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싸이월드 사진첩에 있습니다.

2011. 1. 29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히 세면을 하고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시내버스가 다닌다는 것을 어제 밤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었기에 캐리어와 백팩을 미리 다 챙겨놨었던 것이 아침 시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의식주 중에서 '주'가 해결되었기에 이번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항가는 리무진 버스는 4시 조금 넘어서부터 있다고 했다. 잠실역 5번출구 쪽에서 버스를 타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일어나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아침(새벽)에는 길이 안막혀서인지 잠실에서 인천까지 1시간 10분정도만에 도착했다. 일찍 일찍 다니니 수속도 빠르게 할 수 있었는데, 대한항공 수속 시작시간에 맞춰서 줄을 서서 짐을 부쳤다. 오프닝 시간에 다 같이 수속화물대 앞에 나와 배꼽인사를 하더니 일을 시작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침에 이렇게 일찍 오면 이런 장면도 볼 수 있구나...

 그후 배가 고파 근처의 한식당에서 만원이나 하는 설렁탕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면세점을 가기 위해 터미널 내로 들어갔다. 작년 가을 미국에 들어갈 때에 비해 훨씬 수월한 검색이었다. 그리고 7시에 면세점의 철제 셔터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개점'을 했고 거기에 맞춰 구경을 했다. 탑승 시간에 비해 100분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그냥 저냥 면세점을 돌아다녔다. 세계적으로도 대형규모를 자랑한다는 인천면세점을 특정 브랜드나 품목에 상관없이 30대 남자가 돌아다니니 이건 시간이 너무 남았다. 그래서 'ㅠ'자 모양의 면세점을 다 돌아다닌 후에 잠깐 고민을 하다가, 동환이 와이프 선물로 키엘선물세트와 립밤을 구매했다. 생각보다 비용이 들었지만 4박5일동안 동환이 집에서 신세를 질 것이기에 그래도 과감하게 구매했다. 이미 동환이 선물과 동환이 아들인 태훈이 선물은 서울에서 준비를 했기에 면세점에서 그닥 구매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 잘하면 양양네 부부도 만날 것 같았다. 양양은 2005년 여름 백두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 알게 된 착한 중국인 친구이다. 한국을 들락날락하는 동환이네 내외와 달리 양양은 한국에 거의 올 일이 없었기에 되도록이면 전통적인 선물을 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전통음식 비슷한 것을 파는 곳에 가 점원에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선물을 물어봤다. 한과과 김치, 그리고 즉석요리용 삼계탕이 있는데 점원 말로는 앞에 2개는 중국에도 많기 때문에 크게 티가 안날 것 같아 자신은 삼계탕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래서 삼계탕을 2인분을 샀다. 

 그리고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 자체는 1시간 30분을 조금 넘었는데 그래서인지 비행기 내에서 '타운'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끊겼다.-_-; 어쨌든 한국에서 설을 보내면 2월 7일부터 바로 병원으로 투입이다. 즉 앞으로 적어도 2년간은 이런 자유여행의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앞으로의 5일이 기대가 되었다.

 + @베이징 공항

 공항에서 동환이 내외를 만났다. 베이징 공항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나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항공을 타고 왔는데 밖으로 나가는 수속용 라인이 외국인용은 2개고 내국인용이 5개였다. 물론 내국인이 거의 다 빠져나가니 2개정도를 더 열여주긴 했지만 그렇게 배려있어보이진 않았다. 어쨌든 반갑게 만난 우리는 '헤이처'라는 특수영업(?)용 차를 타고 베이징 시내로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하이디라우'라는 중국 샤브샤브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엄청난 친절로 무장한 점원들이 인상적인 이 식당은 손님이 매우 많았다. 주말에는 예약번호가 50번이 넘어간다고 하니 뭐...이 식당은 논현동의 '훠궈'의 샤브샤브와 비슷했는데 오히려 더 중국적인 맛이었고, 동환이 말에 의하면 육수맛이 거기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충분히 배를 채운 후 우선 동환이 집에 짐을 풀고서 우리는 북경의 대표명소인 천안문 광장으로 향했다. 첫날부터 바로 빡/시/게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 @천안문광장과 자금성

  CNN 등에서 자주 보이던 모택동의 초상화가 자금성의 입구이자 천안문 광장에 붙어 있었다. 사람도 많았고 공안도 많았는데 원래 거기는 그렇지만 지금은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오기에 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일단 모든 것이 사이즈가 컸고 나는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역시 여러 잡상인들도 조금 보였는데 물리적으로 큰 장소라 그런지 그렇게 분주한 느낌이 나지는 않았다.

 경복궁같은 건물 여러개가 길게 연결된 모습을 한 자금성은 생각보다 볼것이 많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건물 안에 보면 황제가 옷을 입던 곳, 장원급제한 사람에 뭔가를 주던 곳 등 예전의 모습을 설명하는 글이 하나정도 씩만 있었기 때문에 순간순간 사진을 찍고 바쁘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2시정도에 들어가서 슥슥 훑어보니 4시30분 정도에 끝부분에 도달을 했고, 게다가 곧 문을 닫는다고 나가라고 할 정도로 야박(!)했기 때문에 첫날 바쁜 일정에도 자금성을 다 볼 수 있었다. 자금성의 끄트머리에는 작은 숲들이 있는데 바로 바깥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 @왕푸징 거리

 그곳에 나와 우리는 택시를 타고 북경의 명동거리라 불리는(적어도 인터넷 블로그 상에서는) 왕푸징 거리에 갔다. 첫 느낌부터 우리나라의 명동과 닮았는데, 대형건물들도 많고 군데군데 우리나라의 기업광고도 보였다. 오늘 많이 걸었기에 일단 우리는 근처의 맥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몸을 조금 녹였다. 그리고 이미 왕푸징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양양과 그의 남편을 기다렸다.

