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

Posted 2008. 8. 22. 01:55, Filed under: Ex-Homepage/Essay

2005년 여름에 개봉한 한 영화가 많은 관중수로 인해 매스컴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었다. ‘웰컴투 동막골’은 한국전쟁 당시에 전쟁과는 약간 동떨어진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로 ‘쉬리’이후 영화계에 정설이 된 ‘분단과 관련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속설을 또다시 입증해 줄만큼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실미도’,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르는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 규모의 대형성에 못지않게 내용의 참신성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러나 각각의 영화의 동기가 된 것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동일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웰컴투 동막골‘은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작년 초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많은 이목을 끌었다. 장동건과 원빈이라는 흥행스타의 출연도 그 이유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 강제규 감독의 인지도와 영화제작 비용, 그리고 실미도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한다는 특이점 등이 그 이유였다. 영화 속 주인공인 진태와 진석은 해방이후 극심한 가난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시민 가정의 형제였다. 그러나 1950년 6월, 갑작스레 발발한 전쟁은 피난 중이던 두 형제를 전쟁터라는 잔혹한 곳으로 보냈으며 우여곡절 끝에 형인 진태는 북측에서, 그리고 동생인 진석은 남측에서 대치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만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진태가 북측 편이 된 연유에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이란 이념과는 무관하게 일반인이나 그들 가정사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는 비극일 뿐이란 점이다. 영화는 동생의 안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과 개인적 감상에 머물러있던 동생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와중에 진태의 약혼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므로 전쟁의 비참함은 극에 달한다.



 반면 ‘웰컴투 동막골’에서 바라본 한국전쟁은 관점이 조금 다르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전쟁이나 이념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전쟁이란 시대적인 배경일 뿐 영화 속 공간은 강원도의 깊은 산골이며 주인공들 역시 순진한 주민들과 몇몇 ‘군인같지 않은’ 군인들  뿐이다. 여러 이유로 인해 북한군과 한국군, 연합군이 두메산골인 동막골에서 만나게 된다. 처음에 그들은 ‘군인답게’ 서로를 경계하고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동화되어 친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동막골이란 마을 자체와 거기서 살고 있던 여일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었다. 깊은 산속이란 배경에는 실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주요 도시들, 예를 들면 ‘태극기 휘날리며’에 주로 등장하는 곳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전쟁이란 강하게 대립되는 이념에 치우친 극단적인 표출의 형태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 그것 역시 일반사람들에겐 어쩌면 유치하기까지 한 행위라고 역설한다.



 이렇듯 ‘태극기’가 전쟁의 비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동막골’은 전쟁을 외부의 침입으로 묘사하며 그것의 심각성을 희화화 시킨다. 즉 전자가 한 가족사가 전쟁으로 파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한민족끼리는 전쟁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전쟁은 무의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태극기’는 전쟁의 내부적 관점에서 전쟁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만 ‘동막골’은 외부적인 관점에서 전쟁과는 동떨어진 곳의 사람들에 주목한다. 이것은 곧 당시 북한을 우리의 적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달린 중요한 문제인데, 아마 ‘동막골’이란 영화가 나중에 제작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동막골에서 나타난 북한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우리의 적이기 보다는 우리의 동포로서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두 영화는 흥행 면이나 아니면 소재면 등에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두 작품은 모두 비극으로 끝을 맺으며 그것은 전쟁이란 절대 ’헤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명확한 진리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실제 영화 내부를 들여다 보면 그에 못지 않게 다양한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미국이나 일본에 수출할 당시 ‘brotherhood'란 부제를 달고 출시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원제가 우리나라 사람에게 주는 감흥이 남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그 영화에서는 분단의 원인과 우리 민족의 아픔의 원흉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본 것이다. 반면 ’웰컴투 동막골‘에서 바라본 한국전쟁은 결과적으로는 비극이지만 그 과정에서 전쟁의 원인과 같은 민족끼리 싸워야만 하는 이유 등을 다시 생각해 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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