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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을까?

Posted 2012/01/29 12:56, Filed under: Diary2

아주 재미난 생각을 했다.

 대기만성 [] 

지난번 소아과 인턴페어웰 때 소아과과장님께서 스치듯 말씀해 주셨다.
오선생은 대기만성형인 것 같아.

하긴 지원했던 과에 떨어지고 '떨턴'의 입장으로 병원에 남아있으니
힘내라고 말씀해 주신 말일수도 있겠지.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 어디
병원을 쓸까 무척 고민할 때 심심풀이로 본 1년 운세가 기억이 난다.
거기에는 분명 12월 중순에 기운, 특히 직업운이 매우 좋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라고 나왔는데...

어쨌든 벌써 합격자 발표가 난지 45일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마음정리도 많이 되었지만, 막상 앞으로 15일정도 뒤에는
이곳 천안, 그리고 단대병원을 떠나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막막한 것도 있다. 벌써 7년을 여기서 지냈으니까 말이다.
물론 1년 뒤에 다시 돌아올 것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일단은 많다.

난 워낙에 내성적인 사람이다. 사색적이고 조용하고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조금 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하게 느꼈다. 왜냐하면 내가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고
지금 그것을 이루었지만 사실 '직업'으로서 의사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성적이라는 것은
상당한 단점일 수도 있다. 여기서 단점이란  것이 꼭 의사직업에서 환자와의
관계에서의 단점이란 말이 아니다.

다행히 내 스스로 변하기 어려웠던 많은 점들을 여자친구가 옆에서 코치해줘서
많이 고칠 수 있었고 점점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많은 점이 부족하다.

의사면 부자일까?

딱히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부의 개념이 변하듯 부자의 개념, 부자의 흐름도
변한다. 굳이 뽑자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직업군을 나눌 때 의사가
항상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는데 요즘 분위기상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의사는 다 부자고, 다 도둑이다라고 강변하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니까. 열심히 살았고 명문대 공대도 다녀봤고 나름 주변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있는 내 경험상 그렇다. 돈을 번다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난 의사란 직업을 선택하지는 않았을거다.

그래서 우리(나와 여자친구)는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로 했다.
치열하게 공부하던 본과 1~2학년 때, 힘든 새벽에 지쳐 도서관 앞에서 간혹 나눴던
미래의 모습도 키워드는 '하고 싶은일을 하기'였다. 그런 면에서 그녀가 그 병원의
그 과에 간다는 것은 정말 잘 선택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 것이고.

이제 나다. 나는 어떨까?
일단 내 잠재력을 내가 믿느냐가 관건이다.
조금 전에 동네 목욕탕에 가서 잠깐 브레인스토밍을 해봤는데 여러모로 귀찮은
것도 있지만 나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잠재력과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있다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모냐고?

비밀이다 그건. 싱겁지만 '잠재력'만 믿고서 시작하는 일이라 밝히기가 좀 어렵다.
일단 난 지난해 운세가 진짜라 믿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내가 일단 지난해
레지던트 선발에서 떨어진 것이 '복'이 될 수 있도록 이번 한해를 치열하게 살아야한다.
물론 내년도 레지던트가 되기 전까지 말이다. 그 전에 그냥 내 취미로만 그것이
끝날 가능성도 분명 있고 말이다.

"오선생은 그럼 1년정도 쉬면서 2012년에는 뭘 했나?"

라고 분명 어느 순간 누군가 내게 물을 것이다. 거기에 답하려면 열심히 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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