 한시간정도 지난 후, 오랜만에 옛 친구인 양양네 부부를 만났다. 결혼한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신혼부부였다. 양양은 북경에서 국책은행에 취직을 했고 거기서 만난 회사커플과 결혼을 했는데 한국과는 그닥 연관이 없는 회사라 요즘엔 한국말도 많이 까먹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간단한 회화는 자연히 했지만. 시간이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어 근처 쇼핑몰에 있는 유명한 중국음식점에 갔다. 거기서 사천성음식을 여러가지 시켰는데, 베이징덕 등 특이한 음식을 시켜주었고 거기에 메기요리, 탕수육, 버섯, 해파리, 볶음밥 등 다른 전통음식도 몇가지 더해 거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어린 비둘기를 통으로 구운 요리도 있었는데 사진이 너무 적나라하게 메뉴판에 나와 있어서 차마 시키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었다. 역시 중국은 손님에게 식사를 풍성하게 대접한다더니만 정말 엄청 많이 먹고도 남길 정도의 음식이 나왔다. 베이징덕은 나름 신기했는데 특히 슬라이스로 잘라만든 껍질부분이 맛있었다(?). 전반적인 음식이 평소 한국에서의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은 여행지니까 충분히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다섯명이서 400원이 넘게 먹었으니 양도 양이지만 상당히 고급음식이었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 @올림픽 경기장 주변 구경

 식사 후 양양 내외의 초대로 올림픽 경기장 근처로 갔다. 그곳에 신혼집을 마련했기에 간 것인데 2주밖에 안된 곳이라 해도 집이 정리가 거의 안되어 있었다. 그래도 전혀 부담없이 집안까지 초대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의 컬처럴 디퍼런스를 느꼈다고나 할까? 사실 구경이라 할 것도 없이 잠깐 있다가 나와서 양양 남편의 차를 타고 근처를 드라이브했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딴 수영장의 모습이 겉보기에 물고기 비늘 형상을 띄고 있는데 직접 보니 그곳에 들어간 엄청난 전기세가 상상이 되었다. 주경기장도 역시나 멋있었고 미디어 센터 등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미 밤이었고 차량을 이동하면서 봤기에 사진을 잘 찍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올림픽 경기장 주변의 여러 큰 건물들도 화려했고 동환이 말로는 근처가 땅값이 비싸다고 했다. 그렇게 잠깐 구경을 하다 다시 그 차를 타고 동환이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오늘 베이징에 왔는데 참 많은 것을 겪었던 것 같다. 그래 이왕 온 김에 빡시게 북경을 다 누비고 다니리라~

2011. 1. 30
 

 아침 9시정도에 일어났다. 동환이 장모님께서 해주신 아침을 먹고 동환이와 둘이 '이화원'으로 향했다. 동환이 부인은 어제 너무 고생한 것도 있고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기에 월요일에 출근도 해야해서 그냥 우리 둘만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는데, 왕진역은 최근에 지어서인지 상당히 깨끗했다. 한국과 다른 점은 공안도 좀 보였지만 그 공항에 있는 Xray 검색대가 있는데 공안들이 조금 큰 가방이나 몇몇 사람들을 랜덤하게 골라 가방을 검색대에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짐이 없었기에 아무 상관없었지만. 지하철을 3번 갈아탄 끝에 이화원이 있는 '북경문역'에 도착했다. 

 + @이화원

 이화원은 서태후의 여름별장이라고 했다. 예전 교양중국어를 배울 때 중국 여행에 관련된 chapter가 있었는데 그때 자주 나왔던 것이 '고궁'과 '이화원'이었다. 여기서 고궁은 자금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오늘 온 이화원이 그 흔히 나오는 여행지인 것이다. 이화원은 쉽게 말해 올림픽공원같은 산보공원인데 여러 황실과 관련된 장소와 큰 호수가 있는 휴양지이다. 

 50원의 자유이용권을 끊어서 들어간 이화원의 첫 느낌은 '한산'이었다. 오늘은 일요일임에도 날씨가 추워서일까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의 없었다. 뭐 우리가 일찍 온 것일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행진했다. 그런데  어라? 직선 코스의 초반부에 있는 건물을 보수공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회해서 돌아가라고 쓰여있었고 내가 뽑아간 한국어판 이화원지도도 사실 부정확했다(심지어 중간에 답답해서 지나가던 중국청년에게 몇번 이곳이 어디인지 물어봤는데, 고심끝에 그들도 모른다고 하더라는). 그래서 동환이와 상의끝에 그냥...그냥 걸었다. 어딘가 가보면 길이 나오겠지 하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화원의 자랑이던 큰 호수도 이미 꽁꽁 얼었고 그 위로 사람들이 대담하게 마구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못느껴 우리 둘은 안전하게 걸어다녔지만...그래도 자유이용권 가장자리를 보니 뭔가 5개의 아이템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하나씩 보면서 punching을 뚫는 재미를 느끼며 동심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소주거리'는 결국 찾기도 귀찮고 어려워 가지 못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화원 가운데 서있던 탑이었다. 인터넷이나 엽서 등에서 종종 봤던 높은 곳에 있는 사원인 '즈후웨하이(불향각)'였다. 인터넷 검색에 '이화원'을 치면 나오는 사진 중 산 정상에 있는 사원모습을 한 곳인데 그 안에는 큰 불상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유적지들도 이리저리 보면서 지나쳤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아무리 동환이 있어도 전문 가이드가 아닌 이상 내가 좀더 이런 유적지에 대해서 공부해 갔다면 더 인상적일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점이다.

