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Posted 2008. 8. 21. 15:26, Filed under: Ex-Homepage/Essay"승민아...산에 가자..."
얼마 전부터...어머니께서는 저와 같이 등산을 하시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우리 모자는 항상 812-1번이라는 버스를 타고, 남한
산성으로 약수물을 뜨러 가곤 합니다...가끔 어머니께서
힘드시면...중간에 있는..그래서 사람들이 뜸한 약수터에서
물만 떠올 때도 있습니다..그럴때면 어머니는 항상..
"아..내가 혼자 올 때는 항상 정상까지 가는데..^^;;"
....하시며..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십니다...
저는 그러한 등산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왜냐하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항상 핑계를
대지요...특히 1월달부터 다니기 시작한 영어학원은 오
전에 가기 때문에..그리고 일 주일 내내 가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못 가는 걸로 치고 있습니다..처음에는 매우 아쉬워
하시던 어머니께서도...이제는 거의 안 가시거나..아니면...
홀로...자는 아들을 깨우지도 않으신 채..문을 잠그고
나가십니다...
오늘 친구와 함께...마요네즈란 영화의 시사회를 갔었습니다...
별로 재미가 없었지만...마지막에 무엇인가 남는 것이 있는
영화였습니다...내용은..딸이 엄마가 준 옷을 보며...예전에
엄마와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것인데...나는 그것을 보면서...
내가 딸은 아니더라도....아들로써 엄마에게 무엇을 해 드렸나
하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저는 산에 같이 가는 것도 싫어하는
아들이니까요...물론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저도 제 나름대로는 다
른 아들 못지 않게 효도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니 까요...
그러나..오늘 전..다시 느꼈습니다...내가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이
엄마에게 100%의 만족을 줄 수는 없다고요...그런 것은 가치를
잴 수 없을 뿐더러...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했답니다...
길을 가다가..맛있는 빵을 하나 사오는 것...아니면..엄마와
같이 볼 비디오를 한 편 빌리는 것...이런 것들이 여태까지는
어머니를 위한다고 제가 한 일들입니다...하지만...갑자기
이런 일들이 매우 사소하게 느껴지더군요..왜냐하면...이런
일들은..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머니와 함께 하는 것
이기 때문입니다..처음부터 나의 이해가 알게 모르게
개입했다는 거지요..
그래서..오늘부터는 아침에 엄마에게 먼저 말을 할 겁니다..
"엄마...오늘 산에 가서 물 떠와야지...그래야 밥을 하지..."
그러면..당신께서는 매우 기뻐하시겠지요....그리고 그래야만
저의 마음도 좀 편해질 것 같습니다...
....시사회장을 나오는데..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나의 부모님의 나이는...50세...지금부터...안 좋은
생각을 한다면...너무나 이른 것일까요? 하지만..제가 생각한
것은...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영원한 이별을
해야만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제가 그들 곁을
떠날 때...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한 번씩은 나를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전 절대로 저의 부모님보다는 먼저 세상과 이별을 하지
않을 겁니다..저의 부모님과 마지막 작별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
닌 저와..저의 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이별을 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그렇지요?...
하지만..그것을 너무 회피해서도 안될 것 같습니다....누적된
고통은 더 힘들테니까요..아마 그 때 그 때마다...행복으로 매꾸어
가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겠지요?
어쩐 일인지...영화 한 편 보고 너무나..많은 것을...생각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면서도 쉽게 잊고 사는 것들이 많지 않으신지요..
..어머니는 공기와 물과...소금보다도 더욱 소중하지만..그런
것들보다도 더욱 당연하게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 중에도 저와 같은 큰 실수를 하신 분이 계시다면..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되돌이킬 수 없는 날이
언젠가는 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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