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omepage/Essay

미미의 기억

JJBA 2008. 8. 21. 15:57

2002년 12월 9일..


내가 누구게!?
 
나는 가장 제대한지 쪼금된 관람객 [기다림]이야..
 
진짜진짜 재미없는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관람객
 
예비역 한명만 대봐! 1...2...3! 왜 반응이 없어? 예
 
비역이 몬지 모른다고? 현역이 제대하면 그게 예
 
비역이래..나도 몰랐어! 나와보니 나보고 그러더군!
 
좋아 썰을 풀기 전에 맛보기좀 보여주지,
 
  지금 옆에 개가 있다...아는 사람은 다 알지! 그 개
 
이름은 미미야! 나쁜 쫑이 집나간지 하루만에 맨
 
날 우는 우리 형제가 시끄러웠던지 아랫집에서 바
 
로 줬던 개가 바로 미미야! 벌써 14년 전이야!
 
아버지께서 그러셨지! 개나이는 환산법이 틀리다
 
고! 미미 나이는 75살이야...5배를 곱해야지 진짜
 
나이가 나오지!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미미 야기를
 
해볼께!
 
  군대 있을때 알다시피 집에 몇번 왔다 가끔!..그
 
런데 그당시 미미도 가끔 정신이 왔다갔다 했어! 첨엔
 
놀랐어! 왜냐고? 한번 개를 길러봐 기르던 개가
 
침을 막 흘리면서 몸을 못가눠서 쓰러질때 어떤
 
기분일지! 그럴때마다 난 아니 우리 식군! 열심히
 
간호했다! 왜냐고? 미미도 우리 식구거든! 그럼 금
 
방 돌아왔다~!
 
 머야 벌써 분위기 다운된거야? 좀만 참어 금방 끝난다!
 
 시간이 흘러 벌써 제대했다. 누군 '벌써'지만 누군 '드
 
디어'야! 군대는 관람객이야! 가입하고 생까는 사람도
 
있지만 한달에 31번 오는 사람도 있지. 장단은 생각하기
 
나름이야. 각설하고~
 
  요즘의 미미는 주말이야! 일주일에 두번은 꼭 쓰러져.
 
나도 몰랐는데 최근에 알았지..그런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 저녁에 와보니 어머니와 미미가 화장실에 계
 
시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말했지, "왓 해픈드!?"
 
아버지께서 그러시던군.. 또 꼴까닥했다고! 꼴까닥이
 
모냐고? 우리집에선 그렇게 불러!! 그러려니 했어!
 
곧 어머니께서 나오셨지. 그런데 미미는 계속 화장실
 
에 있었다! 정신을 못차렸거든!~ 그런데 아는 사람은
 
안다! 개 정신나가는건 학창시절에 날라리되는거야!
 
빨리 돌아올수록 더 좋은거지. 아무런 손도 못썼다!
 
그냥 미미는 화장실에 갇혀 있었어.
 
 좀전에 마루에 나갔드랬지. 어머니께서 안방으로 가
 
시면서 소파밑에 있는 미미를 콜하셨다! 그런데 미미
 
가 으르릉 거렸어! 그런 일은 난 첨봤드랬어 15년동
 
안! 상황이 으르릉 거리는 상황이 아니었거든! 불을
 
키고 당신과 난 아래를 살폈어! 무슨 일이 있었게~?
 
놀라지마! 미미가 지가 쏟은 오바이트를 다시 먹고
 
있었어! 더럽다고? 더럽지! 근데 원래 개는 지가 쏟
 
은거 다시는 안먹는데! 지금까지 미미도, 쫑도, 마루
 
도 그래왔어! 왜 그랬을까? 상상가는 이유는 많은데
 
쓰면 길어진다! 어쨌든 그냥 놔뒀더랬어~!
 
  시간이 늦었지! 그래서 잘라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길이었지. 미미가 쫄랑쫄랑 따라왔어! 5분만에 다 먹
 
고 좀 정상이더군. 우리집은 철칙이 있어! 개가 좀 이
 
상하거나 죄를 지으면 절대 혼숙하지 않는다! 사실
 
미미는 내 방에 잘 들어오진 않아! 자다가 침대에서
 
나한테 차여서 몇번 떨어졌거든!! 그런데 이게 오늘
 
은 따라오는데 비틀비틀 거리더군..정상처럼 보이지
 
만! 정상이 아직은 아닌모양이야!
 
  갑자기 옆에 있는 미미를 보니 글이 쓰고 싶어졌어! 작
 
년 7월 8일에 마루가 하늘나라로 갔어! 심장사상충이
 
었는데 링겔맞고 버텼어! 걸리면 죽는 병이었다더군!
 