 각 시대별 및 소재별로 작품을 구분해 놓은 여러 갤러리도 있었고(그렇게 재미있진 않았지만), 공연을 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이화원 구경을 마치고 지친 다리를 이끌고 나온 우리는 택시를 타고 칭화대 근처로 갔다.

 + @칭화대와 북경대

 동환이가 작년까지 칭화대에 몸담은(?)적이 있기에, 이곳 근처의 지리를 잘 안다고 해서 먼저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일단 맥도널드에 가서 빅맥세트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 근처에도 '오다쿠'라는 한인밀집지역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한글로 된 간판도 간혹 눈에 띄었다.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스타벅스 등이 아닌 그냥 지역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오후의 계획을 짰다. 사실 계획이랄 것도 없는 것이 그냥 칭화대와 북경댁다 유명하다기에 스윽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계획의 다였다. 칭화대는 이과로, 북경대는 문과로 유명하다고는 하는데, 확실히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그런 나이가 되어성일까 그렇게 감흥이 남다르지는 않았다. 물론 호기심은 여전히 있었지만!(참고로 칭화대에는 의대가 없지만 북경대에는 있다. 이것때문에 북경대에서 참 고생했다는;)

 일단 칭화대 입구에서 사진을 한장 찍고, 교내로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학교는 컸다. 그리고 장소가 큰 데다 건물까지 띄엄띄엄 크게 건물을 지어놓으니(마치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같은 건물이 하나의 단과대학교 건물이었다) 더욱 웅장해 보였다. 일요일에다 곧 명절이라서, 아니 결정적으로 방학이라서 학교 안에 학생의 모습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계속 둘이 걸으면서 구경을 했는데 건물들 모습을 사진에 찍는 것 말고는 한 것이 거의 없었다. 입구의 정 반대쪽인 기숙사촌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려다 그냥 동문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북경대로 향했다. 거리상으로 매우 가까웠다.

 북경대는 오히려 연세대학교의 고풍스런 건물분위기가 많이 났다. 물론 낡았지만 그래도 건물은 컸고 또 최근에 지은 몇몇 연구소 등은 최신식 건물로 보였다. 북경대는 동환이가 잘 모르는데다 캠퍼스에 지도는 많은데 너무  모식도로 나타냈고 결정적으로 'You are here'라는 글자가 없는 맹 지도뿐이라 도무지 우리가 어디에 있는건지 구분이 잘 안갔다. 그런데 정말 캠퍼스지도는 많았다. 교차로에 딱 서서 보면 한 3~4군데는 동일한 지도가 보이더라는;;

 택시를 타고 칭화대를 갈 때 북경대 근처를 지나쳤는데, 분명 Beijing university hospital(?)이라는 금장 간판이 달린 건물이 북경대학교 지하철역 옆에 있는 것을 보았고 그곳이 '북경대 의대 부속병원'이란 생각을 가지고 이따 들러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정작 북경대에 오니 찾기가 무지 어려웠다. 상식적으로 그럼 북경대학교 지하철역으로 가서 그 옆건물을 찾으면 되겠지만 이미 칭화대 및 북경대, 아니 이화원까지 계속 걷기 행진을 계속한 우리는 더이상 병원찾아 삼만리를 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목적없이 북경대 안을 돌아다녔다. 신기하게 북경대 안에 호수가 있는데 그곳이 얼으니 체대에서 주최하여 스케이트장 및 썰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비용이야 얼마 안하겠지만 그런 것을 학교측에서 허락을 하다니 참 신기했다. 북경대에는 칭화대에 비해 가방을 맨 대학생이 몇몇 보였는데, 서양인도 조금 볼 수 있어서인지 한국에서의 대학교와 비슷하단 느낌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았다. 드디어 긴 산보를 마치고 다시 택시를 타고 동환이 집으로 컴백하였다.

 + @저녁식사

 태훈이, 동환이 부인과 함께 넷이서 근처의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다. 오늘 간 곳은 왕진에 있는 중국레스토랑인데 동환이네도 종종 오는 것 같았다. 여기서도 흔히 보기 어려운 음식을 시키라고 하여 난 '오리 간'요리를 시켰다. 그리고 탕수육 및 전통 중식을 시켰다. 오리간 요리는 예상했던 것 처럼 순대의 간과 비슷한 맛이 났는데 약간 더 비린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택시를 타자는 동환이의 절규를 무시하고 10분정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역시 바쁜 하루였다. 비록 하루 종일 걷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관심 많았던 장소를 가봤다는 것에 만족했다.


2011. 1. 31

 천쉐이는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그런데 어제 빵을 사놔줘서 난 그것을 먹었다. 동환이는 원래 아침을 잘 안먹는다며 먹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만리장성을 갔다. 아침 일찍 헤이쳐아저씨를 불러 차를 탔다. 아저씨는 기본 속도 100Km/h로 달리며 종종 레이싱을 펼쳤고 그러다보니 1시간 남짓 걸려 어느새 만리장성 입구에 도달했다.

