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주의자 친구, 허무주의자

Posted 2008. 8. 21. 15:17,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처음에 자살을 생각해봤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라고 기억한다....

세상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였고...죽을 만한

큰 이유가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였다...

그냥...말 그대로 그냥이다....


 고3때는...교실이 4층이었다...그것도 바로 본관 4층...

왜 본관을 강조하느냐 하면...본관 바로 앞에..아주 넓은

잔디밭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매년 봄부터...학교에서

는 체육시간을 이용해...가끔 학생들을 동원한 잡초 제거

를 했었다...나도 했었고...그런 식의 보살핌을 받은 잔디는

정말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으며...나는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을 다닐 당시...거의 매일 그러한 태양에 반사되어 빛나는

잔디를 보았던 것이다...후....너무나 멋졌다...마치

나를 반겨주는 침대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그래서 그냥

거기에 나를 파묻고 싶었다...두 손을 벌리고....저기로 바로

내려가고 싶었던 것이다...죽음?...당연히 4층이니까 떨어지면..

확률로 볼 때..거의 그렇게 될 것이다...하지만...

그 당시 나에게 그러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가장

행복?한 순간..황홀한 순간... 최후를 맞는 다는 것...

은 한 개인에 있어서 가장 영광되는 일이라고 마치 가미카제특공대

처럼 상상에 빠져 있었다....특히...더한 것은....학교에는

보호창이 없다는 것이다...사실 그렇다..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고등학생이면..그것도 고 3이면...적어도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텐데...그러한 것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또..내가 알기로도...우리 학교에서 거기서 떨어져서 죽었다는

선배는 없었으며..심지어 시도 자체를 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사실 그렇다..죽으려면..창이 있든 없든..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러한 일이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 왔었다.....그래서

다리 하나를 걸쳐본 적도 있었다...하지만...그것이 끝이었다..

더 이상 진도는 나가지 못했다..겁장이다...


 솔직히 말하건데...내 기억으로 그 당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뭔가 마음 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죽음에 대한 잠재적 두려움이라 말한다면 할 수 없지만

말이다....'뭔가 포근함을 느낄 것이다'란..기대 뒤에는...그

다음은 뭔가?란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누워서..의식이 사라지

길 기다릴 것이다...그리고...하늘은 매우 밝아지며...나는

사라지겠지...여하튼..그렇게 나의 첫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그리고 두 번째는...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옆에서 보았을 때였다..그 때도 아마 고등학교때였을 것이다...

다른 많은 수험생들처럼...독서실에 정기적으로 다니던

어느 방학이었다.....물론 독서실에서 공부를 주로 하지만...

나와 우리 형..그리고 그 친구들은..같이 농구도 열심히 하고...

가끔 만화책도 보고..특히..나는 종종 밖에 나와 바람을 쐬

고 돌아다니고 그랬다...그런데..어느날...나와 우리 형은...

독서실(5층) 복도에 나와있었는데...그 복도의 커다란

유리 사이로....나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연히 바라보았던 하늘..그리고 그 바로 아래의

아파트 꼭대기..그리고 그 바로 아래의 어느 열린 창문..

바로 거기서 무언가가 움직이더니...아래로 그냥

떨어지는 것이다..후...나는 순간 '억'하는 소리를 냈고...

형도 나의 소리를 듣고 나와 같이 아래로 빠르게 내

려갔다...역시...아파트의 잔디밭에는 어느

젊은 여자가 긴 머리를 우리에게 보인 체..누워

있었다...그리고 우리 옆을 지나가던 어느 연인 중

..여자는 비명을 질렀고...남자는 그녀의 눈을 가린 채..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하지만...나는 아파트 울타리에

얼굴을 대고..뚫어지게 그 장면을 주시했다...아니..'주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여자는 옷을 아주 얇게 입고 있었다...그리고 머리는 길었는데..

목이 돌아가지는 않았다..그리고 나는 피가 많이 나지

않았을까 했는데..이상하게 피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입으로 흘러내리는 거 정도? 그리고 긁혀서 보이는

핏자국 정도였다....하지만...그녀의 팔과 다리를

보았을때..매우 푸르게 멍이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리도 하나는 돌아갔다고 기억한다....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경비아저씨가 와서 신문지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가...곧 업고 갔다...후...

신문지로 얼굴이 싸인 사람을 보니....매우 충격적이었다

....여하튼..들리는 소문에 의하면..그 여자는 실연을 당해

서 13층에서 뛰었다고 한다...하지만...

온몸에 붕대를 감고 살아는 있다고 그랬다...가끔 본

그녀의 방 창문도 항상 검은 색이었다....지금은 어찌

되었을까..궁금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같이 자살시도를 한 것은 아니다...그냥....

그냥 좋아 보였다..그녀는 떨어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기를 버린 남자를 영원히 저주하며 귀신이 되기를 원했

을까..아니면...서투른 판단을 후회하고 있었을까.....

쩝...세번째 시도는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가장 ...'현실적'이지

않았나 한다..즉...가능성이 가장 컸었다고 본다....작년(98년)...

12월부터 한...3달간...아니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

다...물론 지금은 약간 다른 관점에서 생긴 마음이지만

말이다...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며..

나에게 의지할 곳은 아무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은 끝이 없다...살아있어야 할 가치를 찾으려 해도

계속 묻다보면 ..결론은 죽어야 한다고 나온다...

그러나...죽어야 한다고...다시 그 이유를 확인해 볼라고

하면...계속 묻게 되고.....정답이 나오지 않는다...그래서 지금도

숨을 쉬고 있다....후...최근의 유혹이 상황적인 요인이

컸다면..지금의 마음은 내 자신 때문이다...니체의 책을 읽은

것은 최근에 들어 실수한 일중 하나이다...존재가치는

찾을 수 없다..지금 지탱하는 삶은...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나의 행복이 아닌..다른 사람에게 불

행을 주지 않음으로써 가져다 주는 행복말이다...

내가 죽으면...슬퍼할 누군가가 있다는 희망 찬 전제가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이럴 수가....

나의 시도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요즘 들어 생각하는

것도 점차 나로 축소되고 있다..예전

에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 그랬던 것이...나라는 것에 대해

이동을 했다...앞의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을 구했지만

...만족하지 않으며..이번 질문에 대한 답변도 기대하지

않는다..그냥..그냥 내 스스로 생각한 것을 ...가지고 가치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후...누가 보지 않고...나 스스로를

제외하면 누구하나 그것에 관해 언급하지 않을 그 권력을

가질것이다...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그게 문제일

수도 있다....측정되지 않는 나만의 생각...나만의 왕국을 형성한

다는 것은....자칫 위험한 장난으로 끝을 맺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금이 혼란의 시기인 것은 사실이다...세기말적 현상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다는 것이 아니라..하찮은 내 존재에

대해서...나 스스로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다들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살겠지만..과연 그 끝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만의 해답을 찾고 싶다....

빨리 잠을 자야겠다...너무 늦게까지 깨어있다보면...

다음날 맑지 못하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황당하고.....위험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머리가 아프다..점차 미쳐가는 것이다...이렇게 3일 이상이

흘러도...계속 그러한 악마가 나를 유혹한다면..나는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나는 이 글을 왜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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