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란 제목의 ‘사다’란 과연 live를 뜻하는 것일까? buy를 뜻하는 것일까?
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live가 맞는 것 같은데 뭐 제목의 파격을 떠나 이 책은 꽤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그래도 나름대로 양도 많았고 내용 자체가 정보를 전달하거나 아니면 의학 위인에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이 책은 저자가 일본 의학 월간지에 2년간 기고했던 에세이들을 다듬은 것이었고 그 내용이 자신이 돌봤던 환자들(특히 일본에서 유명했던 사람들 위주로)의 임종에 관한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부모님이나 자식, 애인 등 자신과 절친했던 사람이 죽었을 때 그들에게 쓰는 편지를 수기형식으로 엮어서 출판을 한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 그 기분을 느껴서였는지 이 책을 빌리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환자들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들이 좀 더 편하게 죽음의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했던 뱃사공이었다..(중략)..이런 스승들과 죽음을 앞에 두고 진실된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고마운 특권이자,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이제 의사, 간호사, 의대생들, 그리고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 진실의 기록을 바쳐 함께 나누고자 한다." p.9
서문에 나와 있는 이 말처럼 이 글은 일반인이 그냥 읽기엔 감흥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또 언급된 위치의 사람들이 읽어도 마찬가지로 밋밋할 수 있다. 지금 내 느낌이 그러하다. 사실 이 책은 이미 20여년 전에 출간된 책을 다시 다듬어서(?) 재출간 한 것인데 그래서인지 상당히 지루했다. 병으로 죽던가 아니면 연로하여 죽던가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도덕책에서 항상 봐왔던 말들로만 쓰여 있다. 내가 너무 자극적인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건가? 예를 들어 죽기 직전의 병상일지를 간략하게 정리한 부분이 눈에 종종 들어오는데 그 현실성은 ‘병원24’보다 훨씬 약하다.
"병을 고치는 일은 이따금 하는 일이다. 아픔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좀 더 자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병이 난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은 의사도 간호사도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환자를 편하게 해주고 있는가? 환자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시간을 내고 있는가? 시간을 내고 있다면 어떻게 환자를 위로하고 있는가." p.25
"신앙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살아가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인간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그리고 마음의 지지목도 된다. 그러므로 신앙인에게는 어떤 병으로 고통을 당하거나 죽음의 자리에 있어도 희망과 구원의 문이 열려 있다." p.51
현직 의사인 저자가 임종을 지켜본 사람은 수백 명에 이르지만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고르고 골라 책으로 엮었는데, 사실 일본에서는 얼마나 유명한 사람들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다지 특이해 보이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일본의 무형문화재, 전장관의 부인 등.. 하긴 사람이 죽는 방식에 특이함이 있다면 얼마나 특이할 것인가? 어차피 돈이 많고 권력이 있는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젊은 자식이 어린 나이에 먼저 죽어버린 살아남은 부모의 심정, 죽을 운명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있어서 종교의 의미 등을 잔잔하게 알려주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냥 내용으로 보나 양으로 보나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직접 그 의사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본다면 글 한자 한자를 쓸때마다 눈물을 떨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히 독자의 입자에서만 이 책을 읽는다면?!....)
"..지상의 생활은 대수방정식과 같다. 계수도 있고 부호도 있다. 그러나 그 깊은 곳에 있는 '근'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의 창조주가 계획하신 길을 인간이 마음대로 변화시켜서는 안된다. 다차원의 세계는 복잡하게 보여도 하느님의 근으로 환원하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p.114
★목차
저자의 말
의사로서 처음으로 경험한 죽음 남들보다 세 배를 더 열심히 살다 갑니다 다른 가족 대신 제가 아파서 다행입니다 이제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해 무대에 오르면 향기가 피어난다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마지막 무대에 오르다 노래는 인간과 함께 자라나 인간과 함께 죽는다네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지금'에 전력투구하다 삶은 방정식과도 같은 것 이제 하늘과 더욱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머리를 기른 스님처럼 살다 가다 은혜를 아는 것은 어렵고, 은혜를 갚는 것은 더 어렵다 늙는 것도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시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최고의 쉼터인 가족의 품에서 잠들다 신부에게 진실을 맡긴 채... 제발 저에게 암선고를 내려주세요 자연스러운 죽음의 모습 남아 있는 그대들이 내가 시작한 일을 이루어주길 죽음을 예감한 어머니 마음의 고향에서 편히 잠든 아버지 평정심으로 살고 의사로 죽다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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