 + @만리장성

 입구에는 오색의 기가 날리고 있었고 추운 날씨를 걱정해주는 삐끼들이 비니모자를 팔고 있었다. 난 미리 비니를 하나 가져왔는데 오는 도중에 차안이 너무 더워 이거 괜히 짐만 되는거 아니야 했는데, 만리장성에 올라가보니 그 생각이 오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단 매표소에서 케이블카 왕복 및 만리장성 입장권을 끊어서 올라갔다. 케이블카는 스키장의 케이블카와 비슷했는데 뭐 길이나 높이가 그런 곳보다는 훨씬 높으니 차원이 다르긴 했다. 도중에 흔들거림과 옆에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찬바람과 강풍소리가 빡세긴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입장을 했는데, 바로 앞에 있는 표지판에 Hero slope라는 눈길이 가는 명칭이 쓰여있었다. 오른쪽으로 가보라고? 그래서 그쪽으로 가보니 저기 언덕너머로 영웅들만이 오른다는(!) 높아만 보이는 만리장성 코스가 보였다. 우리 둘은 무작정 그곳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각도가 높았고 계단도 가파랐지만 더 문제는 계단이 없이 그냥 돌로 이뤄진 곳도 각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거기서 자칫 발 미끄러지면 살짝 정신을 잃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높이도 높았기에 주변의 강풍소리가 생생하게 들렸고 옆을 보니 고소공포증을 조금 유발할 정도로 빡신 코스였다. 그러나 푸른빛 서양인도 그리고 코흘리개 중국꼬맹이들도 잘만 오르기에 나도 그냥 올라갔다. 잡념을 버리고 발 아래의 스텝에 집중하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slope 정상에 올랐고 난 거기서 hero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이렇게 이야기 해도 정작 별거 아니란 것을, 아마 가본 사람들은 알지 않을까 함).

 이제 내려와 본격적으로 만리장성을 구경하려 했는데, 보니까 저 멀리 산등으로 장성이 길게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냥 다 똑같아 보였다. 그렇다..뭐 다를 것이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그냥 한 500m 정도를 걸으면서 사진 찍고 그랬다. 여전히 팬던트에 이름새겨주는 잡상인들도 간혹 보이고, 심지어 슬라이딩카를 지어놓고 장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화장실도 하나 지어놓고 조잡하게 장성모양 치장을 해놨는데 동환이 말로는 '유료'라고 해서 가보지는 않았다. 역시 만리장성이 중국을 대표하는지라 많은 외국인과 중국인들로 가득했고 기념품을 파는 상점도 있었지만 난 사지 않았다. 그 후 다시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올 때는 우린 장성 밖의 벽쪽 길을 따라 올라왔다. 장성 위로 지나오지 않으니 마치 한국의 동네 산을 걷는 듯한 느낌이 났다. 소문과 달리 소변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는데, 겨울이라 그런건지 아님 추위에 내 코가 살짝 마비되어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던 정말 운동을 많이 한, 그런 날이었다.

 만리장성 아래 주차장에서 간단히 요기거리를 채우려 했으나, 겉으로 봐도 별로인 허접한 식당들 몇개만 보일 뿐 그닥 없어서 그냥 난 굶었고, 아침을 먹지 않은 동환이는 배가 고프다고 '대만 소세지'를 5원을 주고 사먹었다. 대만소세지라고 해도 그냥 한국에서 파는 프랭크소세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잠시 뒤에 기사아저씨가 와서 우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팔당령 야생동물원

 2007년에 세윤이가 왔다가 완전 반했다는 야생동물원이 만리장성 옆에 붙어있었다. 그러나 겨울이라 손님도 거의 없고 뭔가 겉보기에도 매우 한산해 보였다. 더 문제는 동물도 별로 없다는 것! 그래서일까? 비용은 넘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셋+안에 들어가는 우리 차량 이렇게 해서 305원이었다. 개인적으로 동물원을 그닥 좋아하진 않았지만 동환이가 뭔가 강추를 해서 왔지만...역시 겨울에는 동물도 추운가 보다. 
 
 여기는 개인차량을 가져오면 그 안에서 창문을 다 올리고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사파리 형태의 동물원이다. 상당히 신기한 컨셉이긴 하지만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다. 인상적인 동물도 거의 없었고 ㅠ
사자, 호랑이(한 4종류? 종류별로 우리가 다름), 곰, 이리, 여우, 여러종류의 새, 원숭이 등을 봤지만 정작 동물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고 구석에서 쉬는 형태를 취했기에 안습ㅜ 게다가 기사아저씨는 사자나 호랑이 우리를 지날 때는 차가 손상될까봐 빠르게 빠져나갔기에 사진도 잘 못찍었다. 역시 동물원은 여름에 와야 제맛!

 + @양꼬치구이점에서 점심식사
 
 북경시내로 돌아와 동환이와 테이블컴퓨터로 주문하는 왕진에 있는 양꼬치점에 갔다. 동방승 꼬치전문점이란 곳인데, 5개에 10원에서~25원하는 꼬치를 먹었다. 항상 놀라는 것은 식당내 흡연가들이었다. 오늘도 역시 주변에 담배연기가 뿌옇게 끼었는데 신기하게도 현지인으로 보이는 애기 엄마 2명이 컴플레인 거는 것을 보고 '아 역시 세계의 어머니는 같구나'란 생각을 했다. 뭐 그 내용이 자리를 옮겨달라는 정도였지만 말이다. 동환이 말로는 이 근방에서 제일 괜찮은 양꼬치집이라 하였지만 나름 맛있긴 한데 좀 비싼 감이 있었다. 어쨌든 먹고 나서 바로 택시를 타고 동환이 와이프 회사 근처로 가서 대기하였다.

