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차가움 그리고 세모금

Posted 2008. 8. 21. 15:37,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소주와 맥주는 흔히 마시는 술이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듯 그 둘은

서로의 단점을 장점으로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맥주는 가볍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의 하이얀 거품이 그러

하고 마치 3년지난 사이다 마시는 듯한 감질이 그러하다. 그 중에서

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한모금 한 모금이 과감하다는 것에 있을 것이

다.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냐 하면 연속해서 세 모금을 마셔본 적이 있

는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모금이 편도선을

지날 때쯤 처음의 그 놈은 가슴을 얼어 버리게 만든다. 그래서 느낀건데,

맥주를 마실 때의 필수적인 요소는 거품/차가움 그리고 세모금일 것이다.

  친구들 중에는 꼭 소주만을 고집하는 애들이 있다. 그럴 때는 대부분이 쉽

사리 동조해 준다. 왜냐하면 병맥주를 한 봉지 가득 사서 과자 몇 개와

함께 운동장 또는 잔디밭에서 즐기느니 차라리 돼지고기 삼겹살에 소주

를 들이키는 것이 더 좋다고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설하

고 이 친구의 장점을 들자면 한마디로는 '열정'일 것이다. 가끔 맥주잔에

소주를 한가득 부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러한 과시용 행위

를 싫어한다. 비단 느낌이 중시되는 경우가 소주를 마실 때 뿐이겠는가?

아주 가끔 돼지 삼겹살이 타들어 가도 좋은 것은 한잔의 소주 때문이다.

얼핏 보면 물과 똑같아 보이는 그것이 물만큼 의미를 가질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에서 '아직까지'는 굳건

히 남아있는 것을 보면 분명 '아직까지'는 존재가치가 충분한가 보다.

  술이란 것 역시 즐기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라치면 사람들은 가끔 이

상한 선입견에 빠질 때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술상대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과 '술은 술집에서 먹어야 제맛이다'란 것!! 한가지 집고 넘

어갈 것은 '미지의 영역'은 항상 극단적인 두가지 평가를 받는 다는 점

이다. 유토피아와 블랙홀이란 비유가 적당할런지는 몰라도 의미전달은 되

었을 것 같다.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 비록 2~3번 밖

에는 맥주 몇 병을 야심한 밤에 내 방에서 홀로 들이킨 적이 없을지라도

지금 최대한 당시의 기분을 회상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무엇이 마음에

들었었냐 하면 첫째,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나 밖에는 없다는 점이다. '술이

약이다'란 말이 이렇게까지 절묘하게 통할 때가 또 있을까? 치료는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한모금, 두모금..시간이 흐르면 지나왔던 기억들이 서

서히 눈을 뜬다. 단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후회'일 것

이다. '후회'에 대한 적극적인 대한은 '집요'라고 생각한다.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든 아니면 눈물을 흘리든 고인 피를 뱉어 내야만 한다.

'집요'함은 '집착이 아닐테니 말이다. 소극적인 방법 역시 권장할 만 한다.

아쉬움과 그리움이란 두 단어로 집약되어지는 후자는 상대적으로 은은하다.

주의할 점이 한가지 있다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 그렇다 친구에게 말할

수도 있다. 즉 상대가 있어도 유효할 수 있는 꺼리다.

그러함에도 특별하다. 특별 요리는 자꾸 먹으면 더 이상 특별한 것

이 아니듯 홀로 마시는 술도 너무 잦으면 의미가 희석된다고 생각한다. 장

소는 창문이 있는 방! 시간은 12시가 지난 새벽! 인원은 자기 혼자! 그리고

안주는 없는 것...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여행'의 준비처럼 느껴진다. 개인

적으로 나의 창문 바로 앞에는 나무 한그루가 있으며 여러 상가들 사이로 한

술집의 네온싸인이 반짝거리곤 한다.

  아~ 술에 대한 간절함에 끄적였건만 쓰고 나니 그 생각이 잠잠해졌다..

p.s. 지나친 음주는 몸에 당연히 안 좋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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