근데 그놈의 수의사는 피로누적이랬지! 링겔 꽂고 마루
 
가 뭔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보니 열이 받더군. 죽은 담에 보
 
니 다른 병원에선 대자보를 다 붙였더군! "심장 사상충 무
 
료접종" 알어!? 그렇게 죽고나니 그런것만 보이더군~!
 
  에니웨이! 그뒤로 미미 혼자 남았다! 몇번 강아지 한두
 
마리 더 데려왔었지만 그냥 돌려보냈더랬지! 여기도
 
이유 풀면 한보따린 된다!
 
  미미를 보니 서글퍼 졌지!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쓴다!
 
미미는 타이머야! 시간되면 또 꼴깍하겠지 그리고 다
 
시 리셋하면 다시 첨부터 타이머 시간이 가겠지. 그런
 
데 이제 시계약이 거의 떨어져가는 것 같더군! 그래서
 
열받았다 좀전에..
 
  맛배기가 넘 길어지면서 졸리기 시작했어! 살짝 미미야
 
기 해줄라고 했는데 솔직히 겁난다! 이거 넘 길어서 다
 
읽기는 할까? 사실은 이거 더블스페이스에 세로로도 반쪽
 
이야! 합쳐보면 얼마 안될껄!  좀만 참어 다 끝났어!
 
  개 몇마리 키워봤는데 내가 볼때 죽은 개는 아직 없었지!
 
그런데 아마 미미가 첫번째가 될것 같다! 나도 알고 있어, 우
 
리 작은 고모네 푸들은 20년 살았더랬지..어쨌거나 요즘 미
 
미의 기색이 심상치 않아! 그래서 오늘도 내방에서 재울 생각
 
이지!
 
  마지막으로 이말이 하고 싶어! 개를 키울때 제일 좋은 점이
 
모~!게~!? 좀전에 떠올랐어. 강아지는 하염없이 주기만 해!
 
내가 말하는건 다 들어주지! 한마디도 안하면서 듣기만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내가 편해지거든! 아마 이말에 동감하는
 
사람 많을거야!! 끝이다!~
 
P.S. 오늘 눈이 많이 왔더랬지! 2층에서 봤더니 함박눈이 내
 
리더군! 그런데 밖에 나와보니 어둠속엔 녹아버린 빗방울이
 
더티하게 쌓여있더랬지!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결
 
론은 하나였지! 빨랑 집에 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자..내 글은
 
항상 이런식이야! 주제가 몬지 찾을라면 허무해지지~!! 담엔
 
글쓸때 재미있게 써서 당신을 기쁘게 해줄께! 오늘은 이만 간다!


2003년 11월 12일..

  아침 6시 20분, 어제는 비가 내렸고...오늘 역시 구름이 짙게 깔렸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마당 한 귀퉁이에 구멍을 파고 있었다. 그것은 미미의 공간...하긴 미미는 우리와 10년 넘게 함께해온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그 정도의 공간을 차지할 자격은 충분하다.

 오늘 새벽 1시경부터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4시 30분쯤 어머니께서 나를 깨우셨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은채 멍한 듯 잠들었던 나는 마치 당연한 일을 확인하듯 부엌으로 갔다. 거의 눈을 감고 있는 미미..요 근래 너무나 고통스러워 했었기에 심지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기에 오늘 저녁 동네 동물병원에서 안락사를 시키려 했었던 미미가...엄마의 원대로 집에서 조용히 수면사한 것이다. 뛰지 않는 심장과 들리지 않는 숨소리, 서서히 굳어가는 앞뒤발과는 달리 체온은 아직 따뜻했다...

 1992년은 의미있는 해였다. 강아지로서 최초로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었던 쫑이 집을 나간 해가 92년이었고..연달아 쫑의 대타로 미미가 들어온 것 역시 그해의 일로 기억한다. 쫑이 나간후 우리 형제는 동네방네 포스터를 붙였고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같다. 그럴수록 더욱 커져가는 쫑에대한 상실감에 미미의 입양은 집안을 밝히는 큰 사건이었던 것이다...

 툭하면 가출을 기도했던 쫑과는 달리 미미는 암캐라 그런지 집안에서 좀체 나갈 생각을 안했다. 물론 우리 가족들이 신경도 많이 썼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마 중학교 2학년때였을 것이다. 미미가 사라진 것이다. 또다시 우리 형제의 '개찾기 포스터'붙임이 있었고 아주아주 다행스럽게도 연락이 왔다. 내 초등학교 동창인 어느 여자아이었는데(그녀의 이름은 원영란이었다..) 개를 좋아하기로 소문이 나있던 아이었다. 그런데 미미가 집밖 구경?나갔다가 근린공원에서 헤매고 있던 것을 데리고 보살펴왔던 것이다. 포스터도 포스터지만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미미를 찾을 수 있었고 너무너무 기뻤다...그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미미와 나의 관계는 매너리즘에 빠졌다. 나는 대학입시에 대한 압박감에 정신이 팔려있었고...또 집에 있는 시간조차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미에게 그다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강아지란 이런 것이어서 주인의 무관심에도 여전한 사랑을 보낸 미미였다. 내가 기쁠때 슬플때 함께 웃고 울었다면 믿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랬었다. 그리고 여전히 미미는 건강히 몇 년을 보냈다..