 + @수수시장

 천쉐이의 회사 옆건물 아래 커피샵인 코스타커피에서 맛없는 커피와 더 맛없는 핫초코를 시키고 죽치고 있었다. 끝나기로 예상한 시간이 밀려서 1시간 가량 있었는데 역시 여기도 젊은사람 위주로 커피샵을 오는 듯 보였다. 옆에 앉은 중국인 커플이 종종 눈치보며 키스를 하는데-_-; 이 근처의 건물 풍경은 건물크기나 그런 것이 테헤란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지 LG, SK, 삼성 등의 로고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드이어 천쉐이를 만나 수수시장을 가기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수수시장은 북경의 유명한 4대 '짝퉁시장' 중 가장 큰 곳이라 하였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입구에서 부터 'silk street and pearl market'이라고 쓰여져 있는 복도를 지나면 나가는 입구 자체가 수수시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이 지하 2층잉었고 이미 인터넷으로 확인한 층별 정보에 의하면 본격적인 시장은 지하 1층부터 시작되었다(그런데 전자제품 파는 곳은 없어진 듯 함. 그 층 자체가 보석상가로 바뀐듯).

 지하부터 돌아다니며 여러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중국상인들이 워낙 유명하기에 이런 흥정하는 모습들, 즉 나가는 사람을 잡는 모습이나 가격을 내려부르며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 등이 궁금해서 이 시장에 와보고 싶었다. 서양인들도 나름 재미있게 흥정을 했는데 특이한 점은 그들은 대부분 나가면 뒤에서 가격 낮춰서 상인들이 붙잡을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가더라는 것이다. 원래 가격을 낮춰부르면 다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흥정의 정석' 같은데 그들은 자신들이 정한 금액을 종이에 써서 거기 맞추지 않으면 바로 돌아나갔다. 뭐 많은 케이스를 본것은 아니지만 대충 서양사람들은 그러했다.

 반면 우리 팀이나 다른 한국관광객들은 자신이 물건을 사기로 결정한 마켓에서는 느근하게 흥정을 벌였다. 우리는 다행히 동환이 부인이 한족이여서 바로바로 흥정을 했고 사실 흥정이라기 볻다는 '나 중국인인데..'라는 민족성에의 호소(!)로 접근을 했다. 그렇지만 냉정한 중국상인들은 첫 가격을 터무니 없이 부르지는 않는 반면 처음 제시한 금액에서 더 싸게 해주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보통 이럴 때 우리가 자리를 뜨면 그 상인이 뒤에서 우리에게 조금씩 가격을 낮추는 것이 교과서에서 본 것인데...그러지 않더라는. 알고보니 이미 가격을 낮출만큼 낮춘 가격에 부른 것이였다(뭐 이것도 '이득이 없는 장사는 없다'는 규칙에 비추어 그들이 뭔가 남기는 것이지만). 솔직한 심정에 나도 뭔가 하나 아이템이 있으면 거기서 열심히 흥정도 해보고 하려 했지만 천쉐이가 오늘 연장근무도 했고 내일도 7시에 출근이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돌아다니다가 눈여겨 본 '컬럼비아'라고 찍힌 고어텍스 짝퉁옷을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다.

 나름 흥정을 해보려 했지만 2가지 디자인에서 하나는 150원, 그리고 하나는 180원을 불렀다. 물론 처음에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천쉐이 덕분에 내린 가격이었다. 어쨌든 180원에 하나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왕 사는 것 또 다른 짝퉁시장의 원칙! 품질 체크를 시작했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봤던대로 잠바를 살 때는 자크도 한 7~8번정도 올렸다 내렸다 했고, 박음질 상태도 꼼꼼하게 보고 버튼도 불량여부를 확인했다. 이렇게 해서 검은색 자켓을 3번 되돌려 보낸 후에야 나름 A급양품을 구매하였고 중국말을 못하는 난 가격흥정 대신에 재미난 경험을 대신한 값으로 '쎄쎄'를 외치며 나왔다. 난 이것을 고래택스(Goretex)라 이름붙여줬다. 

 시장을 돌아다닌 시간은 1시간을 조금 넘겼지만 눈이 벌써 충혈된 천쉐이 걱정에 그만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택시를 탔다.

 + @구운물고기 음식점

 이번에 간 곳은 동환내외가 예전 북경에 처음왔을 때 살던 곳 근처로 유명한 구운물고기음식점이었다. 올리브 기름같은 느낌의 국물(생선기름?)에 큰 물고기를 가로로 반토막내서 안에 연근, 야채 등 듬뿍 넣고 끓인 음식인데 고기도 약간 질겨서 약간 부드러운 돼지고기 맛이 났다. 원래 물고기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지만 나름 중국 특유의 음식이란 생각을 하고 먹으니 맛있었다. 거기에 칭다오맥주+옌지맥주를 시켜서 마셨다(옌지=북경의 옛이름). 식사가 좀 늦게 나와 천쉐이가 피곤해 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고 택시 타고 다시 왕징으로 컴백하였고 집에서 동환이와 간단히 땅콩과 캔맥주를 마셨다.

 오늘은 나름 비용도 최고로 많이 들고(1000원 넘게 사용), 만리장성과 짝퉁시장인 수수시장을 포함해 유익한 경험을 많이 했다. 

