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을 돌면서, 나의 몸이 말하다.
Posted 2009. 4. 19. 22:02, Filed under: Ex-Homepage/Diary2014어느덧 실습을 돌기 시작한지 2달이 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소화기내과1, 혈액종양내과, 류마티스내과, 내분비내과를 돌았으며
현재는 심장혈관내과를 돌고 있다.
각 파트별로 실습을 돌면서 실제 테스트를 해보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자면
내분비 내과에서는 혈당을 체크해 보았다. 간단히 전극을 이용해서 혈당을
무작위로 측정하는 것인데 나이에 따라 혈당은 정상적으로 조금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 조에는 나를 포함해 나이가 좀 있는 PK들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나이에
따라 혈당이 좀더 높게 나왔다 - 나는 140mg/dL가 나옴)
또 지난 주에는 심전도를 측정했는데, 약간 이상한 심전도가 나왔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조사도 해보고 여러가지 알아봤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실제 크게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치료할 필요도 없는 것인데도
그냥 EKG 상에 'abnormal'이란 글이 뜨니 덜컥 겁도 나고 그랬다.
지금까지 맡았던 환자분들이 lymphoma로 수술치료 받으셨던 분, 당뇨로 neck
mass 수술을 연기했던 분, pneumonia로 ER에 입원하신 분 등 심각한 상태의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모든 것보다도 내 자신의 간단한 EKG 해석 하나가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난 내 심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교회의 목사님이 손목의 맥을 짚으시며 '심장이 약한 것 같은데...'라는
단순한 말로부터 시작된 이 의구심은 그동안 20여년을 살아오며 운동을 할때마다
또는 가끔씩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뭔가 이상한거 아닌가라 생각했었는데 별 이상없이
시간이 흘렀었다. 한번인가 동네 내과에 갔었지만 청진상으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또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내왔었다. 지난 PBL 수업 때도 Chest pain의 가장 흔한 원인이
심장쪽 문제가 아닌 소화기 쪽의 GERD라는 것을 보고 안심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나의 교감신경계가 너무 sensitive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여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EKG를 찍었고, 그 다음날 한번 더 찍어봤는데 똑같은 결과가 나왔고
그걸로 그냥 지난 20년 동안의 가슴관련 증상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EKG를 찍은 이틀동안은 상당히 depressed 된 상태로 지냈다.
내일은 심에코를 찍는 테스트를 자원했다. 그리고 아마 목요일에는 TMT를 할 것이다
그런데 EKG를 찍고 나니까 원래 하기로 했었던 그런 Test들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건 뭐 이상이 없다고 나오면 안심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건가?!
이번 사태로 크게 느낀 점은, 간단하다.
1. 살아있을 때 열심히 살고,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워서 나의 환자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자는 것과...
2. 나의 몸을 먼저 아끼자는 것!
EKG 사건의 교훈은 그것이다. 그래도 미리 안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대비 및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 나이도 이제 서른에 접어들었고 건강을 챙기는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사람은 한번의 인생을 살고,
어떤 경우든 Risk factor를 가지고 산다.
그것은 당뇨일수도 있고, 암일 수도 있으며 심장쪽 문제나 뇌혈관쪽 문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죽을 때 단지 '무슨 위험'이 '먼저' 다가왔냐가 다를 뿐이다.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고 조금은 멍한 상태로 지난 심장 1주차의 첫부분을 보냈다.
나의 가족들과 사랑...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으나 나의 상태를 인정한 그 순간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열심히 사는 것 말고 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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