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할 수 있는 것만 분해하자

Posted 2015. 10. 4. 12:10, Filed under: Hobbies/1nspiration

고장난 전자기기를 분해해서 좋게 끝났던, 즉 기능을 다시 되살린 기억은 많지 않다.

회로에 대한 이해와 납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비슷하게 될 것이고.

그러니 전자기기 '내부'의 문제를 자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버린다는 생각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반면 전자기기의 외향에 대한 문제도 있다.

10년도 더 전에 사용했던 L사의 폴더휴대폰은 케이스는 흰색이지만 테두리는 은색으로 되어있었다.

케이스를 씌웠음에도 주변부에 은색부분이 떨어져나가 검게 변했고 전체적인 모습이 많이 닳은 모습이 되었었다. 그래서 당시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떻게 하면 가장 '원상태와 비슷한' 느낌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알아보니 아크릴물감으로 칠하면 비슷한 색감과 모양을 낼수 있고 그 위에 탑코트로 투명매니큐어를 칠해주면 적어도 그 폰을 사용하는 내내 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방에서 은색 아크릴물감과 가장 작은 붓, 편의점에서 투명매니큐어를 구매한 후에 집에서 투명테이프로 masking을 해주고 원하는 부위에 칠을 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 테이프를 떼고 매니큐어를 칠하자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을정도까지는 수선을 했다.

 

그럼 그 차이는 무엇일까?

 

기능(function)과 수준(level)의 문제이다.

 

조금 전에 고장난 휴대용 펌프를 고쳤다.

작은 공에 바람을 넣기 위한 주먹만한 펌프인데, 그것을 이용해 큰 농구공에 바람을 넣다가 그만 앞쪽의 needle 부위가 connector와 함께 분리되는 바람에 망가졌다. 그래서 그냥 버리려고 하다가 보니, 가장 중요한 부위인 needle은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connector와 연결시켜서 그 부위를 플라스틱 몸체에 연결해 보니 다행히 다시 붙었다. Low level의 식은죽 먹기 수리이다.

 

그렇지만 미니공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았다.

밀어넣을때는 들어가지만 당기는 순간 그대로 빠지고, 압력차로 빠지고 해서 오히려 아무리 빠르게 펌프질을 해도 공은 바람이 어느정도 이상 차지 못했다. Mal-function.

 

생각해보니 고장이 나던 순간에 현관문 앞에서 뭔가 튕겨져 나가던 아주 작은(직경 1mm정도) 크기의 쇠구슬이 생각이 나 다시 '고장의 현장'을 방문하여 잘 찾아보았다. 역시나 반짝이나 쇠구슬이 보였다.

 

Connector는 그 자리에 다시 결합된 상태로 needle을 빼고 조금 생각을 해보았다. 가지고 있는 부품은 쇠구슬과 고무 packing이었고, 모양을 보니 packing은 바람은 한방향으로 넣어주되 쇠구슬의 움직임을 제한해주는 역할을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시 고쳤고 제기능을 한다. 이정도면 Moderate level정도 되는 것 같다.

 

요약하자면,

 

1. 고장이 안나도록 주의해서 아껴서 물건을 사용하자

 

2. 기능에 에러가 생겼다면 이것을 고쳐야 할지 그냥 버리는 것이 나을지 생각하자.

 

3-1. 그냥 버리는 것이 낫겠다 싶으면: 어차피 버릴꺼 한번은 분해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구경해도 좋다(ex: MD-player, 이어폰...)

 

3-2. 고쳐서 사용할 것이라면

4. 그 기능(function)을 내가 손을 볼수 있는 수준인가를 생각하자.

- 복잡한 전자회로나 민감한 센서 등이 있다면 스스로 고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 스프링이 많이 들어가는 장난감의 경우 넣는 skill이나 부품의 탄성에 변화가 생겼다면 일견 기능을 회복한듯 보여도 정작 과거의 performance는 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그럼에도 어차피 수리를 맡기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해서 추가 비용이 드는만큼 스스로 고쳐보려는 노력은 해봄직 하다).

- 플라스틱 부품이 부러진 경우 접착제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헤드폰의 고정핀, 자전거 연결고리에서 장력이 많이 걸리는 부분 등. 그러나 어차피 '소모품이라 수리는 어렵다'는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으니, 물품의 시가(price)를 고려해서 선택하자.

cf) 기능을 잃은 어떤 물건은, 또 다른 여느 물건의 수리시 부속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고장난 물건을 다 보관할 수는 없다.

 

5. 손볼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라면 시도를 해보자.

 

6.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물품의 도면이나 분해도, 분해동영상을 찾아보자. 생각보다 선구자가 많다.

 

7. 닫는 과정은 보통 여는 과정의 반대이다. 난관은 여는 과정에서, 부속이 부러지거나 또는 탄성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역시 그런 부속품이 재조립 과정에서도 난관이다.

 

8. 수준(level)은 결국 시간과 반복의 문제이다. 어려운 난이도란 결국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인데 가장 허무한 순간은 1시간 이상 노력을 했으나 결국 실패했을 경우이다(ex: 스마트폰 스마트펜 수리). 명심하자. 어려운 난이도의 수리는, 설사 그것을 성공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성취감이 크지 않다. 그리고 고장이 잦다면 차라리 다른 회사의 물건을 사라.

 

9. 마지막으로 디자인의 문제는 reform이나 case 등을 이용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디자인쪽 전공자거나 그쪽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되도록 본인의 미적감각을 믿어서 스스로 색을 입히거나 공예를 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본인만족도에 비해 객관적으로 그 제품의 외양은 질이 떨어져있을 경우가 많다.

 

10. 전자기기라고 다 포기하지는 말자, 기본적인 '단선(cut of wire)'의 문제라면 조심스레 연결시키면 되는 것이고, 내부 코인전지가 약간 삐져나온 것이라면 그것만 제위치로 옮기면 되는 것이고, 마우스휠 사이에 낀 먼지가 문제라면 제거 후에 다시 balance를 맞춰놓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역시 검색을 통해 미리 수리법을 익히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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