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V_춤추는 뇌(사이언스북스)

Posted 2008. 8. 21. 02:08, Filed under: Hobbies/Books



김종성이란 이름을 종종 접했던 것은 도서관에서 과학동아를 볼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슨 국가프론티어 사업으로 뇌과학에 대한 기사가 매달 조금씩 그 잡지에 연재가 되는데 거기서 봤던 것이다. 간단하게 뒤에 약력이 쓰여있었는데 일반적인 임상의사보다는 더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분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이 책도 과학동아 6월호를 보다가 광고에서 보게 되어서 관심을 가졌던 것이고 특히나 저자가 나름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뇌'분야의 전문가 중 한명이라 더 끌렸었다.

인간의 뇌란 것은 참 흥미롭다. 갑자기 예전에 어느 신문에서 봤던 한 의대진학생의 각오가 떠올랐다. 당시 그는 자신은 아직 미지의 영역인 뇌영역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되어 후에 사람 머리의 신비를 밝혀내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만일 그의 심정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면, 아직 그가 일할 분야는 무궁무진하겠다'란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우리 뇌의 신비를 말해주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모르는 것이 참 많다고 고백하는 것 같다.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뇌의 구조를 기준에 따라 분류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에피타이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이 부분의 글과 그림을 접하면서 약간 워밍업을 해둬야 뒤쪽으로 갈수록 읽을때 이해가 잘되는 것 같다.(물론 그런면에선 좀 재미가 없기는 한 파트이다.) 왜냐하면 2장 이후로도 여러 현상을 설명할때 원인에 대한 뇌의 해부학적 설명-거창한 것 같지만, 이상부위가 뇌의 어디어디 부분..이 정도?-이 이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변연계 앞부분'따위가 어딘지 감은 잡고 있어야 좋을 것 같단 말이다. 그래도 걱정할 것 없는 것은 저자는 참 친절하게도 책의 앞/뒤에서 하나하나 언급을 해주면서 넘어간다. 예를 들면,

"...신경 세포의 활동 증가에 따른 기억 회로의 건설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댜(기억의 기제에 관해서는 172쪽을 참고하라.)..." p.225

..와 같이 힌트를 준다. 또 "지금껏 ~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는 ~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처럼 파트가 넘어가기 전엔 맺고 끊음을 확실히 해주는 센스가 있다. 뭐 그정도는 그냥 대충 넘어가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적절하게 비유(영화나 소설 등)도 많다. 심지어는 지금 영화관에서 개봉중인 영화 '분홍신'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아마 책이 많이 팔리는 시점을 올 연말정도로 잡았나 보다.

"근육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왕성해져서 환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손발을 마구 내두르게 된다. 이런 증세를 무도병(마치 춤추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이라고 한다. 영화 분홍신에서 신을 신고 끝없이 춤을 춘 소녀의 동작을 상상하면 된다." p.262

2,3장도 부담없이 볼수 있을 것 같다. 반면 4장은 관련된 질병을 설명하는 장으로 확실히 의학적인 용어가 많이 나오고 딱히 쉽다고 말하기 어려울 난이도로 설명이 된다. 하긴 일반인 입장에서 의학용어 자체의 낯설음을 떠나 그 병의 무엇을 쉽게 설명을 해줄수 있겠느냐 만은!

사실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이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의학적인 실력면에서도 유능해 보이지만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왜냐하면 글에 다양한 예(Example)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가 임상에서 겪었던 환자들의 케이스나 역사적인 외국의 임상케이스 등이 많다. 특히 어떠한 질환과 관련된 것 처럼 보이는 것들, '인썸니아','그녀에게' 같은 영화나 장자의 꿈이야기, 그리스로마 신화이야기 등 짧은 이야기를 언급한다.(그런데 정말 짧은 이야기로 언급하는 수준이다 보니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잭니콜슨이 주연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본 젊은층 독자들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다. 2번씩이나 언급한 '메멘토'처럼 최신영화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딱딱하진 않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평소 매스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뇌와 관련된 의학적인 현상 및 질병의 거의 모두를 본다고 하면 되겠다. 식물인간과 뇌사자의 차이, 알츠하이머병과 크로이펠츠야콥병 및 광우병, 성행위와 간질발작의 공통점, 술을 먹으면 기분이 UP되는 이유, 중독이란 무엇이며 왜 생기는 것일까? 등 알아두면 좋은 상식도 풍부하다. 안구를 포함한 장기에 이상이 없어도 뇌에 문제가 생기면 장님이 될수 있다는 것이나 임신이 사실 태아가 엄마를 착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처럼 '고급상식'도 많다. 저자는 '뇌'가 결국 한사람의 모든 것을 다 지배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의 기저에는 인간의 생존을 향한 처절한 투쟁이 깔려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가 발달한 것도 결국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불리한 것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안이었다는 말이다. "...뇌 회로 역시 적자생존과 성선택의 진화적 압력을 받으며 설계되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다 보니 뇌가 발달한 측면도 있기는 있다는 말과 유사하게 들린다.

