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텐션 - 줄거리 & 인물분석
Posted 2010. 1. 2. 12:22, Filed under: Ex-Homepage/Essay* 영화 전반의 내용이 있습니다. 보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5년 전이었다.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혼자 보게 되었는데 꽤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분석문을 위해 천천히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세히 봤다.
여대생인 마리와 알렉스는 친한 친구사이다. 두 사람은 방학을 맞아 시골 외곽에 있는 알렉스의 집으로 스터디를 하러 간다. 집으로 가는 도중, 마리는 이상한 꿈을 꾼다. 자신이 피를 흘리며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꾼다. 누가 쫓아 오냐는 알렉스의 질문에 마리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쫓고 있었다고 말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집에 도착한 알렉스는 가족들에게 친한 친구인 마리를 소개하고, 이미 사진상으로 그녀의 얼굴을 익힌 알렉스의 아빠, 엄마는 반갑게 마리를 반긴다. 둘은 멀리서부터 운전을 하고 왔기에 방에서 쉬는데 그 때 대화가 흥미로웠다. 알렉스는 여자친구가 있는 한 남자에 관심이 있는데, 그 사실을 안 마리는 그와 헤어지라고 한다. 그러자 알렉스가 마리에게 언제 남자 친구를 사귈꺼냐고 물어보는데 그 말에 마리는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내 생각에 그 정도의 말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인데도 마리의 반응이 좀 이상했다. 어쨌든 점차 어둠이 깔리고 마리도 이제 잠을 자려고 하는데, 밖에서는 이상한 트럭 한대가 집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나온 괴한은 초인종을 눌러 알렉스의 아버지를 깨우고, 문 앞에서 바로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리고 아직 안자고 있는 마리는 그것을 놀라움 속에서 훔쳐 본다. 2층의 구석 방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전화기를 찾는 마리. 이때 알렉스의 어머니가 낌새를 채고 1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역시 괴한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다. 이제 남은 것은 알렉스와 그녀의 어린 남동생 톰이었다. 긴장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마리 앞으로 톰이 지나가고 그 뒤로 괴한이 쫓아간다. 그리고 잠시 후 옥수수 밭에서 톰 역시 괴한의 총에 죽는다. 이때 방에서 알렉스는 매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말 들어봐. 널 죽이려고 했으면 넌 벌써 죽었어. 그렇지?”
이 대사 역시 마리가 하기에는 너무 이상한 대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알렉스와 마리만이 남았으며 괴한은 그 집의 식구가 4명 인줄 알았는지 마리의 존재는 모른 채 알렉스에게 재갈을 물리고 손을 쇠사슬로 감싼 후 자신의 트럭으로 데려간다. 이때 마리는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나와 트럭에 몰래 탄다. 트럭은 계속 달리고 마리는 뒷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지친 알렉스는 계속 울고만 있다. 잠시 후 트럭은 주유소에 도착하고 괴한은 기름을 넣는다. 타이밍 좋게도 그때 뒷문을 열은 마리는 조심스럽게 내려 주유소의 마켓을 향해 뛴다. 그러나 어느새 괴한도 기름값을 지불하기 위해 마켓 안으로 들어오고, 마켓의 직원인 지미도 괴한에 의해 살해 된다. 마리는 그곳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한 뒤에, 카운터 서랍의 총을 가지고 지미의 차를 탄 뒤에 괴한의 트럭을 쫓는다. 금방 트럭을 발견한 마리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지만 어느새 뒤에 나타난 트럭은 마리의 차를 받아 날려 버린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나온 마리는 괴한과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한다.
그러나 괴한에게 사로잡힌 마리는 질식을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 때 괴한은 마리에게 말한다.
“왜 이렇게 알렉스에 관심이 많지? 알렉스가 널 유혹했나? 나에게도 그랬지.”
이런 말을 듣는 동안 정신을 차린 마리는 돌을 들어 괴한의 머리를 치고, 몽둥이로 괴한을 때려 죽인 뒤 절규한다. 정말 맞아 죽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면이 바뀌고 마리가 조금 전 신고를 했던 주유소가 나온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CCTV를 확인하는 경찰들은 지미를 죽이는 범인이 바로 마리인 것을 확인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확연히 드러나는 첫번째 반전인데, CCTV 속의 마리의 눈빛은 딱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트렁크 뒤의 알렉스에게 찾아가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말하는 마리. 알렉스의 손을 풀어주자 갑자기 식칼을 쥐어든 알렉스가 마리에게 말한다.
