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일기] 28 Nov 00...물갈이..

Posted 2008. 8. 21. 16:26, Filed under: Ex-Homepage/Diary

# 이 글은 일기장에서 옮겨 쓴 것입니다.

2000년 11월 28일 화요일

오늘은 매우 아프다. 갑자기 일을 시작했고 (물론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일과 후 캠프구경을 하다보니 몸이 이상이 생겼다. 다행히도 TA-50 정리를 다했고 구두도 닦고 '마음의 편지'도 제출했다. 크~ 그리고 채빈이가 준 아스피린도 먹었다.

오늘 처음으로 Rec Center에 가보고 Learning Center에도 가봤다. 여기 선임병들은 날 잘 대해줘서 참 감사하다. 하지만 '감사'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 열심히 할 생각이다. 으...감기몸살 기운~ 열이 난다.



내 기억으론 이때 아팠던 것은 약간의 몸살 기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가 날도 겨울이었기 때문에 추운 것도 있었지만 아마 내가 약간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군대 용어로는 이런 것을 '빠졌다'라고 한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7월에서 8월중순인가 까지 약 한달간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때 썼던 일지와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기는 한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홈페이지에 넣을 생각이다. ) 그때 처음으로 간 곳이 프랑스였는데 한 이틀동안 물때문에 고생을 했다. 음식이야 워낙에 잡다한 체질이라 괜찮았는데 물이 바뀌니 적응이 좀 힘들었다. 배도 많이 아프고..그래서 그 이틀동안은 그냥 숙소근처에서 멀리까지 가지 않았었던 기억이..

그런데 군대란 곳은 어떤 곳인가? 논산 입소대대에서의 일이다.(훈련소=입소대대+교육대대) 이제 막 들어온 나에게 식사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짬밥(군대용어로 '밥'을 일컫는 말)을 이때 안먹으면 언제 먹느냐는 듯 아주 잘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물...한 이틀 정도가 지나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사회에 있었다면 당연히 약을 복용했겠지만 이곳에선 분위기상 약달라고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매일 밤 점호(일종의 '일과 끝내기'라고 보면 된다. 인원점검..)시간때 형식적이긴 해도 교관들이 아픈데 없는지 물어보기는 하지만 복통같은 것은 그 대상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여졌다.

그렇게 이틀을 잘 참았지만, 그리고 화장실도 가봤지만 배아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건 무슨 배탈이 난 것도 아니고... 참 표현하기 힘들게 아팠다. 그래서 결국 용감하게-정말로 용감한 것이다- 교관들의 막사로 찾아가서 배가 아프다고 했다.

"000번 훈련병 오승민! 아파서 왔습니다."
"어디가 아픈데?"
"배가 좀.."
"그래? 그런데 의무실 가려면 차가 와야 하는데...왠만하면 좀 참아
보지?"
"그게..좀 많이 참았는데 계속 아파서요"
"흠..여기 있는 약은 아스피린하고 타이레놀 밖에 없는데..그거라도
줄까? "
"네? ..."

결국 이틀정도 더 참으니...다 나았다. 물론 약도 안먹고, 의무실도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에는 어딜 가나 처음에는 환경이 바뀐 탓에-난 그것을 '물'로 부르지만- 속이 좀 아팠던 것 같다. 한편, 그때 내가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만족스럽다. 약을 먹어서 배나 좀 일찍 나았다면 과연 더 좋았을까?^^ (진짜 사회인들이 생각하면 유치하게 보일지는 몰라도..난 그렇게 참았다는 것이 좀 흐뭇하다..)

이런 생활에서 KTA란 곳에 갔을때도 조금 물갈이를 했다. 좀 얼빠진 카투사들은 KTA를 논산 육군훈련소에 비교해서 '천국'이라고 부른다. 특히 식당문제에 관해서는 말이다. (난 그것이 천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국민의 피땀흘린 세금이니까...단지 누군가는 누리게될 우연한 행운에 나의 의지가 좀 곁들여져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것이고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의 몫까지 모범을 보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어쨌든 그 식당의 메뉴란 것들은 모조리 기름기 투성이었다. 그러니 2번정도 먹기까지는 꽤나 좋았는데 그 후부터는 밋밋했고 역시나 배가 좀 아팠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숙소의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야외에도 화장실이 있었기에 일과시간만 아니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없었다. 자대란 곳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의 내 입장은 한명의 군인이지 훈련병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가 아프면 약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물갈이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아마 논산 입소대대에서의 물갈이와 같은 때는 없을 것 같다. 사실 대한민국 남아들에게 '군대'란 곳을 제외하면 어느 곳이 그들을 제약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난 지금 편하게 자대생활을 하면서 가끔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물론 한국군 현역병으로 간 친구들은 자대생활이 그때하고 별반 다를 것은 없을 것 같다.) 과연 난 그때로 돌아가라면 돌아가고 싶어 할까? 쉽게 '당연히'라고 말하지는 못할만큼 난 군대적으로 세속화되어있지만 그래서 더욱 그때가 그리운건지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횡설수설이 되어버렸군..-_-; 13 APR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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