3장부터인가 기억을 포함해서 뇌안에서 돌아다니는(!)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세로토닌이란 것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것은 인간의 감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충동성향도 조절하며 많은 일을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세로토닌이 짱 중요하다!'라고 요약이 가능하다. 역시 비전공자에게 전문용어는 생소하기 마련이기에 슬슬 복잡하게 보이기도 한데 4장으로 넘어가면 거의 그렇다. 하지만 고등학교때 조금만 과학, 특히 생물에 관심을 가졌었을 정도만 된다면 최소한 책의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종종 과학동아같은 잡지나 신문 과학기술 면을 탐독한 독자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고..)

또 객관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의견이나 생각이 들어간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중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중독이란 한 개체가 어떤 물질에 노출된 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 물질의 공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중독하면 보통 마약을 많이 말한다. 예를 들어 마리화나는 인간의 쓸데없는 기억을 제거하여 현실의 감각이 더 강렬해지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예민한 예술감각을 유지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종종 피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덧붙여 현대에 생긴 신종 중독현상에 대한 언급도 있다. 일중독, 쇼핑중독, 인터넷 중독(internet addiction disorder, pathological internet use) 등 세상이 복잡해질 수록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정신과와 신경과가 미래사회에 더 세분화되고 사람들에게 절실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일치한다.  

이 책을 도서관 서가에서 봤을때 정말 반가웠다. 리스트에 있긴 했지만 최신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빌릴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어보니 사람들이 살짝 읽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아무리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해도 내용 자체가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뇌의 부분을 개괄하다보니 읽기가 만만치 않다. 더 문제는 다 읽고 난 후의 지적만족감을 느끼기엔 읽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단지 흥미위주의 독서를 하기 원한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같은 책이나 심리학자가 쓴 관련서를 읽는 것을 더 추천한다.(의사가 쓴 책이라 확실히 깊은만큼 복잡해 보이는건 사실이다.) 역으로 만일 이 책을 분석적으로 잘 읽는다면 참 재미있고, 평소에 왜 그런지 궁금
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준다고 볼수도 있다. 의학적인 상식도 풍부해 질수 있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메트로 섹슈얼이 유행한다고 안타까워하는 터프가이가 있다면 다음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요즘 같은 복잡한 사회를 사는 여성은 지배적이고 강인한 남성보다는 친구처럼 자상하게 자신을 도와주는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특히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런 남성들의 인기는 더욱 올라갈 것 같다. 남성의 귀여운 모습이 후두엽에 맺힐 때 여성의 변연계는 감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여성에게 용맹한 수컷에게 끌리는 성향이 아주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닐 것이다. 나는 그 흔적을 영화에서 본다. 아무리 요즘 여자에게 눌려 지내는 남자가 많은 세상이라지만 영화에서는 언제나 얘기가 다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나 장 클로드 반담 같은 액션파 배우는 물론이지만 이들보다 시시하게 생긴 남자 주인공이라도 그들은 거의 언제나 악당들을 물리치고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출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용감하고 지배적인 남자다. 이런 영화를 보면 실생활에는 귀여운 남자와 데이트하는 여성이라도 씩씩하고 용맹한 기사가 자신에게 찾아와 입맞춤해 주기를 기다리는 '백설공주'의 심리를 마음 한 귀퉁이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그들의 이런 숨어있는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 주는 창구이다." p.119


★ 목차

글머리에

1장 뇌와 우리 몸

온딘의 저주 / 심장보다 더 중요한 뇌 / 사랑과 기억의 뇌
우리가 짱구가 된 이유 / 협조적인 신피질 / 변연계와 신피질의 조화
웃기 / 당신의 두 눈엔 잠이, 가슴엔 평화가 / 밤의 제왕 멜라토닌
꿈꾸기 / 식물인간과 잠금 증후군 / 12쌍의 다리 / 냄새와 인간
꽃이 아름다운 이유 / 앞을 보고 걷는 인간 / 달이 눈썹으로 보이는 이유
맛보기 / 허무한 식욕 /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
음악에 부쳐 / 악성의 뇌, 음치의 뇌 / 균형 잡기 / 인생은 인형극?
움직이기 / 걷기

