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은 가능한가?
Posted 2008. 8. 22. 01:56,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작년 말에 개봉한 ‘나비효과’라는 영화가 있다. 나비효과란 중국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인데 주인공은 자신이 쓴 일기를 보며 과거로 돌아가 앞으로의 미래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반면 또 다른 영화 ‘데스티네이션’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볼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렇듯 시간에 대한 자유로운 이동은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으며 앞에서 언급한 작품뿐이 아니라 수많은 영화와 책들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과거나 미래의 여행에 대해 이렇게 궁금해 하는 것일까?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본다는 것은 그것을 대비한다는 의미가 클 것이며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자신이 한 일에 대한 회한이 남는 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면 이렇듯 삶을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처럼 질서정연하게 만들고자 하는데 일조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광속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 안에서 시간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흐른다. 그러므로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도 시간은 늦게 적용이 되므로 우주선 밖의 사람들보다 더 젊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시간의 상대성을 이용한 시간여행이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모든 것을 흡수하는 블랙홀과 그 반대작용을 하는 화이트홀,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벌레모양의 웜홀에 관련한 이론으로도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시간 역시 블랙홀과 화이트홀 현상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만일 그 통로인 웜홀이 휘어져 있다면 지름길을 통해 시간 이동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렇게 많은 물리학적 가설들이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대해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지만 실제 이것들은 가설로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광속의 우주선을 만든다고 해도 사람의 몸을 입자수준으로 보았을 경우 그 안에서 버틸 수는 없다. 그리고 또 이에 대한 많은 반론도 있다.
만일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영화 ‘맨인 블랙’에서처럼 우리는 현재 미래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간혹 있었지만 그것을 증명해 보인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과거 시대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자신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전제를 인정한다 해도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과거의 나와 그때로 돌아간 ‘현재의 나’의 만남이다.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로 가 그때의 모습을 회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자신의 존재는 어머니나 또는 할머니의 뱃속의 한 세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시간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혹자는 개인적 시간과 외적시간이란 개념으로 이 모순을 극복하려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 시간들이 모여 그러한 관계를 통해 외적시간을 형성해 간다고 본다면, 그렇게 개인적 시간을 따로 분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2의 공간을 설정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런 세상이 이곳 말고 다른 곳에도 여러 군데 존재한다는 ‘평행우주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즉 그곳에 또 다른 내가 있고 그들만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마치 장자의 ‘나비의 꿈’같은 설정이 있다. 장자의 꿈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자각몽이라 하는데, 프로이트는 그의 저서 ‘꿈의 해석’에서 꿈이란 자신의 내적인 욕구의 발현이라 주장했다. 즉 어떤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사람의 머리 속에서의 시간 여행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직까지의 과학 연구로는 인간의 뇌에 대해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그러한 현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시간일나 사람들이 정해놓은 틀에 불과하다. 우리 선조들은 시계가 없어도 닭의 울음소리나 별이 뜨는 것 등을 확인하며 생활을 해왔다. 다시말해 현대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로 우리는 어떤 면에서 우리를 구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몸과 우리 주변환경이 오래될수록 노화가 일어나고 소모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엎지러진 물처럼 과거란 이미 지나간 일이며, 미래란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상에 희노애락이 없다면 그만큼 이 사회는 밋밋할 수 밖에 없으며, 그런 후회와 기대가 있기에 우리는 더 다채로운 삶을 도모할 수 있다. ‘나비효과’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과거로 자꾸 돌아가서 미래의 무언가를 더 완벽하게만 바꾸려 한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어리석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시간여행이 아직까지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당분간 성사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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