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V_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바다출판사)
Posted 2008. 8. 21. 02:20, Filed under: Hobbies/Books자극적으로 긴 제목과 겉표지에서 드러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이 책을 처음 알게된것은 올해 초, 그러니까 거의 일년 전쯤 신문지상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여름방학때 읽을 책의 리스트에 이름을 넣었었다. 그러나 역시 당시 인기물이였던지 항상 '대출중'이었고 드디어 약 2주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 책이 반납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지만 송파도서관의 이 책이 있어야만 하는 서가에 책은 보이지 않았고 사서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 누가 잘못 꽂아놓았나보다'라는 말만 들었었던 것이 지난 여름방학의 막바지였다. 그리고 겨울방학의 시작과 함께 방문했던 그곳에 이 책은 한물간 인기물답게 자리잡고 있었으며 난 의기양양하게 다른 책과 더불어 대출을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는 이유는, 그러한 기대감과 달리 내용은 썩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 거창했던 것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고 기다리는 동안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부풀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CSI스타일에서 허구를 약간 제한 정도를 기대했던 나의 생각과 달리 이 책은 너무 '객관적'인 것 같았다. "방에 들어서서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였다면 방뿐만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 간에 무언가를 주고받음으로써 서로를 변화시킨다. 아주 간단한 법칙이다. 어떤 사물이든 '접촉하는 두 개체는 서로의 흔적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로카르의 교환법칙'이라고 하는데 범죄과학의 기초이다. 무엇이 남겨졌고 무엇이 옮겨졌으며 또 무엇이 교환되었는가. 이것을 찾아냄으로써 범죄를 해결할 수도 있다." p.25 물론 추리소설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중간에 아나스타샤나 포카혼타스에 관한 일화, 다이애나 비의 죽음에 관한 일화, OJ 심슨사건에 관한 일화 등이 조금씩 소개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법원시스템인 배심원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나 우리가 잘 모르는 미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을 한 것 등은 적어도 나에겐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책의 구성은 중반까지는 혈액학교, 벌레학교 등 법의학을 하는데 있어서 조금 특이한(?) 분야의 'school'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이 나오는데 서술의 초점은 그러한 모습의 스쿨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들이나 인물묘사에 포인트가 가다보니 정작 흥미로울 수 있는 것들은 제외된 느낌이었다. (저자인 마이클 베이든이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들인 혈액학교, 벌레학교 교장들을 사적으로 칭찬하는 느낌의 에피소드식으로 다루어졌다는 의미) 후반부에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중간 중간에 자신이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등을 표현하고 또 자신이 생각하는 그 분야의 뛰어난 사람(헨리 리)과 형편없는 사람(프레드 자인)에 대한 생각도 말한다. 사체재발굴과 그에 따른 뒤바뀐 판결들 등..은 막상 이런 요약된 말만 들으면 마치 본문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책에는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중 하나인 '법의학자는 무슨 일을 하는거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도 제시되어 있었다. "법의병리학자가 다루는 문제는 죽음을 야기한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누가 그렇게 하였는가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결정하는 일은 나의 임무가 아니다. 그것은 경찰과 검찰의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배심원이 가려낼 문제이다. 내가 판단하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하는 것이지 '누가 하였는가' 하는 것은 아니다." p.78 또 저자가 생각하는 법의학자가 검시에 앞서 가질 마음자세도 나와있다. "매번 검시때마다 나는 사람마다 각자 서로 다른 삶을 반영한 듯 장기도 다르다는 것과 내가 지금 영혼의 거소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엄청나게 의식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칠 때마다 나는 항상 이 사람에게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는 검시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누구든 유일무이한 삶을 살아가고 검시결과는 이러한 유일무이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법의 병리학자로서 나는 졸지에 이 사람의 몸을 그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살펴보고 검사할 허락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 된 것이다.(중략) 오늘 검시대에 올라온 이 사람도 어쨌거나 이러한 처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누군가 그를 살해했기 때문에 정의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p.136~137 개인적으로 이 책을 너무 기대했었던지 읽는 내내 실망을 했다. 법의학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 하겠지만 TV를 보거나 추리소설 등을 읽고서 그것이 궁금해진 사람이 읽기에는 '흥미'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것은 아마도 책의 제목이나 목차에 있는 말들 자체가 너무 자극적(토크쇼, 실존하는 '셜록 홈스', 쓰레기 과학...)이어서 내가 그것들에 혹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CSI의 그 흑인 법의학자가 TV 카메라를 치우고 자신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아마 이 책의 내용처럼 말해주지는 않을까 싶다. 사실 법의학은 살인범죄와 관련된 매우 무거운 내용이다. 생각해보니 그러한 법의학을 가볍게 다룬다면 그것 역시 읽는 내내 부담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저자 역시 다음같은 말로 예비 법의학자들에게 조용히 충고한다. "동기야 어쨌든 나쁜 법과학이 행해지면 정의는 상처를 입는다. 누군가는 죄(아마도 살인)를 저지르고도 빠져나가는가 하면 무고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저지른 죄값을 치르기도 한다." p.315 ★ <목차> 서문 - 공개되지 않은 장소로의 초대 1. 죽은자와 대화를 나누는 법 2. 피의 흔적을 찾아서 3. 감정증언 4. 죽은자의 내부를 들여다보다 5. 실존하는 '셜록 홈스' 헨리 리 6. O.J. 심슨 사건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 7. 살인사건 속의 벌레들 8. 진실은 무덤 속에 있다 9. 인간의 머리, 그 불가사의 10. 쓰레기 과학이 남긴 것 11. 리노에서 만난 사람들 추천사 - 법과 의학을 잇는 과학의 다리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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