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작
Posted 2008. 8. 22. 01:56, Filed under: Ex-Homepage/Essay전통적인 방식으로 빅뱅이론을 설명한다면 누구나 ‘신’의 존재를 언급할 것이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원인이 있다는 원인논증을 전제로 한다면, 지구라는 거대한 존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절대자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신뿐만 아니라 어느 종교에나 절대자는 있으며, 세계의 여러 신화 속에서도 다양한 신이 드러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신의 원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계속 소급해 가다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신의 위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혹자는 ‘신’이란 존재의 속성을 근거로 거기서 순환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왜 하필 그곳이여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물론 빅뱅이론은 현재의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뒷받침이 되고 있는 가설이다. 즉 앞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면 뒤바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그것이 정설로 받아진다면 그것을 굳이 누구의 의도라고 여길 필요가 없이 현실로 인정하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면 빅뱅 이후의 이 세계는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설을 통한 진화적 발전을 주장했다. 자연선택설은 변이에 의해 생긴 개체 중 우수한 개체만이 살아남아 진화되어 가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 이론도 처음 세상에 알려 졌을때는 많은 난항을 겪었다. 왜냐하면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종교적인 관점의 창조론이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로 그의 뜻에 따라 예정된 삶을 살고 있다는 기독교적 창조론은 자연과학이 발달하기 전인 19세기정도까지는 지배적인 가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이론이 많아지면서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지적 설계론, 또는 창조적 진화론이란 최근 독실한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부터 대두되고 있는 새로운 이론이다. 이것은 진화론의 한 분야이지만, 신이 진화 과정에서 생물들을 하나씩 창조하면서 진화해 왔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빅뱅시기와 성경의 창세기 구절을 비슷한 맥락에서 연결시키는 것이다. 또 DNA나 화석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진화 자체에 대해서는 ‘신’을 근거로 부정한다. 미국의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공교육의 과정에 이런 이론들을 삽입하려는 시도가 있을 정도로 창조론과 진화론을 혼합한 내용의 주장들이 세계의 시초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빅뱅은 과학적 사실이며 어떤 현상에 대한 그 무엇의 의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 세상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에게 미친 신의 존재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컸던 것이 사실이다. 행복한 일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고 또 슬픈 일이 있으면 그에게 의지할 절대자를 설정하는 것이 종교의 이유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계의 시작에 대한 답은 객관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해도 신에게 달렸다고 봐야한다. 오히려 그런 과학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기에 자신 있게 ‘신’을 이 세상의 제1원인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존재 및 더 나아가 이 세상의 존재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없으면 복잡하고 혼란한 이 세상을 쉽게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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