2장 희로애락의 비밀

인간은 행복한가, 불행한가? / 인간과 페로몬
우리는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 / 여성의 아름다움 / 매력적인 남자의 얼굴
사랑은 어떻게 고통을 치유하나 / 섹스는 뇌로 하는 것 / 사랑은 아무나 하나/ 지식 사랑, 애인 사랑 / 태아의 착취? / 줄다리기
나랑 함께 있어 줘요, 엄마 / 이타적인 뇌 / 남과 여의 갈림길

3장 기억, 지능 그리고 성격

기억이 사라진 HM을 기억하며 / 기억이란 무엇일까?
뇌가 기억하는 방법 / 기억을 좋게 하는 방법?
노인이 기억하는 법 / 망각의 기술 / 유전인가 환경인가
혼자 살 것이냐, 함께 살 것이냐 / 긍정적인 생각은 타고난다?
너무 친한 것도 병이다 / 참을 수 없는 웃음의 괴로움
세로토닌이 2퍼센트 부족할 때 / 나쁜 남자
폭력의 생물학적 근거 / 현대인을 위한 레퀴엠 / 현대인의 중독

4장 우리들의 일그러진 뇌

멍청해진 아저씨 / 말을 잃어버린 여인 / 마비된 너 자신을 알라
내 손은 불쌍한 손자 / 뇌량 절단 증후군 / 거울형 글쓰기
계산 불능증 / 실행증 / 햄릿의 고민
미칠 것이냐 발작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여자는 괴로워
인어 소년 이야기 / 자클린 뒤 프레의 비극 / 뚫어, 말아?
어찌할 수 없는 나의 손발 / 꼬이는 인생, 꼬이는 손발
보톡스의 용도 변경 / 루스벨트 대통령의 오진? /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인간 광우병 / 소가 미친 것인가, 인간이 미친 것인가
풀려가는 히프노스의 비밀 / 뇌 이식 / 벗겨지는 뇌의 신비

글을 마치며

참고 문헌
찾아보기



참고로 식물인간과 뇌사자의 차이는 이렇다.

"식물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 뇌의 맨 아래쪽 작은 부위인 뇌간은 숨을 쉬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뇌간을 제외한 나머지 뇌 부분 즉 인간의 고등 행위를 관장하는 대뇌가 뇌 손상, 일산화 탄소중독, 뇌졸중 같은 질병으로 모든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를 우리는 식물 인간이라 부른다.

이 경우 뇌간은 살아있으므로 맥박이 뛰는 것과 숨을 쉬는 것은 정상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는 눈을 깜박이고, 잠을 자고 깨기도 한다. 자극을 주면 얼굴을 찡그리며 기본적인 신체의 반사적 움직임도 가능하다.(이 정도의 움직임은 뇌간 혹은 척수 수준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대뇌에서 명령이 내려오지 못하므로 의지적 움직임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이런 환자는 손을 뻗어 탁자 위의 컵을 들고 물을 마시지 못한다. 물론 결코 남을 알아보거나 대화를 하거나 감정을 교류할 수 없기에 가족들을 슬프게 한다. 특별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한 이러한 식물인간 상태는 영원히 계속된다.

이번에는 이와 반대의 경우, 즉 대뇌는 정상이며 뇌간이 선택적으로 손상된 상태를 생각해 보자.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뇌간은 숨쉬기, 심장 근육 움직이기 같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일을 한다. 뇌졸중 같은 병으로 뇌간이 심각하게 손상되면 이런 기능이 정지되어 사망하기 쉽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뇌간의 '심장 근육 움직이기' 기능은 '숨쉬기'에 비해 늦게까지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뇌간의 모든 기능이 소실되어 사지 근육을 움직이거나 숨을 쉬지 못해도 심장만은 뛰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인공호흡을 해 주면 시체에 산소가 정상적으로 공급되므로 근육이나 내장 같은 신체의 기능은 얼마 동안 유지된다. 이런 상태를 뇌사라고 한다. 뇌는 거의 죽었으나 신체는 살아 있따는 의미이다.

뇌사상태에서는 뇌의 기능을 돌이킬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므로 이런 환자의 장기를 적출하여 장기 이식에 사용하기도 한다. "   p.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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