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부대에 있을때 일이다.
어느 겨울날 저녁을 먹고 나서 약간 피곤함을 무릅쓰고 야외코트에서 농구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피곤하면서 열?이 얼굴쪽에 몰리는 느낌이 나면서 갑자기 양쪽 눈밑 두덩이 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다래끼정도로 생각했는데 계속 부풀어 오르면서 양쪽 미간을 자극하고 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어서 그냥 방에 들어와서 샤워를 한 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잤다. 그것이 독감인줄 알았던 것이다. 당시 매년 겨울에는 의무적으로 독감백신을 맞았고 또 주의사항에 접종일로부터 며칠간은 무리한 운동을 삼가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가자 조금씩 붓기는 빠졌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어보였기에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한 일년이 지나고 또다시 겨울 그리고 농구를 한 뒤에 재발을 했다. 일년만에 돌아왔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sickcall에 갔더니만 한국인 할아버지가 그냥 물 많이 마시고 좀 쉬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와서 똑같이 샤워하고 좀 쉬면서 가라앉힌 기억이 난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이런 현상을 그냥 음식물을 서구식으로 먹다보니 콜레스테롤이 높아졌다거나 아니면 단순한 독감예방주사에 의한 알러지반응 따위로 치부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제대하면 낫겠지 했고, 실제로 제대한 뒤에 식단이 바뀌고 독감 예방주사를 맞지 않으니 싹 나았다고 여겼었다.
어제는 어머니 생신이라 가족이 올림픽 공원 옆에 있는 HANCOOK에 갔다. 거기서 맛있는 음식을 잘 먹고 집에 돌아와서, 몸이 조금 피곤했지만 그래도 '조금' 피곤했기때문에 세윤이와 오랜만에 가락중에서 농구를 했다. 농구를 잘 했고 또 두게임정도를 뛰었는데 이상하게 몸이 피곤했다. 그리고 역시나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나니까 눈두덩이 부어올랐었다. 예전보다 상태는 심하지 않았지만 몇년만에 돌아온 이놈때문에 나도 조금 당황했고 어머니께서도 놀라셨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해보고 (심지어는 상영이형한테도 전화를 해봤다) 한 결과 이것이 알러지 반응이라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어머니와 방이시장의 한 약국에 갔더니만 바로 알러지라고 했다.
지금껏 26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었다. 사실 지금도 믿기지는 않는다.(오늘 오후에 야우리에 있는 병원에 갔었는데, 지금 약을 복용한다고 하니 일주일 이후에 와야만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어쨌든 안약과 지르택을 가지고 돌아왔다. 집에서 눈에 냉찜질을 한 뒤에 지르텍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하루종일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의사학 시간만 있어서인지 거의 눈치를 못챘을테지만 모자를 쓰고 수업을 들은 적이 없어서인지 다들 신기해했다.ㅎ
지금은 눈이 많이 가라앉았다. 뭐 이것도 2~3일 지나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겠지만 이번 기회에 스킨테스트를 받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발생 빈도가 매우 희박하므로 크게 사는데 지장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나름대로 의대생이라 그런가?
p.s. 지르택을 먹었더니 졸린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민감한 사람에 한해 약 11%정도의 부작용으로 졸음이 있고, 또 설명을 읽어보니 기계작업이나 운전을 하기 전에는 주의하라고 되어있었다. 훗. 난 역시 민감한 사람이었던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