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졸업을 한 뒤나 또는 거의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다른 일반적인 전공처럼 해외로 유학을 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관련된 키워드로 도서관을 뒤지다가 몇권의 책을 보게 되었고, 막상 빌리기도 모하고(이미 2권을 다 빌려서 더 대출이 되지 않는다) 해서 그 자리에서 스킵핑을 하면서 읽은 두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젊은 의사를 위한 미국 의학 연수 길라잡이 - (전남대학교)1997년>

<"해외 연수 다녀오겠습니다" - (연세대학교), 1999년>

전남대학교 출신들이 엮은 첫번째 책은 앞부분에 우선 미국의 여러 의대를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MGH(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하바드의대 부속 병원), Johns Hopkins의대, Emory의대, TMC(Texas Medical Center), Mayo Clinic 등 귀가 좀 밝은 의대생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의대, 의대대학원, 병원 등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파트였다.

그리고 이제 연수를 떠나기 전과 떠난 후, 돌아오기 전의 준비과정이 아주 상세하게 서술이 되어있다. 책의 일부분을 전남대의대 동창회보의 내용에서 인용했다고 할만큼 이미 다녀온 전남의대 선배들이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에 바로 옆에서 설명해주듯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준다. 예를 들면 전임교수 비서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작은 선물을 주는 요령, 미국생활법, 교통규범, 여행다녀볼만 곳 등 그동안 모아온 일지를 뭉쳐놓은 듯한 편집은 아마 처음 외국에 유학을 가는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서두에 언급한 의대생들이 선진 의료를 배우기 위한 유학(보통 다른 과에서 행해지는)이라기 보다는 전공의를 마치고 Fellow과정으로 선택한 유학인만큼 내가 원하고 관심있어했던 분야가 아닌 다른 주제였지만 그냥 읽는 김에 정리를 해봤다.

우선적으로 세부전공을 정해서 가야한다고 그들은 조언한다. 막연히 '과'만 정해서 간다는 것은 정말 무모한 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어느 전임교수 밑의 연구직이나 임상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그냥 무작정 가서 무언가를 찾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으면 애초에 인터뷰에서부터 좀더 수월하게 '일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미 다녀온 교수나 선배들에게 직접 조언을 구해보라던가, 지도교수를 선정할때 국제적으로 너무 유명한 교수나 나이가 너무 많은 교수는 어지간하면 피하라는 등의 팁이 제공된다.(너무 유명한 교수 밑에는 너무 많은 학생이 있어 프로젝트 따기나 경쟁 자체가 소모적일 수 있고 나이가 너무 많은 교수는 프로젝트 자체를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소홀하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 장학금을 받으면서 많은 일을 처리할 것이냐, 아니면 장학금은 없이 자비로 공부하되 자신만의 공부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생활할 것이냐를 선택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외국 유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도 한편 재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려를 해봐야 하는 것이 외국생활인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거의 전남대의대 동창회보에 실렸던 연수자들의 수기를 들려준다. 뭐 그 부분은 대충 대충 읽어봤다. 한두개 읽어보니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니면 자신의 느낌정도였기 때문이다.

딱히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내용들은 새겨둘만 했다.

돈을 받으면서 조교생활을 할때 페이의 액수에 대해 교수와 딜을 해야하는데 너무 소극적이거나 복종하는 자세로 나가지 말것을 요구한다. 이건 언제나 맞는 말이긴 하다. 그놈의 예의가 몬지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어지간해선 무언가를 요구하지 못한다. 또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한 저자가 언급했듯이 어떤 자신만의 이론체계를 중시하는 미국식 방법으로 공부해오지 않은 대다수의 대한민국 학생들-여기선 의사들-이라면 유학생활에서의 공부 역시 만만하지 않을 것이란 거다. 나 역시 심도있는 전공공부를 해보진 않았지만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나만의 장단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 기준을 중심으로 더 천착할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하고 싶다. (사실 요즘 읽고 있는 멜빈 코너의 책을 보면 미국의대의 공부가 이렇게 이상적이지는 않다. 한국과 거의 유사하다. 물론 코너는 그걸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고!)

두번째 책은 연대의대를 졸업하고 연수를 다녀온 의사들이 엮은 책이다. 출판된 시기가 99년인만큼 전남대책보다는 2년 늦게 나온 책이지만 상당히 비슷한 포맷이다.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1/2/3부로 엮여 있는데 1부는 경험자들이 쓴 수기형식의 글들이다. 역시 상세하게 옆집 형 과외가르쳐주듯 설명해 준다. FAQ 형식의 글도 있고 말이다. 그들이 당시 겪었던 어려움과 여러 은사들로부터 받은 고마움을 그냥 읽고만 있어도 느껴지는 그런 글들이다.(객관적인 정보제공면에선 전남대 책과 똑같다.)

2부는 특이하게도 연수갔던 사람들의 부인들이 쓴 수기들이다. 아마 연수를 가는 나이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가장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문제부터 시작하여 가족이 잘 정착하기 위한 심리적인 문제까지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부분 2년이 연수기간이라 외국에서 눌러 사는 케이스는 드물지만 뭐 그 기간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가족은 함께 있으니 교육,생활,여가 등의 분야에 있어서 안주인이 갖추어야 할 사항들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3부는 그냥 덤같은 부분이다. 1부와 그다지 차이도 없는 조금 긴 에세이다.

어쨌든 인터넷에서 책 커버조차 찾기 힘든 이 책들은 사서 보기엔 돈이 아까운 책들이다. 그러니 도서관에서 있으면 한번 훑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의 저자들처럼 전공의까지 마친 후에 외국에 연수를 다녀올지는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의대생들, 특히 군문제가 걸려있는 남자 의대생들 중에, 학업 중간에 외국에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왜 드물까 의문을 가지거나 불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볼만한 꺼리는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들의 교훈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영어공부 열심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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