 2011. 2. 1

내일 오후 비행기이긴 하지만,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이따 오후에는 천쉐이의 친구들과 함께 만나기로 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 @따산즈

 따산즈는 디자인거리, 예술거리라고 불리는 곳으로 여러 무료 갤러리들이 많은 곳이다. 그러나 오늘이 연휴와 겹쳐있는 날이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한국관광객을 본 것은 만리장성 외에는 처음이었다. 아마 패키지여행 코스에 이 거리가 포함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번주 내내 쉬는 직업군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역시 예술인들은 그냥 쭉 쉬는듯 별로 연 갤러리가 없었지만 원래 예술에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실망스런 감흥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거리에 있는 재미난 구조물들이나 사진을 찍고 할 수 있어서 빠르게 지나갈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는 기념품가게가 많이 있는데 직접 만든 수공품 등을 팔고 있었다. 옷, 가죽, 악세사리 류 등을 주로 판매하는데 막상 돈을 지불하고 사기는 좀 꺼려졌다. 결정적으로 한국 다이소에서 2000원 주고 산 내 약통! 그것과 똑같은 약통을 파는 상점을 본 후 악세사리류는 사지 않기로 굳혔다. 왠지 동대문시장에 동일한 물건을 더 싼가격에 팔듯한 느낌이 들어서랄까?

 석탄으로 가는 기차나 발전소 모양의 공장도 있었는데, 그건 예술 작품이 아니라 그냥 그 거리에 있는 실제 기차와 발전소 인듯했다. 한편 한국어로 된 따산즈 거리지도는 매우 허접했는데 이건 전혀 알아볼 수가 없는 그런 구조로 설명이 되어 있었다. 물론 내가 무지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결론적으로 하고 있는 갤러리 자체가 별로 없어서 정확한 지도도 의미가 없었을 거란 생각에 위안을 삼았다. 차라리 스마트폰을 미리 구해왔다면 '구글지도'로 더 자세하게 볼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생각도 좀 있었다. 그 후 택시를 타고 일단 왕진으로 컴백한 뒤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 @일식 라면집

 동환이가 좋아하는 일식 라면집을 갔다. 왕진의 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그곳은 일본식 라면전문점인데 정작 우리는 밥을 시켰따. 내가 중국에서 왠 일식라면이냐라는 말을 흘리듯 했는데 그걸 듣고 밥을 시켰다고 했다. 나름 맛있었지만 확실히 중국 소스는 '화끈'거리는 뭔가가 있었다. 생강과 비슷한 느낌의 '그것'은 맵지는 않았지만 치아의 구석까지 들어가 '징징~'거리게 만드는 참 신기한 재료였다. 마침 옆자리에 중국 NHN 법인 사람 2명이 와서 라면 먹었는데 네이버 중국지사란 생각이 들자 신기했다(p.s. 한국에서 형에게 물어보니 그네들 월급주는 것에 비하면 한국 NHN에서 사람 한명 데려다 놓기가 부담된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의 인력이 고급인력이란!). 이렇게 간단히 먹고 백화점 구경을 간단히 했다. 목적은 crocs를 혹시 파나 해서였다. 운이 좋겠도 2층에 Crocs 매장이 있었는데 oh my god, 여름 신상가격이 399원(=6만 8000원)이라해서 깜짝놀랐다. 디자인도 그냥 별로 였는데 한국보다 더 비싼듯; 

 + @지압 마사지

 택시를 타고 지압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전신마사지가 150원정도 하는데, 이상하게 아파트같은 건물에 영업소가 있었다(그렇다고 불법, 퇴폐는 아니고). 허가된 마사지사가 해주는 프랜차이즈 마사지점 중에 가장 잘한다는 '이륜당'을 갔다. 동환이 말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했는데 실제 검색을 해보니 지난 여름에 비해서도 훨씬 비용이 올랐다. 대부분 고객이 한국사람들이라 카운터에는 조선족 여자가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있으니 우락부락 근육맨 2명이 들어와서 마사지 해줬다. 1시간 30분 정도 어깨 및 등, 다리, 머리를 주물러 줬는데 시원하긴 했지만 아직 젊어서일까 그닥 추천할만 하지는 않았다. 내가 구두쇠인지는 몰라도 이정도 안마로 1인당 150원(=23000원)을 쓰면 너무 돈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3일정도 같이 고생한 동환이에게도 이번 안마는 좋은 보상이 되었기에 만족했다.

+ @동네 시장에서 슬리퍼사기

 지압을 다 받고 나서 근처의 시장에 갔다. 말 그대로 '백화점'이 아닌 '시장'이었다. 어제 수수시장에서 크록스를 못샀기에, 오늘은 근처 시장에 간 것이다. 천쉐이 없이 동환이와 나만 가기에 흥정에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어제의 모습을 상상하며 한번 시도해보려 했다. 예전 엄마손 백화점이라는 백화점식 상가를 생각나게 하는 곳이었다. 이 건물 2층이 모두 신발가게인데, 크록스를 파는 곳이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보여 바로 흥정을 시도했다. 내가 중국말을 못하니 궁금한 내용을 '단어'위주로 아주머니께 물어봤다. 확실이 이곳은 수수시장과 달리 현지인들이 찾는 동네시장이라 그런지 뭐 비싸게 부르거나 그런 것도 별로 없었다.