“손대지마! 저리가. 너가 우리 가족을 모두 죽였어”
그리고 나오는 장면은 알렉스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을 죽이는 마리의 모습이었다. 알렉스는 그런 마리에게 다가가 배를 찌르고 도망을 친다. 이때 장면이 바뀌면서 배를 찔린 사람의 얼굴이 마리에서 괴한으로 바뀌는 것이 두번째 반전이다. 마리, 아니 괴한은 차 앞에서 전기톱을 찾아 알렉스를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화면에서 마리와 괴한의 얼굴이 계속 번갈아 가며 바뀐다. 한편 알렉스는 지나가던 차를 멈춰 세우지만, 역시나 그 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고 차의 운전자역시 마리에 의해 전기톱으로 무참히 살해된다. 드디어 알렉스와 직면하게된 마리가 그녀에게 묻는다.
“날 사랑해? 넌 날 사랑하지 않아…날 사랑하지 않지?”
공포에 질린 알렉스는 울면서 절규한다.
“널 사랑해..사랑한다고”
그러자 마치 조금 전의 괴한이 마리에게 그랬듯, 마리도 전기톱을 내려두고 알렉스에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알렉스는 쇠꼬챙이로 마리의 배를 찌른다.
이렇게 하룻밤 사이의 일이 끝나고 다시 정신병동 독방의 모습이 나온다. 온몸에 흉터투성이인 마리는 계속 다음과 같은 말을 중얼거린다.
“누구도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없어”
이것이 영화의 끝이다. 90분 남짓한 짧은 영화지만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영화의 인물은 알렉스, 마리 그리고 괴한 이렇게 세명의 사람이지만 사실은 마리와 괴한은 한 사람의 다중인격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면 알렉스와 마리가 주인공이다.
마리는 알렉스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은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는 것임을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교과서를 찾아 보니 요즘에는 동성애 자체가 병적이라기 보다는 life-style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하여 인물 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해리 및 다중인격에 관한 것이다. 해리(dissociation)란 인격의 부분들 간에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괴롭고 갈등을 느끼는 인격의 일부분을 인격의 다른 부분과 분리시키는 기제이다. 즉 여기서는 마리와 괴한이 각각 하나의 인격을 이루고 그 둘은 갈등의 관계로 묘사되기 때문에 해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마리(주인인격, host personality)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를 가진 환자이다. 다중인격 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란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에 한 인격이 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 내내 마리와 괴한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알렉스를 소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재미난 것은 이 장애가 사춘기 이후의 여성에 많다는 사실이 역학적으로도 마리의 캐릭터와 들어맞는 점이다. 또 괴한과 마리는 성도 다르고(남/여), 연령대도 다른데(50대/20대) 이 장애의 특성상 각 인격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인격일 때의 모습이나 했던 일을 기억하는 수도 있지만 대개 기억을 못한다고 하는데, 마리의 경우가 그랬다. 자신이 주유소 직원을 도끼로 찍어 죽이고서 한편으로는 경찰에 신고를 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마리는 하나의 인격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반면 주인인격에 비해 새롭게 나타나는 인격은 고유의 인격에 상반되거나 어린아이 같은 경향을 띤다고 하는데 괴한으로 나타난 두 번째 인격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인격의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것도 흔한 광경은 아니다.
아마 마리도 그리고 괴한도 모두 알렉스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알렉스는 동성이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쳤고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알렉스의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보다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리는 용납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타난 두번째 인격인 괴한은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 역시도 마리와 마찬가지로 알렉스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없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인인격인 마리와 같을 것이다. 즉 이런 것을 감안했을 때 마리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의 DSM-IV-TR 진단기준에 부합한다.
A. 둘 또는 그 이상의 분명한 정체성 혹은 인격 상태들이 존재한다(각각의 인격은 환경과 자신에 대해 지각, 관계맺음 및 생각의 양상이 비교적 영속적이다). – 마리와 괴한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행동한다.
B. 정체성들 또는 인격 상태들 중 최소한 둘 이상이 반복적으로 개인의 행동을 지배한다. – 마리와 괴한은 번갈아 가며 행동을 한다. 알렉스가 겉에서 보기에는 모든 일을 마리가 처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C. 일상적 건망증으로 설명하기에는 매우 광범위한 정도로 중요한 개인적 정보를 기억해내는 능력을 상실한다.
D. 장애는 물질(예: 알코올중독 시의 기억상실이나 혼돈상태의 행동)의 직접적 생리작용이나 또는 다른 일반적 의학적 상태(예: 복합부분발작)
즉, 마지막 장면에 정신병동에 수감된 마리의 모습이 나오는데, 아마도 그녀의 진단명은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일 것이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써 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찰정신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인격들 간에 대화를 하도록 재통합을 시도하면 전체 행동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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