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네의 추억

Posted 2008. 8. 21. 15:38,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우연하게도 정확히 일주일만에 다시 만났다..

난 가끔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흘

러가는 것은 금새인 것이 분명한데..왜 지금까지 그곳에 서 있어야

하는지 궁금한가 보다...

  끝부분으로 가보니 생각이 조금 든다. 왜인지는 몰라도 무엇으로 살고

있는지는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내 특기 중 하나가 모든지 무작정 벌려 놓는

것이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무리'가 굉장히

어설프단 사실! 그리고 그것으로 내 스스로를 비난한단 사실!!

  고마운 능력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어

느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내 자신의 '힘'에, 정확히는 근원에 감사한

다...

  '감사'의 종속에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그 시작에는 자신이 있다. 꼭 한명에게만 주어진 열쇠인 것이다.

  4/3일 밤으로 기억한다. 1년이 조금 지난 후 처음으로 그곳에 가보았다.

내가 살던 곳, 그곳 말이다...87년 바로 그곳에 와서 정확히 97년까지 근

10년을 살았었다. 그만큼 정든 곳이다. 너무나 많은 추억이 있던 그곳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마치 어느 누군가의 장소에 지금의 내가

살 듯이...그래서 그네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

  머리 속의 절대 왕국이 존재한다. 내가 '짱'이자 '따'인 그곳에는 희비

가 엇갈린채 고스란히 남아있는 기록들이 있다.

  쫑은 치와와다. 아버지는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시고 쫑은 내 기억으론

집안에서 기른 최초의 강아지였다. 수놈이다 쫑은....그래서 인지 몰라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쫑은 호시탐탐 집안 탈출을 시도하곤 했다. 그러다 걸려

서 아버지께 무지막지하게 맞았었던 쫑...

  그러한 쫑에 대한 나의 기억은 희미하지 않은 것이라곤 딱 두가지 뿐

이다. 우선 그 놈의 (우연인지는 몰라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나에

대한 애정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담타기의 귀재였다. 술래잡기를 해도, 얼음 땡을 해

도 담을 꼭 한두 개는 넘어야 직성이 풀렸었나 보다. (담을 넘기 위해선

지금 떠올려보면 많은 힘과 적지 않은 기술이 필요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지금의 내 건강함에 일조했다 믿고 싶다..우선 두 손을 담 위에 올려 놓고

무릎은 약간 굽혔다가 그 한순간에 힘을 모아-경험상 종아리와 발바닥- 뛴

다! 그리고 다리를 이용한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마치 역기를 들 듯 담을 잡

고 두 다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 후 힘이 빠진 오른 다리를 흔들다가 몸을 비틀면서

가랑이로 담 위에 올라섰다)

  그 날은 기분이 무척 안좋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국민학교 때 엄마한테

야단맞고 기분 좋은 사람은....있을까? 쫑을 안고 집을 나왔다.(가출아님!) 쫑을

들고 있다가 담 중에서도 넓은 곳(강아지가 앉을 만한 끄트머리)에 올려놓고

저 위에 쓰여진 정석대로 담 위에 올라가려 손을 올렸다. 어제와 달랐던 점

이라면 가시덩쿨 철조망이 있었던 것...손이 긁혔다. 아팠던지 겁이 났던지

아니면 분했던지 그때 난 마구 울었었다. 그것을 쫑이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

던 중에 내가 쫑을 보았다. 쫑도 우울한 표정과 근심어린 소리로 나를 위로?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그 일로 엄마와 아버지, 형에게 일주일을 자랑했던 일이 에피소드 1이다...

나머지 한 기억은 쫑이 가출한 일이다. 그토록 맞고도 용케 또 시도해서..결국에는

성공했다. 그 날, 그놈이 좋아라 송파구를 돌아다닐 시각에 형과 나는 무려 4시간을

온 동네를 다 뒤졌다. 지금 어린 아이가 내게 이렇게 물어온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오지만..실제로 난 거리에서 사람들한테 '쫑에대한 신상명

세'를 간략히 알려주곤 못봤는지 묻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본 사람은 없었다...

그렇긴 했다..만에 하나 쫑을 봤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주 빠른 속력으로 그곳으로

간다 해도 그곳에서 쫑이 뼈다귀를 뜯고 있지 않는 한...쫑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을텐

데....

  그날 밤 평상시와 다름없이 저녁을 드시던 부모님을 매정하다 생각하며 베란다

밖에서 혼자 쫑을 생각했었다. 진짜 눈물이 나긴 나는데 막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

다...물론 지금도 쫑은 잘 살아 있을 거라 믿고는 있다...믿고는 있는 것이다....

  어제 점심 때 쯤..형이 갑자기 방문을 열더니만 미미를 데리고 들어왔다..참고로 미

미는 쫑의 가출이후 곧 바로 들어온 포메라니언 종의 강아지이다..어쨌든..형의 여자친

구인 신모씨가 와 자꾸 짖으니 미미를 내 방에 갇아두려니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미미가 이상해!"

하며..형이 미미를 방바닥에 내려놓자 미미는 철푸덕하고 마치 슈퍼맨의 포즈로 업드려

버렸다..그리곤 몸을 부르르 떨면서 침을 뚝뚝 흘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미미에겐 불행? 나에겐 다행? 아니..불행?!) 몇 달 전에는 밤 10시쯤에 그랬는데

그땐 너무 놀란 나머지 미미를 들고 동물병원에 찾아 갔었었다. 그 병원에는 내가 좀

싫어하는(성격이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아빠같은) 수의사형이 한 분 계신데..하필 그 형

이 당직이셨던 것이다...

  결국 그 형의 '왤까~?", "왜 그러지?"..하는 소리만 수없이 듣다가 난 아버지와 교대

를 하곤 집으로 왔었던 것이다..후문에 의하면 영양 주사 한방으로 끝냈고 병명은

'노환'이라 했단다..노환....이었던 것이다 미미는...그러고보니..10살이 훌쩍 넘었다...

  어쨌거나 조금 긴장했다. 미미의 특징은 겁먹으면 다른 곳을 멍하니 본다는 것이다.

쫑과는 정반대였다. 그렇게 있는 미미를 보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전에

'어린이마술잡지'에서 본 글- 개는 배를 만져주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처럼 하는 수 밖

에 없었다.

  10분정도 지나자 미미가 안정을 찾았고, 난 휴지로 방바닥에 떨어진 침과 앞 털에

묻은 침을 닦았다. 그날 저녁 미미의 발작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넘

어갔다..그런 일 말고는 모 특별한 것이 없었던 하루같았는데 말이다..이런 추세로 간다

는 것은 그다지 좋지는 않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게 흐름일테니까 말이다. 그나

마 내게 있어 조금 마음이 쓰이는 점은, 미미의 때때로의 발작이 기정사실화된 이때

어느 순간 그것이 마지막 발악이 될지라도 그것 역시 너무나 간단하게 삶의 한 뉴스

꺼리로 치부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그 가능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도 미미

는 뒤의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덧붙임: 강아지도 코를 곤다..그리고 김치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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