 몇가지 물어보고 고르다 보니 맘에 드는 커플신발이 보였는데 하나에 45원을 부르셨다. 이미 입구에서 내가 동환이에게 하나당 Maximum 50으로 한다고 이야기 해서 비용적으로는 큰 거부감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허무하게 구매가 끝나는 것 같아 강하게 나가려고 '그럼 좀 둘러보고 올께요' 하고 근처 가게를 둘러봤다. 그런데 아뿔싸! 슬리퍼 자체를 파는 곳이 그곳 한군데 뿐이였다. 아! 여기는 수수시장이 아니라 그냥 일반 내국인용 신발가게지! 그래서 다시 가서 사이즈를 잘 맞춰본 후에 2개를 구매했다. 못내 아쉬움에 '동환 번역기'를 이용해 '2개사는데 어째 좀 싸게해줘라' 말하니, 아주머니 왈 '설날도 되곤 하니까 2개에 80원에 가져가'라 하셨다. 나이스, 우리는 순식간에 흥정의 달인이 된듯 기쁜 마음에 슬리퍼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찬찬히 살펴보니 몇군데 지저분한 부위가 있었지만 손으로 잘 커버하니 깔끔한 커플 슬리퍼가 되었다!

 + @호하이 of 스치하이

 집에서 잠깐 쉬다가 저녁에 천쉐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듣기로는 여자 2명 뿐이라 total 5명이라고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부부(or 남친)동반 모임이었다. 즉 전체인원이 9명인 대규모 모임이었는데 나이대가 여자 중 한명이 나보다 9살 많고, 그 다음이 나와 동환이, 나머지 여자 2명은 천쉐이와 동갑 친구들이였으며 남자들은 나보다 2~3살 어린 친구들이었다(사실 중국에선 나이란 것이 교우관계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미국식으로 '친구=친구'인듯).

 스치하이는 천안문 위쪽에 있는 작은 호수근처의 지역으로 북경의 '홍대거리'로 불리는 곳이다. 호하이는 스치하이의 일부를 그렇게 부른다고 하였으며 우리는 그곳에 있는 꼬치집을 갔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집인듯 보였지만 확실히 '현지인들의 단골가게'답게 살짝 후미진 곳에 있었다. 음식점 2층에 방을 잡고 차츰 늦는 사람들도 도착해서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 모임은 게스트인 내가 온 것을 환영하는 의미도 있지만, 신년맞이 겸 그냥 저냥 신나는 식사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었다. 꼬치구이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엄청나게 시켰다! 일단 종류별로 15개씩 시키니 마구마구 먹어도 먹어도 끊나지 않는 꼬치 공세가 이어졌다. 양꼬치, 버섯꼬치, 고구마꼬치, 닭날개 꼬치 등 종류도 많은데 오늘 온 특별한 게스트인 나를 위해 '닭목뼈 꼬치'를 하나 시켜줬다. 씹어보니 정말 닭목의 뼈가 느껴졌다. 그래서 한입 먹는 척만 하고 내려놨다는... 술도 첫잔을 고량주로 시작한 뒤에 칭다오 맥주를 계속 마시며 다들 재미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무슨 말인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간혹 동환이와 천쉐이가 해석해줘서 알아들을 수 있었고, 종종 들리는 몇몇 단어+나의 눈치밥으로 대화의 흐름에 맞춰 적당히 웃고 그랬다. 확실히 중국은 여성의 지위가 한국보다는 상위에 있는듯 했는데 그냥 분위기도 그렇고 말을 주도하는 것도 주로 여성위주였다. 뭐 그들의 관계도 자체도 그랬는데 이건 off the record니까...

 약 2시간에 걸쳐 배불리 먹고 2차로 택시를 타고 근처의 술집으로 이동했다. 역시 이네들이 자주가는 술집인듯 어두컴컴한 곳이었는데 발렌타인과 맥주를 마시며 게임을 했다. 역시 벌칙은 한국처럼 술마시기! 다행히 게임이 단순한 것이라(주사위 던져서 호명한 숫자의 주사위가 나오면 그것을 빼면서 진행하는 방식) 나도 참여할 수 있었다. 술을 이처럼 계속 마시니 아니나 다를까 한 남자친구가 맛이 갔다. 알고보니 원래 술이 약한 친구라 그랬다. 꼬장은 부리지 않았지만 몇번 구토를 하고 그랬다. 이렇게 새벽 2시정도까지 재미나게 보내며 happy new year를 연발하다 술집을 나섰다.

 끝인줄 알았더니 택시를 타고 KTV라는 노래방을 갔다. 아까 술에 잔뜩 취한 친구는 그 여자친구가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가거 남은 7명이 새벽3시를 조금 넘어서까지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나와 동환이는 주로 한국노래 불렀는데 노래가 최신곡이 많아서 조금 부르기 힘든 감이 있었다. 나름 세계공통어(or 여기서 중국친구들도 함께 이해할 수 있는)인 팝송을 부르기 위해 곡을 찾아봤지만 아는 노래가 거의 없었따. 그래서 결국 린킨파크의 In the end를 불렀는데 가사가 잘 안나와서 살짝 에러였다. 다행히 대부분 취해있어서인지 한국의 손님에게 박수로 호응해 줬다는;

 KTV에서도 병맥주를 마셨는데, 이번 여행에서 느낀거지만 맥주가 거의 독일처럼 일상화된듯 했다. 거의 모든 식당에서 맥주가 반주로 나왔다(물론 시킨 것!). 그러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들어보니 동환이도 이렇게 논 것은 중국와서 거의 처음인듯 싶었다. 원래 동환이가 불만이었던 것 중에 하나가 중국 젊은애들은 밤 늦게까지 술마시는 것 별로 안좋아해서 술을 오래도록 못마신다는 것이었는데 오늘 본 천쉐이의 친구들은 마치 한국의 대학생들처럼 끝까지 노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참 재미난 마지막 밤이었다. 아쉬운 점은 호하이를 갈 때 카메라를 놓고 나와서 사진이 하나도 없다라는 것! 그래도 다음번에 또 다시 만난다면 분명 기쁠 것이다.


