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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http://humanmed.org/)출신의 의대생, 의사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인의협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적어도 한가지 사실은 알게된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의사들이 파업을 선언했을때 자신들은 참가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협회가 바로 인의협이다. 이런 분위기가 책의 전반에 깔려있다고 본다.

(이 말의 의미는 이 책의 제목처럼 '의사'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의사'일 뿐이지 의사의 모든것을 말해주진 않는다는 점이다. 하긴 그 누가 그걸 다 말해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인의협의 정신이 내겐 매력적으로 보이고 나의 신조와도 비슷한 면이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세상은 넓었으며, 의사의 사회란 생각보다 다양한곳, 그래서 앞으로 알아갈 수록 더 재미있을 것 같다란 느낌이 들었다.

책의 목차는 이렇다.



서문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어떤 이미지일까?

1장 의대 생활 맛보기
01 기초 의학 수련 과정 - 늦깎이 의대생이 띄우는 편지 | 김선
02 임상 의학 수련 과정 - 의대생, 병원에서 길을 잃다 | 황석민

2장 초보 의사의 좌충우돌 진료 일지
01 수련의(인턴) - 인턴 일기, 나를 시험에 들게 하소서 | 전경훈
02 공중보건의 - 경쟁의 대열에서 잠시 벗어나 | 오경현

3장 의사 24시
01 내과 - 동네 의원에 '환자'는 없다 | 송관욱
02 소아과 - 인생의 동반자이자 스승인 아이들 | 김현숙
03 산부인과 - 21세기 '삼신할미'를 꿈꾸며 | 윤지성
04 외과 - 백성의 아픈 곳을 없이 할 수 있겠는가? | 박인근
05 가정의학과 - 내 이웃들의 첫 번째 주치의 | 김주연
06 정형외과 - 걷고 뛰게 한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 | 하정구
07 마취통증의학과 -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을 죽였다 살리며 | 백남순
08 신경과 - '신경'과 '정신'은 다르다 | 김진국
09 안과 - 심 봉사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니! | 곽일훈
10 응급의학과 - 밤을 지키는 '초치기' 야전사령관 | 김승열
11 비뇨기과 - 어디에도 말 못하는 고통을 어루만지며 | 이종우
12 정신과 - Brain meets Mind | 배경렬

4장 더 넓은 의사의 세계
01 일반의사 - 나는 영원한 애송이 의사 | 박태훈
02 의료 전문 기자 - 병원 아닌 현장에서 메스 아닌 펜으로 | 김양중

5장 의사 정보 업그레이드
01 의사 생활 엿보기 - 한 외과 의사의 일상 | 이동호
02 의사 지망생 궁금증 31문 31답 - 사소한 어려움에 굴하지 마라! | 인의협 편집홍보국

부록 전국 의과대학 일람표



..차례에서 볼수 있듯 이 책은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있는 사람과 현직의사로 있는 사람, 의대를 졸업하고 임상의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을 순서에 맞게 배열했다. 이 점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이다. 나처럼 현재 예과에 있는 의대생이 정말 궁금해하는 '본과1~2학년'때의 엄청난 공부량에 대해서도 첫장에서부터 언급을 해준다. 첫장이 본과 2학년인 의대생이 쓴 글이기 때문이다.

인턴과 공중보건의로 근무중인 두 사람의 챕터가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제 3장으로 각 과별로 에세이가 등장한다. 여기도 상당히 유용한 부분인다.

의대에 합격했을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너 나중에 무슨과할껀데?"였는데 막상 아직 겪어보지도 못한 의대생활 속에서 그런 질문은 난감했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서 활동중인 의사들이 자기의 전공에 대해 소개하고 장점을 위주로 이야기 하지만 간혹 단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등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분은 자기의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하거나 자신의 소신만을 적어서 과에 대한 내용은 일종의 감상에 지나지 않는 글도 몇개 보였다.

4장에서 다루고 있는 GM(General Doctor)이나 의료전문기자도 '다른 길' 치고는 너무 정석적인 길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렇다고 의사의 직업을 그만두고 요리사를 택한 사람이나, 의대를 그만두고 문과를 전공해서 대학 교수가 된 사람을 섭외할 수는 없겠지만..임상의가 아닌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연구직, 공직이나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들 등 더 다양한 방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나머지 뒷부분은 거의 부록처럼 딸려있는 부분인데 아마 요즘처럼 '의대광풍'이 몰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의 독자가 거의 수험생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만든 출판사의 간곡한 사정이었단 생각은 조금 오버일까? 어쨌거나 상당히 일반적인 궁금증, 예를 들자면..

