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일기장에서 옮겨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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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1일 금요일
일과가 끝나고 왜관 구경을 했다. 생각보다는 컸다. 역 근처 시장에서 필기도구와 스피커를 샀다. 대구 말투를 들으니 신기했다. 그리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에 오뎅을 먹었는데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Oh my God!
처음으로 부대에서 맞는 주말이다. 비디오도 빌려오고( 도서관 대여카드 만들려고 ) 그랬다. 부대는 매우 한산하다. 이런 것이 Katusa Life 인가 보다.
스피커를 산것은 너무 좋은데...냉장고 코드 때문에 스피커와 스텐드, 둘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고 결국 지금은 음악을 듣고 있다. Monkey Business~
☞금요일의 일과가 끝나면 카투사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집에 가는 사람들..그리고 남는 사람들..이때 나는 후자에 속했고 그래서 앞으로 내가 2년간 생활할 이 '왜관'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간 것이다. 왜관은 어떤 곳인지...구체적으로 묘사하기엔 글재주가 너무 없다. 또 잘 모르기도 하고..그런데 느낌은 참 좋다. 복잡하지 않다는 것!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는 것! 그리고 오뎅먹고 두드러기 난 것은 일명 '임채빈요법'인 물을 무작정 마시고 자기 덕택인지 다음날 낫다. 솔직히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에 두드러기 나는 것이어서 좀 놀랐었는데-그때는 Emergency 갈 생각도 못할때였다- 다행히도 하루만에 나았다. (물론..그날 밤 새벽2시,3시, 4시에 정확하게 화장실 한번씩 가서..잠을 설쳤다.) 또..그때 산 스피커...지금은 집에 있다. 내가 얼마 후에 집에 있던 스피커를 떼어 왔기 때문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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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3일 일요일
하루종일 여유가 있었다. 오전중에 채빈이와 함께 교회에 가보았다. Gate 4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 왜관제일교회라는 곳이었는데 동네규모에 비해 꽤나 컸다. 뭐 예배의 내용은 서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오후 2시경에 농구를 하러 갔다. 가서 좀 하고 있으니 같이 하자고 하는 무리가 있어서 함께 했다. 키가 큰 흑인, 백인, 스페니쉬 들이었는데 4대4로 게임을 했다. 우리팀이 1번 빼고 다 이겼다. 뭐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잘 하지는 못했다. 단지 패스가 좀 빠르다는 것 뿐? 역시 군대농구는 미군에서도 마찬가지인듯... 우리 팀에는 꽤나 다혈질적인 흑인 가드가 있었는데 쩝...시합중에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더니만 제 풀에 지쳐서인지 도중에 교체하더니 가버렸다. 어쨌든 그 이후 시합이 잘 풀린 것을 보면~
농구'전쟁'을 마치고 오니 오후 5시가 넘었다. 그래서 빵을 사먹었다. 그리고 일찍 잠을 잤다!
☞이때 간곳은 왜관제일교회란 곳이었는데..그때 한번 빼고는 줄곧 시내에 있는 '왜관교회' 청년부에 나가고 있다.( 일요일 오후1시~3시30분 ) 아마도 준회형이나 범진이형이-그땐 병장들이었음- 함께 가자고 한 것이 컸었던 것 같고, 교회에서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난 것 보면 정말 그때 바꾼 선택이 바른 것 같다. 또 농구는 정말 할말 많은 꺼리중 하나인데..우선~ 군대농구를 떠나서 미군들의 농구실력은 극과 극이라는 점..또 흑인들은 말이 정말 많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농구를 하든 일을 하든..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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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23일
<모모를 읽고>
우리가 시간이 없다고 느낌은 회색신사들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시간을 여유있게 그러나 알차게 사용해야 한다. Momo가 도와주지 않아도 말이다.
☞초창기에 마음먹었던 것이 '군대있을때 책 많이 읽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일기장 마지막장에 리스트를 만들었었다. 물론 중간에 리스트 쓰는 것은 끝이 나긴 했지만 지금까지 정말 나름대로는 꽤나 책을 읽었다. 초반에 읽은 책은..모모(미하엘엔데)/ 아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이문열)/ 추억의 아주먼곳(윤대녕)/ 국화꽃향기(김하인)/ 가시고기(조창인)/ 노르웨이의 숲(무라카미 하루키)/ 향수(파트리크 쥐스킨드) 등이다. 위 글은 일기라기 보다는 짧은 감상문이 더 적당한 표현같은데..모모를 읽고 쓴 것이다. 윗글 내용이 너무 이상하다면 '모모'란 책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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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25일
이곳에도 눈이 쌓였다. 아주 조금...그래서인지 몰라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가 가곤 한다. 그래야 눈이 더 오래있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 하..처음으로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그리고 난 부대에 있었고..그때 왜관에 눈이 왔는데 대구란 곳(사실 왜관도 나에겐 대구의 지역동네란 인식이 그때는 강했었다)에도 겨울에 눈이 오긴 오는구나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작년-2001년-겨울에는 눈이 거의 안왔다. 아! 그리고 이때 눈이 쌓인 것을 군인이 아닌 제설차가 치웠고..이 사실을 안 나의 친구들은 경악을 금지못했다. 군대에서 군인이 아니라 제설차가 눈을 치워~?! 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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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25일 두번째 일기
[아가를 읽고]
달이여, 너는 내 사랑을 알고 있는가.
무덤도 없이 떠난 그녀를
어느 하늘가를 떠도는지
부서진 가슴으로 내 사랑을 찾아 한없이 헤매었네
만일 그녀를 만나거든 내가 울고 있다고 전해다오.
달무리 슬픈 그 밤 이별의 눈물
안녕히, 안녕, 내 사랑아
다시 만날 날을 믿으며
헤어져 멀리 있더라도 언제까지나 잊지 않으리라
달빛속에 사위어가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아가中 -
사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부제에 이 책을 골랐다. 물론 다 읽은 지금은 내가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만족한다. 그가 느낀 생각과 내가 살아온 삶의 과정 속에 공통점도 있었다. 나도 두번의 기사였다. 아니 세번! 처음은 외로웠지만 두번째는 뜨거웠고 마지막 세번째는 너무나 가벼웠다. 그러나 그 세 과정 모두에 그 무언가, 내가 소중히 느끼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경험은 나에게 무척이나 소중하다. 물론 뜨거웠던 것은 나에게 화상을 남겼다. 그리곤 2년이 지났다. 그렇다. 회상은 회상꺼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참 뿌듯한 일 같다. 이 연습장처럼...그리고 위의 시처럼...
☞이것도 '아가'를 읽고 쓴 감상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책을 골랐을때의 의도했던 바와 책의 내용이 좀 많이 달랐었다. 어쨌든 그때를 '회상'해 보니..좋았다..그리고...참고로 현재는 그 외로웠던 첫사랑과 다시 접촉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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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26일
간단하지만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노는? 쉬는? 방식은 몇몇 내 친구들과 너무 다르다. 후..당구? 피씨방? 난 그런건 딱 질색이다. 그렇다면 나의 타입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제기를 해보면...난 그러한 방식이 없다..크...
실종은 기억을 동반한다..
유리얼음성- 얼음은 녹는다. 성모양의 얼음이 녹으면 다시 성이 될 수 없다. 유리? 깨지면 그 성은 다시 예전의 성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유리얼음성은?
☞사실..많이 다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그것을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고.. 물론 나도 그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렇게 쉽사리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경우에 오는..언젠가의 '바램'은 좀 외롭다..^^;
뭐 그래도 아직까진 당구나 컴퓨터 오락이나..담배같은 것에 대한 생각은 없다...13 APR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