2011. 2. 2

 집에 가는 날이다. 어제 그렇게 늦게까지 놀았음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인턴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 여기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역시 헤이쳐를 불러 11시 30분에 공항으로 갔다. 역시 아저씨의 빠른 운전 솜씨를 즐겼다. 긴 연휴라 이미 텅빈 북경시내를 지나 12시 전에 북경 공항에 도착했다. 총알 헤이쳐 아저씨...

 + @북경 공항

 출국수속을 마친 뒤 들어가 짐을 붙였다. 이 모든 것을 마쳤는데도 면세점 입구에서 시계를 보니 12시 20분밖에 안되었다. 탑승은 1시 30분부터라 길게 늘어선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Duty free라 쓰여진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었지만 살짝 구분이 잘 안가는 모습으로 상점이 배열되어 있었다. Sunrise duty free라고 쓰여진 곳이 면세점이고 그 말이 없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실제 간단한 용품을 두군데서 모두 사봤는데 영수증에 sunrise duty free라고 쓰여진 상점에선 보딩패스를 요구했고, 안쓰여진 상점에선 그냥 비용만 지불을 했다).

 어쨌든 살 물건이 정말 없더라는... 술이나 담배는 질적으로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의사인데 이런 harmful한 것을 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구매가 망설여졌다. 기념으로 담배 한보루를 사긴 했지만 말이다. 한편 중국전통 봉제 인형이나 지갑 등도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고 느낌이 made in china인데 분명 어딘가에서 본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 살 수 없었다. 따산즈의 다이소약통이 오버랩 되며 동대문에 더 좋은 재질로 다 있을 법했기에 말이다. 과자류도 겉보기는 번지르르하고 어설픈 한국어로  포장지에 광고되어 있었지만 이미 블로그 등의 후기에서 그 맛과 모양새가 악명높다는 것을 봤던지라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북경까지 와서 absolute vodka를 여행선물로 사가기엔 모해서 고민하다 그냥 담배 한보루와 간단한 식료품, 호랑이 기름을 구매했다. 면세점이든 아니든 담아주는 bag은 동일하게 면세점이라고 쓰여있더라는(p.s. 사실 중국전통상품을 면세점용으로 들여놓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몇몇 제한된 품목만 면세가 되는 것 같았다).

 드디어 탑승을 한 뒤에 중국에 올때 못봤던 '타운'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오후 2시비행기라 그런지 개인별 overhead vision이 없었고 당연히 채널도 KBS 뉴스 뿐이 나오지 않았다. 그마저도 스포츠뉴스 부분에서 시간관계상 짤렸다. 결국 한겨레 신문과 스포츠 신문을 정독하며 잠을 좀 청한 뒤 일어나 기내식을 먹자 어느새 인천공항에 도달했다.

 일찍 나오려고 일부러 자리를 앞쪽, 복도쪽을 잡았는데 luggage를 찾다보니 전체적인 시간은 크게 단축되지 않았다. 앞으로 짐이 별로 없으면 그냥 기내 들고 타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데는 요령인듯 했다. 아니면 그냥 느긋느긋하게 여행을 즐겨도 되고 말이다.

 첫 방문한 베이징, 동환이 내외가 있어서 참 즐겁고도 감사한 여행이었다. 내가 그만큼 또 보답하고 그럴테지만 그래도 참 짧은 기간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여정이었다. 뭔가 예정된 행위를 하는 여행도 의미있지만, 이런 자유여행도 가끔 가볼만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뭐 역사공부 등을 자세히 하고 가지 않아서 유적지의 감흥이 조금 떨어졌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라고나 할까? 

 
P.S.

 - 중국 교통문화는 그닥 좋지 않다.
 녹색불인데도 차들이 막 지나다니며 절대 중간에 속도를 줄여주거나 그러지 않으니 보행자는 주변을 꼭 살피고 길을 건너야 한다. 더 대박은 빨간불인데도 사람들이 막 길을 건넌다. 심지어 8차선 대로 중간에 한명이 서있고 양옆으로 차들 꽉 차서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을 종종 봤다. 갑자기 유턴하는 차 때문에 자동차 경적소리 종종 들리기도...
 
 하지만, 놀라운 점은 어느 택시기사나 헤이쳐기사도 그런 모습에 짜증내거나 모라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일상화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나름 대국의 면모라 생각을 한다.

 - 담배에 관대한 사회다.
 음식점 안에서 담배 피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한번은 택시 기사가 추운지 창문을 다 닫더니만 갑자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만 흠짓하고 앞에 탄 천쉐이와 옆자리의 동환이는 그냥 이런 장면이 익숙한 듯 했다. 농담으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맞담배피기도 한다니 뭐...

 이 모든 것들이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께 말씀 드리니, 한국 70~80년대와 비슷하다고 하셨다. 중국도 뭐 변하겠지만 일단 2011년 정초에 본 모습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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