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V_공부가 가장 쉬웠어요(김영사)

Posted 2012. 9. 1. 22:57, Filed under: Hobbies/Books

 

요즘 들어 부쩍 머리가 늙어버린 것 같다.
불현듯 37x48을 머릿속으로 암산해보려 하지만 결국 답이 틀렸다.
이런 것은 식은죽 먹기였는데...

아마도 지난 6개월간 육체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지만
내가 배워왔던 정신의 발전에는 손을 거의 놓았었고
더불어 routine처럼 남은자들을 위한 Declaration만을 거의 하다보니
힘들게 배웠던 의학 지식도, 연민의 감정도 많이 잊었다.

문득 계산을 해보니 어제, 즉 8/31일이 올해 시험까지 딱 100일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9월의 첫날이자 D-99일.

한 2달정도 전부터 반복적으로 뭔가를 시작해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핑계는 많다. 어제 밤에 어머니와 먹은 늦은 저녁의 치킨,
그리고 유효기간이 5개월이나 지난 맥주때문에 밤새 화장실을 5번이나 다녀왔구...

어쨌든 그래서 집에 있던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정말 고전은 고전이다. 예전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며 읽었던 그 느낌과 같지 않고,
수능을 다시 준비하던 2004년 읽었던 그 느낌과도 다르지만, 마음속에 '느낌'은 있다.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는거라 생각하지 말자.
이제 내년에 종합병원으로 돌아가면 난 1차환자군을 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숭고하며 재미있는 일인가?

생각해보면 마음의 여유를 너무 갖으면 안된다. 적어도 내외산소 3독은 해야지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이해하고 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지 의학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 지금 한달넘게 깨짝거리면서 IC만 조금 보구 있다. 한심하다. 
이런 부적절한 여유를 갖게 된 것은 지금의 공부 여건도 일조했다. 
그래서 월요일에는 '공부집단'의 분위기를 흡수하기 위해 도서관에 갈 생각이다.
나에게는 그들의 열정과 절실함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1년동안의 수험생활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초반에는 감이나 잡는 정도로...막바지에 가서 있는 힘을 다 짜낸 막판 스퍼트로 승부를...마라톤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맞을 지 모르지만 공부에 관한한 그것은 잘못된 전략이란 것이 내 생각이다. 처음부터 물불 안가리고 미친 듯이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해서 그런 생활을 아예 습관으로 삼아 쭉 밀고 나가야지, 처음에는 슬슬하다가 어쩌고 하다보면 평생 가야 그놈의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p68)"

나의 느낌도 중요하다.
난 기억력이 좋지 않다. 그래서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여러가지 방편을 실행해왔다.
그 중에 하나가 기록하는 것이다. 유난히 기록하길 좋아한다. 놀란 감독의 메멘토 주인공처럼...
그리고 또 하나는 느낌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순간의 향기, 맛, 감촉...
기억하자. 작년의 그 움막같이 해놨던 인턴숙소 1층침대의 공간을, 그리고 면접실에서의 사건들.
양복을 차려입고 운전을 하던 나의 모습과 그 순간순간을 치욕스럽게 느끼던 나의 모습들...

이제 어느정도 마음정리도 됐다. 내가 가장 잘할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은 공부가 지겨운 것, 하기 싫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판단의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작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 아니고 공부말고 다른 것들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엉뚱하게 공부가 하기 싫다는 말로 잘못 표현되는 것임을 알수 있다. 그러나 그 표현이야 어찌됐건 공부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p90)"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한다.
운동을 한 것은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
가뜩이나 모아야 하는 돈이 인터넷 쇼핑으로 나간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정신분산이 가장 최악이다.
세상과 담을 쌓는 것도 안되지만 쓸데없는 정보의 홍수에 빠지는 것도 병폐다. 난 병자(였)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해당되는 말이니 주의해야 한다.
'중독은 치명적이다.'

이제 우선순위를 2가지만 잡고 살아야 한다.

1. 의학공부 for 시험
2. 운동 : 헬스+골프(~10월) -->11월부터는 운동은 일주일에 3회/1시간씩

"결국 나로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잘살수 있다'는 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거꾸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해도 잘살수 없다'는 명제는 참이 되는가? 그건 또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뭔가? 누군가가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을 출발점에 세워 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은 위인전의 주인공 가운데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던가?(p.110)"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자유'라는 것을 생각했다...한계라는 벽에 부딪쳐 답답하게 꽉 막혀 있다가 그것을 뚫어 냄으로써 확 트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자유.(p.143)"

자유롭고 싶다.
평생을 자유롭고 싶다.
직업의 flexibility, 가족과의 사랑, 주변인과의 소통, 내가 꿈꾸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조하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잘' 하면서 살 수 있는 내 스스로를 위한 QOL 상승...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그건 일단 자유롭고 나서의 일이다. 자유를 얻기 위한 나의 노력이 우선이다.

"수험생의 생활 도처에 깔려 있는 이러한 위기적 요소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성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이란 무엇인가?...우리의 습관에도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가령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그 습관에 관성이 붙어 있어서 계속 그 힘에 몸을 싣기 때문에 더 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한번 하기 싫다는 생각에 이끌려 책상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계속 그 관성에 이끌려 더 더욱 쉽사리 거기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내 몸을 실을 만한 관성을 가지도록 애쓸 필요가 있다.(p.175)"

계획적이고 어느정도 완고하다는 나란 존재도 '정신분산'과 '관성'에 이끌려 뭔가 꾸준히 나가지 못했다.
관성을 찾아라. 딱 참고 3일만 버티면 아마 경험상 그 회전운동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 즐거움이라는 것은 물질적 쾌락과는 달리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그런 즐거움을 지나치게 많이 누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짧은 인생을 보다 넓고 깊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앎'이라는 것. 그래서 배움의 즐거움을 역설한 공자의 말씀은 언제 들어도 새로운 영원한 진리인가 보다.(p.180)"

이 문단이 어릴적 읽었을 때와는 가장 큰 차이를 느끼는 부분이다. 그만큼 물질적 쾌락을 다 안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고 또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저런 부분에서 몸으로 와닿는 것이 있다.
책에도 언급된 시인데 이 역시도 학생일 때 공부하며 읽었던 느낌과 1998년 대성이형이 주신 시집에서 읽었던 느낌, 그리고 지금 순전히 '활자의 감정'만으로 읽는 느낌이 다 다르다. 이 시로 책의 리뷰 겸 요즘 내 심정에 대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마음도 한 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녁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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