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Posted 2008. 8. 22. 01:54,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예술이란 그림, 소설, 시, 연극, 영화, 음악 등 많은 하위 장르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며 예술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심지어 상반된 모습을 지니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지가에서 보이는 군무처럼 고대의 예술이란 주술적 의미가 강했으며 폐쇄적 공동체 내에서만 통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조직이 생겨나면서 예술은 개인화되어 자신의 욕망표출의 도구로서 이용된다. 특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가는 상위계급층의 간접적인 대리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의 예술가란 개성표출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때론 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능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렇듯 다양한 예술의 산물들에는 과연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가족유사성이란 개념을 통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뚜렷한 특성이란 존재하지 않고 중첩된 비슷함만이 있을 뿐이라며 예술의 많은 장르들 역시 그러하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일까? 이 문제를 고찰하기 위해선 먼저 ‘예술’이란 정의될 수 있는지 여부부터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비평가 클라이브 벨은 모든 진정한 예술작품은 ‘의미있는 형식’이라고 알려진 어떤 성질을 공유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선이나 색채의 결합에 의한 독특한 특징을 지니는 것은 거기에서 특별한 종류의 미적 정서를 환기시키며 그렇기 때문에 예술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에 따르면 내가 그린 수채화의 색의 조화보단 피카소 작품의 그것이 독특한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의미있는 형식이라 칭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을 따르려면 먼저 모든 감상자는 일관된 정서를 가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일반 대중이 느끼는 감정을 비평가들이 못 느낄 수도 있으며 반대로 비평가들이 호평하는 작품을 보고 대중은 시큰둥 할 수도 있다.

 한편 콜링우드는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마음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이 겉으로 표현된 것에 불과하며, 그러므로 예술 작품이 다양하게 표현될 지라도 그 자체는 예술가의 마음속에 있는 관념과 다를 것이 없다는 ‘예술관념론’을 펼친다. 예술은 기술과 달리 목적성‘만’을 지니지는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머그잔은 물을 따라 마시기 위한 목적성을 지니지만 조선시대 청자를 예술품으로 보는 사람들 중에 그것을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예술도 디자인을 중시한 실용품들처럼 목적성을 띌 수는 있지만 그것이 목적성만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고전예술품이라 부르는 많은 것들이 콜링우드의 주장과는 상반된 과정을 거쳐 창조되었다. 당시 상위계급의 요구에 의해 그려진 그들의 많은 초상화들이 외국 유수의 박물관에 예술품으로 전시되어 있으며,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역시 수에즈운하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의 예술작품을 논한다면 많은 현대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예술제도론’을 들 수 있다. 그 이론의 핵심은 고전과 현대예술이 공유하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전제에 있다. 첫째는 그것들이 모두 사람의 손길이 가해진 인공물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대천해수욕장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 역시 그것을 전시한다면 예술품이라 칭할 수 있다. 또 그것이 전시하는 측과 관람자, 그리고 외부의 매스미디어 등에 의해 예술이라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작품들 역시 위에서 언급한 조건만 충족한다면 또 다른 예술품일 수 있다는 것이 위 논의의 핵심이다. 그러면 정말 가능한 모든 것이 예술일 수 있는 것일까? 예술과 非예술을 단지 구분 짓는 것을 넘어서 예술은 보통 가치있는 것을 의미하기에 제도론자들의 시각은 어떤 면에서는 틀렸다. 그들이 소위 현대 예술이라 칭하는 ‘거리위의 변기’나 ‘대형 담배꽁초’, ‘흐트러진 거리의 침실’ 등을 예술이라 여기지 않을 사람도 매우 많다.    
 
 이렇듯 예술을 정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 시대의 특정한 시각, 지역에 따른 예술의 시류차이 등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하고 또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분야들 중 꼭 한가지에만 속하지 않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음악은 음악이란 하위 장르에 속하지만 영화라는 또 다른 예술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 영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영화음악이란 새로운 개념이 파생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그것을 ‘음악’이란 것에만 종속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을 판단하는 것은 예술가의 몫과 관람객의 몫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의 독창성이 들어간 역작이라면 그것이 새롭게 창조한 것이든 아니면 기존의 것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낸 것이든 그것은 기본적으로 예술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은 ‘시대와 사람들의 인정’ 역시 받아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의 관람객이라도 예술가의 의도를 수용하여 그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예술가에게는 성공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을 예술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은 여타 관람객들과 그 공동체의 권한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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