  고3때 집이 근처로 이사를 했고 곧 도베르만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놈은 수컷이었는데 처음에는 집안에서 키우다 3개월정도 뒤에 무지 커져서 마당으로 내놓았다. 그 집안에서의 3개월때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미미의 우울증이었다.(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원래 개란 동물이 샘이 많아서 자기보다 더 사랑받는것, 돼지건 개이건 고양이건,...그것이 나타나면 안달이 나서 가만히 못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미미는 별다른 반응없이 조용했다. 마치 '그놈은 곧 마당으로 갈거'란 사실을 알았다는 듯 말이다.

 대학입시가 끝나고 한량이 되었을 때 미미와 무척이나 친하게 지냈다. 집에만 주로 있다보니 역시 제일 만만한 것이 개였기 때문이다. 주로 우리의 관계는 미미가 내가하는 말을 듣는 관계였였고 중간에 졸거나 그러면 내가 흔들어서 깨우는..그런 식이었다. 몇 달간 나의 넋두리를 들어야만 했던 미미의 고통기였다고나 할까? 나에겐 그런 존재가 너무나 필요했었던 시기였다...

 대학에 갔고...미미와는 다시 소원해졌다. 바쁜 탓도 있었지만 마루(도베르만)와 더 친했던 이유도 있다. 그러던 어느날 미미가 발작으로 쓰러졌다. 깜짝놀란 우리 가족은 동물병원으로 미미를 데리고 갔다. 역시 그것은 점차 시작되는 노환의 증세였다. 그후 지속적인 운동(마당달리기)으로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했지만 나이가 있어서인지 가끔씩 벌어지던 발작 현상도 벌어지는 주기가 짧아져 갔다. 내가 부대에 있는 2년동안도 간간히 그 소식이 들려왔지만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던 것을 보면 개는 역시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랑도 먹고 산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쭉 이어오던 생활 중에 미미가 점차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움직이기를 싫어하게 되었고 음식도 잘 먹지 못하게 된 것이.. 약 15일 전의 일이다. 미미가 고기밥을 마다한 것이다. 사실 개가 고기반찬을 거부한 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는 개를 길러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엄마의 말씀은 미미가 목욕중에 어금니가 하나 빠졌는데 그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하셨다. 이빨빠진 호랑이는 아니지만...개역시 이빨은 컸나보다. 어쨌든 가지가지의 실험 끝에 고구마와 카스테라를 씹어주면, 그냥도 아니고 잘 으깨서 주면 간신히 먹는다는 것을 파악했지만 그것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모든 음식을 거부하게(사실은 못먹은 것이다..)된 미미는 나날히 야위어 갔고 어느덧 뼈만 보이게 되었다. 심지어는 물조차 먹고 토를 했으니...그래서 결국 4일전에 동네 병원에 갔었다.

  혈액검사 끝에 나온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노환에 의한 합병증이 심했는데 특히 간의 수치가 정상치보다 1500배정도 높다고 했다. 또 의사역시 수술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그날 저녁부터 진지하게 안락사를 시키는 것에 대한 고려를 했고 다음날 저녁에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것이 어제다. 그러나 다행히 의사가 병원에 없었고 어머니께서 또다시 부엌에서 미미를 데리고 주무셨다.

 그저께 밤부터 미미가 집안의 불을 모두 끄면 안방이든 형방이든 내방이든 어딘가로 가려고 했는데 서있을 힘조차 없어서 지 집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것이 보기 안쓰러워 당신께서 부엌에 간이로 불을 키시고 미미를 데리고 계셨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밤 미미는 죽었다. 오늘 새벽의 일이다...예전에 내가 두려워했던 천덕스런 죽음도 안요...고통속의 죽음도 아닌...그렇게 편하게 조용히 자다가 간 것이다. Peace

 사실 쫑이 나갔을 때와 마루가 병으로 갑작스레 죽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수의사의 말 그대로 미미는 개로치면 무병장수한 것이고 또 어머니의 바람대로 안락사가 아닌 집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은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애완견을 새끼때부터 길러서 나이먹어서 쓰러질때까지 키운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서 역시 미미의 죽음이 시원섭섭한 것 같다. 이제 당분간 집안에서 기르는 개는 안 키울 생각인데 참 신기한 것은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개가 없어도 그다지 아쉽거나 그러지 않다는 것이다. 뜨겁게 생을 살다가도 가끔은 냉정하게 세상에 익숙해지는 법을 조금은 알게해 준것 같아 미미에게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Good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