함)을 판매한(2238만 8천장) B'z란 그룹은 전혀 방송에 출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수에게 있어 금전적으로나 자존심에 있어서 음반 홍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텔레비젼을 통한 홍보는 오히려 가수들의 노래보다는 외모나 행동거지를 부각시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음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잘못된 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첫째 열쇠는 팬들이 쥐고 있다.

  한편 댄스음악과 관련해서 일본과 비슷한 경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일본음악시장에서 댄스부문은 약해지고 있다. 그러자 록음악(J-rock)과 팝음악(J-pop)이 다시 기세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뚜렷하지 않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길어야 3~5년 정도 뒤에는 댄스음악의 기세는 지금에 비하여 매우 약해질 것이라 본다. 우리 나라 가수들이 일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고 본다. 일본에 진출하는 가수 중에는 상당수가 프로덕션에 소속된 아이돌스타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의 노래 장르는 댄스일색이기 때문이다. 가창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장르가 시대에 안 맞는 것도 문제이다.


5. 나는 한국가요가 이렇게 나아갔으면 한다.


 ㉮.대학로의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모든 길거리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나라 대학로는 너무 술집위주다. 그런 면에서 마로니에 공원에서 춤을 추는 청소년들이 그리 불량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실제로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있지만 그들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도 한국음악발전에 걸림돌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직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현재로는 대학로가 그러한 문화를 주도할 가장 적합한 장소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밖에서 앰프를 틀고 록공연을 하면, 소음과 풍기 문란의 명목으로 경찰서에 같이 가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 모방과 재창조 행위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굳이 일본음악만이 아니더라도 우선은 서양/일본 쪽의 음악을 많이 접하고 거기에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발한 재능이 덧붙여져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이미 일본은 J-pop/J-rock이라 하여 이차대전이후 구미음악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그들만의 장르를 만들었으며 그것이 비록 아시아권에 머물기는 해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아직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틀이 없는 한국 가요계는 이점이 일본음악 개방에 있어서 위험요소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 언더그룹과 라이브무대의 적극적인 보급이 아쉽다.

  공연문화가 거의 없다는 거다. 이것은 대학로의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에는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없다. 물론 자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여러 곳의 음반사와 몇몇 대기업의 스폰서하에 그런 전용홀을 여러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곳은 당연히 수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홍대앞이나 신촌근처처럼 카페나 클럽위주의 인디밴드 공연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정부에서도 지원은 못해 줄거면 여러 가지 규제나 완화해 주었으면 한다. 일본은 수천 개의 라이브 카페가 있고, 전문화가 된 곳도 많다고 한다.(도쿄에만 천여개) 또 대기업이나 음반사, 악기업체의 주관으로 공연이 매우 활발하다고 한다.


 ㉱. 인터넷등을 통한 홍보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 나라처럼 라이브무대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에 할 수 있는 대책으로는 여러 가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음악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전자음을 이용한 직접적인 음악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브무대의 효과를 간접적으로나마 내자는 것이다. 당연히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라이브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한다거나, 공연장면이 담긴 시디롬을 발매한다거나(현재 비디오를 통해서 일부 가수들만이 하고 있다.) 해서 관중들이 라이브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상품화이면서 라이브풍토 형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거라 생각한다.


 ㉲.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희망은 밝다.

  왜냐하면 일본은 우선 시장 자체가 크고, 한국은 시장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불법복제 음반이 너무 많다. 그러므로 좋은 질의 음악만 뒷받침이 된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일본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일본은 합법적으로 시디 대여점이 있지만(한국에도 몇 군데 있다고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음반판매량은 놀라운 정도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 100만장을 팔면 거의 최고수준의 가수라 하지만 일본의 경우 싱글이 아닌 앨범 판매를 보았을 때 우리보다 큰 단위로 진행된다.(싱글=1~2곡/앨범=8~14곡 정도 넣은 음반을 의미)

  일본의 인구를 고려해 1/3으로 줄여도 10위가 73만장 가량인 것이다. 우리 나라의 국민가수라 할 수 있는 신승훈의 경우 지금까지 모든 앨범을 통틀어 1000만장이 넘었는데 한국에서는 유일하다고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90년대 순위 10위안의 모든 가수들이 1000만장을 넘었다.(통틀어 나온 앨범을 다 합쳐서)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일본 시장이 한국 가수들에게 좋은 터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 반드시 팀의 경우, 밴드를 스스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가수의 자질문제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수의 자질이란 가창력이 첫째이고 연주실력, 작곡/작사 능력이다. 우리 나라에는 가창력만을 가진 가수가 많으며 더 많은 것은 위의 조건을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결론


  드디어 말이 많던 일본문화가 개방되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가요, 일부 영화 등이 이미 비공식적으로 들어와 있지만, 이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비교가 안 될 만큼 커다란 문화가 오는 것이다.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애니메이션과 가요분야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은 내가 관심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지만 이번 조사를 하는 동안 언뜻 본 것에 의하면 일본은 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존재라고 한다. 아시아뿐이 아니라 유럽, 구미 쪽도 벌써 장악을 했다.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따라가고는 있지만 그 벽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가요 분야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수준이 비슷비슷하다. 지금같이 한쪽만 개방이 된 상태(일본에서는 한국가수들의 진출에 제한이 없다.)에서는 개방초기에 일본음악이 큰 선풍을 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음악이 좋아서 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통신에서 내가 아는 친구들 15명 정도에게 물어본 결과, 일본음악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친구들 9명이 개방 후에 일본음악을 한번 들어볼 의향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그런 동안 일본음악 매니아도 분명 어느 정도는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한 명의 팬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나의 바램일 뿐이다. 당연히 가수들과 프로듀서 등이 잘 알아서 할 것이다. 즉 우리 나라의 가요계와 관련된 모든 종사자들이 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면(아까 전에 언급한 여러 가지 노력들 등으로)그렇게 일본음악의 침투에 대하여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음악에 대한 맹목적인 열광도, 그것에 대한 배척도 무의미한 일이다. 지금은 일본과 한국, 양 나라의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일본음악이 보인다(1999,아름출판사)

일본음악 뮤직비즈니스(1998,새로운 사람들)

J.J가 온다(1998,해냄)

서동욱씨가 학교수업 발표시(현대사회의 과제) 했던 말 인용



                                                                        정리: 04 Dec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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