'어떻게 의사가 되죠?' , ' 피가 무서운데 의사가 될수 있나요?', '의사의 수입은 얼마죠?'...

..등의 질의응답이 있다. 뭐 그것도 유용한 정보이긴 하다.


이 책에서는 의사의 일상적인 소소함까지 알려주려고 한다. 그것은 역시 책의 서문에 있듯 우리 사회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어느정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고, '의사들 또한 똑같은 사람이다란 항변'일 수도 있다. 내가 만약 의대생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접했다면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을 법한 참 '개념'이 철저한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각 과에 대한 설명이나 의대생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선 예비의사인 의대생들이 보기에 적합한 부분이다.)

또 서두에 언급한 듯 이 책은 단순히 '의사사회란 이러이러하게 좋고 편하고 뛰어나고 잘나서 참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낙원이다..'란 책이 절대 아니다. 의사 사회에 대한 비판도 조심스럽게나마 존재한다. 무분별한 개원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부터..

"지금 1차 의료 현장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고도의 세련된 전문성이 아니라 사람을 전인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1차 의료 기관의 포괄적 기능이다.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또 의사들의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이유를 깊이 헤아리지 못한다면 의료계의 앞날이 결코 맑을 수 없다는 사실은 내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개원 의사로 살아오면서 얻었던 교훈이다." p.158

의사라는 것보단 앞선 여자의사라는 장벽...

"지난달까지 돌았던 정형외과는 모든 레지던트가 남자였다. 그래서 관리자 명단을 뽑기 위해 아침 일찍 의국에 들어가면 옷 갈아입던 선생님들이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심지어 넌지시 아침 명단은 남자 인턴 선생님이 갖다 놓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뭐 크게 기분 나쁠 일은 아니지만, 그냥 좀 씁쓸하다. 왜 이런 사소한 일에서까지 나는 비주류로 구분되어야 하나?.......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의국원들이 맘에 드는 과요, 여자 의국원이 편하게 돌 수 있는 과요, 내가 남자와 다른 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과요..." p.42

GM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까지..(부제 자체가 '나는 영원한 애송이 의사'인 이 부분을 읽다보면, 의대생들이 가진 GM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 조차 불안감속에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턴시기에 겪은 단순한 의료사고에 대한 예와 그 뒤에 나오는 굳은 다짐 등 정석적인 의사이야기도 많이 있다. 아니 사실 그런 내용이 이 책의 메인이라고 해야한다. 그러나 이 책은 동경과 현실이란 부분에서 현실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고 본다. 의대에 진학할때 누구나 가질 그러한 고민과 기대, 그리고 인턴과 레지던트에 지원할때 겪는 그런 고민과 기대, 이런 것들을 의사 선배들을 통해 상세히 소개해 준 참 인상적인 책이다.

사실 현재의 의대생의 생활과는 약간 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저자중에 80년대 학번이 좀 있어서인지 '운동권'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체게바라, 노먼베쑨, 전태일평전 등에 대한 언급도 사실 시대적인 배경이 없다면 잘 나오지 않을 그런 문구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에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사람은 사회란 틀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며 그 당시 그런 저항정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조금 뒤쳐져 있을 수 밖에는 없지 않았을까? 의사란 직업을 가진다면, 또는 의대생이 된다면 아래를 바라보고 살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것이라면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좁은 시야를 가진 것이라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직접 맞이할 환자란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다음 문구가 늦게 의대란 곳에 들어온 내게 기억에 남는다.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일을 즐긴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듯 하다 보면 '명예'나 '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많은 후배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만약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의사를 택하기 보다는 사업가를 택하는 것이 백배 낫다. 명예와 권위를 추구하는 의사로 산다면 환자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어떻게 보면 '올바른 의사'가 되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왜 환자들이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겠는가? 도덕적으로도 실력에서도 완벽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권위를 부여받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p.192

"4. 좋은 의사가 되려면 어떤 성품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까?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이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황소처럼 우직하고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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